플러시! - 그 개의 전기, 버지니아 울프 기록
버지니아 울프 지음, 서미석 옮김 / 그림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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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영국 시인 커플 엘리자베스와 로버트 브라우닝의 강아지, '플러시'에 대한 소설.

코카스패니얼 플러시는 실제 엘리자베스의 반려견으로 종종 자신의 시에 등장시키던 개다. 병약한 몸으로 집에서만 지내던 엘리자베스 배럿. 그녀의 시만 읽고 사랑하게 된 여섯살 연하의 무명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배럿에게 편지를 보낸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를 피해 비밀리에 결혼한 뒤 이탈리아로 도주한다. 물론 플러시는 모든 순간 이들과 함께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시와 기록들을 토대로 이 이야기를 썼다. 자신보다 앞서 살다간 뛰어난 여성 문인에 대한 동질감 내지는 오마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강아지의 행동과 시선 등을 통해 인물과 사건들이 보여진다. 특히 두 연인을 관찰하는 부분들이 재미있다. 노란 장갑을 낀 남자가 자주 집에 찾아오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주인이 몰래 외출하고 오더니 왼손에 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플러시가 발견하는 내용 같은 것이다.

울프의 작품이 어렵기로 유명한데 비교적 잘 읽히는 소설이다. (고백하건데 <자기만의 방>과 <올란도>를 읽다 말고 책장에 쳐박아 둔지 오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빈민가로 납치된 플러시가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오는 것과 부부의 첫아이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다. '어딘가 깊은 혐오감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니. 실제 반려견들이 주인의 아이를 만날 때 이런 기분이 드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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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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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묘미가 있는 스릴러다.

결혼 생활의 위기를 맞고 있는 어밀리아와 애덤은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씨에 부부는 인적이 드문 낡은 예배당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시종일관 음산한 기운이 계속되고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예배당 가까이에서 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또 다른 여자가 있다.

남편이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이 있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중반까지는 비슷한 패턴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정보들이 나열되기만 해서 읽는 데 좀 더뎠다. 하지만 후반에서 반전들이 몰아쳐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책의 마지막을 덮고 반전을 곱씹어 보았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초반부터 약간의 허술함이 있긴하다. 하지만 반전이 드러날 때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영리하고 상업적으로 잘 세팅된 반전이다.

이미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소설에서 아내가 결혼기념일마다 남편에게 쓰는 편지가 반전의 충격파를 증폭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을 어떻게 각색해서 영상화 할지 궁금하다.

저자인 앨리스 피니는 별명이 '트위스트의 여왕'이라고 한다. 다른 작품에서도 반전 트릭을 잘 사용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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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 우먼의 기쁨과 슬픔
전순예 지음 / 송송책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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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여러가지를 팔아야 했던 엄마, 그 위대한 삶의 기록.

전순예 작가의 첫 책 <강원도의 맛>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몇 년전 즐겨듣던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소개 받았었다. 예순의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한 독특한 이력의 작가님이었는데 팟캐스트에서는 책의 편집자가 나왔었다. 송송책방 대표이기도 한 그는 작가의 딸이기도 했다. 생애 첫 책을 딸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출판하다니. 이 사실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강원도의 맛>이 작가의 유년시절 음식에 대해 풀어 놓은 에세이였다면 <세일즈 우먼의 기쁨과 슬픔>은 결혼 후 맞닥뜨린 생계에 대한 글이다.

작가는 평생 장사와는 관계없는 삶을 살아오다 남편이 공무원을 그만두고 문방구를 차리면서 세일즈를 시작한다. 그로부터 장난감, 배추, 책, 빵, 학습지, 비누, 신문에 냄비세트까지 온갖 물건들을 팔며 일어난 이야기가 생생하게 적혀있다. 갈수록 진화하고 노련해진 세일즈 인생을 읽으며 감탄과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다.

매순간 물건들을 팔 때마다 고난이 이이졌고 가끔은 행운도 따라주었다. 수십년 간 팔아온 물건들 이야기 속에는 그 당시 시대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 일일공부, 애경유지, 신데라 빵, 휘슬러 압력솥, 타파웨어 등 추억돋는 상품들이 등장한다.

남편이 뒤늦게 신학대학생이 되어 가장이 된 작가는 가정 방문 조리도구 판매사가 된다.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홀로 부딪히게 된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저 묵묵히 처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삶이 감동적이었다.

출판사 대표를 비롯한 작가님의 자녀들이 부럽다. 엄마의 젊은 시절을 이렇게 생생하고 정갈한 글로 접할 수 있다니 복 받은 분들이다. 작가의 소중한 삶의 기록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또 그 용기와 근면함을 존경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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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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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출발점이 된 취재기. 다큐가 주었던 여운이 꽤 커서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다큐에 등장하는 김주완 기자가 쓴 책이다. 영상에 담기지 못한 내용도 많고 취재 후일담이나 기자 개인의 감상도 있어 또다른 감동이 있다.

김장하라는 인물의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미담과 인품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수백억을 조건 없이 베푼다는 것이 가능할까. 책의 제목처럼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말에 함축된 삶의 태도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살아오면서 언제 행복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매일이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러운 생각 마져 들었다.

경남 진주라는 지역사회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평생을 베푼 넉넉함, 그리고 올바른 가치를 알아보는 혜안과 지조가 부러웠다. 평생을 지역 언론 기자로 살며 헌신한 저자의 모습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읽으면서 다소 올드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자기계발서 보다 큰 각성과 비젼을 주는 삶을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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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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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이꽃님 작가의 최근작. 데뷔작인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와 <죽이고 싶은 아이>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소설 역시 반전이 주는 재미가 돋보였다.

고등학생 커플인 해주와 해록은 버스를 타고 어느 저수지로 놀러간다. 하지만 저수지를 다녀 온 이후로 해록이 실종되고 해주에게 경찰이 찾아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십대들의 심리와 문화를 잘 살려냈다. 인스타와 인생네컷,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십대들의 모습과 디테일이 생생하다. 화자인 해주의 말에 이런 디테일들이 잘 드러난다. 작가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반전이 드러나기 까지의 과정이 꽤나 치밀하다. (스포있음)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지점이 재미있었다. 전작 <죽이고 싶은 아이>와 구성이 살짝 겹치게 느껴졌지만 오로지 해주와 형사의 스토리로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주 깔끔하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같은 책을 읽고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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