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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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을 만드는 청춘들의 삶과 사랑.

책을 읽기 전 제목에서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왜 굳이 '내일'을 세 번이나 반복하는지는 궁금했다. 하지만 이 제목의 의미가 나오는 부분에서 전율이 일 정도로 좋았다.

솔직히 컴퓨터 게임을 모르고 즐긴 적도 없다. 그래서 소설의 내용이 게임 개발에 대한 것을 알았을 때 과연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게임을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유대계 소녀인 세이디와 한국계 소년 샘은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같이 하면서 자란 절친이다. 그러다 오해로 인해 사이가 멀어지고 대학에 가서 우연히 재회한다. 세이디는 MIT, 샘은 하버드 학생이었는데 둘은 의기투합해서 '이치고'라는 게임을 개발하게 된다. 게임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마크스라는 친구까지 합세해서 회사를 차린다.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와서 흥미롭다.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요소들이 결합되어 새로운 세계와 캐릭터의 서사를 창조하는 과정임을 알게되었다. 소설 속의 게임일 뿐이겠지만 마치 현존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

세이디와 샘, 마크스의 관계도 흥미롭다. 이 묘한 삼각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슬펐다. 따스한 결말도 마음에 든다.

저자인 개브리얼 제빈은 유대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작가다. 그래서인지 양쪽 문화를 잘 담아냈다. 인종이나 젠더 문제도 적절히 소설 속에 등장한다. 너무 영리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기대된다.

제목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셰익스피어의 <멕베스>에 나온 대사다.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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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소녀, 이은주 살리기
유영준 지음 / 잇스토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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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유명한 천재였지만 이제는 잊혀진 사람의 이야기.

출판분야에서는 출판물을 영상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영상 컨텐츠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나는 반대로 영상화 되지 못한 컨텐츠를 출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그 이유는 시나리오나 대본이 버려지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여러 명의 인력이 죽어라 작업했는데도 캐스팅, 파이낸싱에 실패한 작품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그 바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몇몇의 배우, 매니져, 투자자만이 검토하고 버려질만한 작품 취급을 받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 그래서 이런 작품들을 장르 소설로 출판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반가웠다. 그렇게 접한 작품이 <천재소녀, '이은주' 살리기>다.

얼마 전에도 뉴스에 나온 10살 천재 소년의 과학고 자퇴도 연상되는 소재다. 10살에 이미 대학을 졸업할 정도의 천재성을 갖춘 '이은주'가 자라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있다는 설정이다. 이은주가 천재적인 두뇌를 살리고 더 행복할 수 있게 돕는 사건이 주된 스토리다.

안타까웠던 것은 가독성이 무척 떨어진다. 시나리오의 문법과 소설의 문법에는 차이가 크다. 이런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지문은 일반 문장으로 대사는 따옴표 안의 대사로만 처리했다. 차라리 시나리오 원문을 읽었더라면 더 잘 이해되었을 것 같았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드라마 <미스터 썬샤인>을 소설화한 책을 보았는데, 이 책은 전문 소설 작가가 각색을 잘 했더라. 시나리오나 대본을 소설화 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 같다. 소설과 시나리오 읽는 것에 나름 익숙한 나도 읽기가 쉽지 않았다.

교정 교열도 오류가 꽤 있었다. 전자책 의 편집면에서도 가독성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기획과 시도를 긍적적으로 평가한다.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영상화에는 선택되지 못했더라도 출판물으로라도 선보이는 컨텐츠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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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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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공부하는 지식인의 멋진 자세와 태도에 대하여.

역시 유시민이다. 글은 깔끔하고 생각들은 곧으며 지적이다. 솔직히 몇몇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칸트나 양자역학, 수학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문과라 그렇다.

저자가 언급한 책들 중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호프 자런의 <랩걸>정도만 읽었다. <이기적 유전자>와 다윈, 파인만과 관련된 책은 호기심이 생겨서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다.

단순히 저자 자신이 읽고 얻은 과학적 지식의 나열 뿐이었다면 이 책은 이렇게까지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새롭게 알게된 분야를 통해 기존의 지식과 삶에서 어떤 발견을 하고 배움을 얻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특별했다.

저자 정도면 손 꼽을 지식인인데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점도 본받고 싶다. 대개 그 나이대의 그 정도 위치인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공부하지 않는다. 자신이 알고있는 지식만 뽐내기 바쁘니까.

낯설고 먼 과학이라는 분야의 허들을 조금 없애 준 것 같은 책이다. 편식이 심한 나의 독서에 자극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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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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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소설이 쓰여질 수 있다니 놀랍고 새롭다.

어느 날부터 사람들의 머리 위로 수레바퀴가 보인다. 정의의 청색과 부덕의 적색의 비율이 수레바퀴에 나타나는데 이는 그 사람이 살면서 쌓은 덕과 부덕의 상징이다.

이런 SF적 설정이 시작된다면 세계가 어떻게 바뀔 지 사회, 경제, 환경, 종교 등의 방면으로 살펴본다.

무언가 사건으로 연결되는 지점은 없다. 책 서두의 소개글에 '페이크 르포'라고 되어 있는데 무슨 사회 과학책을 보는 느낌이 든다. 환경문제나 윤리학적으로 수레바퀴에 대해 논하고 이 상황을 이용해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 내용들이 전문적인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어서 리얼리티가 느껴질 정도다.

솔직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는 부족하다. 하지만 이 SF적 설정으로 사건 중심의 픽션이 전개되었다면 흔한 장르 소설로 남았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너무도 안타깝게 요절한 박지리 소설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의 수상작이다. 박지리 작가가 생전에 작품으로 보였던 새로운 시도를 잇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단요 작가의 다른 작품도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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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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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생이라는 장치를 잘 활용한 쫄깃한 스릴러다.

전건우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워낙 공포 스릴러에 특화된 작가라고 들었다. 과연 설정이 장르적이고 전개가 빨라서 몰입감도 좋았다.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범이 대결하다 죽어 환생한다. 그런데 프로파일러였던 주인공은 살인 용의자로, 연쇄살인범은 경찰로 환생한다는 설정이다.

엄청나게 치밀하다거나 허를 찌르는 전개는 아니었다. 대략적으로 예상 가능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장르적 공식에 충실한 흐름과 묵직한 엔딩이 기억에 남는 스토리다.

무한증이라는 병을 지닌 연쇄살인범이 인상적이었고 주인공의 직업이 프로파일러인 것 답게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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