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요리하라 - 음식으로 배우는 통합 사회 나의 한 글자 3
강재호 지음, 이혜원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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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식 이야기로 배우는 지리, 역사와 문화.

요즘 청소년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책보다 더 접근이 쉽고 빠른 정보들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기획력과 재미있는 내용이 갖춰진 시리즈가 있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먹고 마시고 요리하라>는 '나의 한 글자' 시리즈 중 세번째 '밥'편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꿈', '성', '쉼', '맘', '벗' 등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관련된 지식을 알기 쉽게 엮은 시리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교사로 고등학교에서 지리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맛집 탐방과 요리를 좋아한다고 쓰여있는데 이런 애정이 책의 곳곳에 드러나 있다.

총 11개 나라의 음식에 대한 역사나 지리, 문화 등이 소개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들도 있었지만 처음 알게된 것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 달팽이 요리를 먹게 된 이유 같은 것이다. 와인 생산지인 포도밭에서 포도의 성장을 방해하는 달팽이를 퇴치하기 위해 먹기 시작했다고.

또 튀르키에에서 케밥이 발달한 이유가 건조한 기후와 관계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고기를 통으로 굽지 않고 얇게 저며서 꼬챙이에 꽂아서 굽는 이유가 기후와 연관되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단순히 정보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각 나라별로 특정 음식이 발달한 이유를 지리적,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 잘 기술한 책이다.

교과 공부를 위해 읽는 딱딱한 학습서라기 보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인문학적 지식을 얻을수 있어서 좋았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자료도 많고 일러스트도 풍부하다. 심지어 간단한 요리법도 있다.

여러모로 편집에 신경 쓴 책이라고 느꼈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고등학생, 성인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시리즈의 다른 책도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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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뱁, 잉글리시, 트랩 네오픽션 ON시리즈 25
김준녕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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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스토리다. 김준녕 작가의 전작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등과는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다. 마치 다른 작가의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작가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는 것을 확인했다.

영화로 치자면(실제로 소설에서도 영화를 예로 든 설명이 왕왕 나온다.) 장르 상업 영화를 잘 만든 감독이 차기작으로 발칙한 독립 예술 영화를 만든 느낌이다. 새로웠지만 다소 낯설기도 했다.

사회에서 도태된 남자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라이언'과 '준', '보타'가 주요 캐릭터다. 이들은 P시에 있는 영어 마을에 입소하여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한때는 번성했으나 이제는 망해가는 영어 마을.이곳에서 온전한 문장(full sentence)의 영어를 구사해야만 살아갈 수 있지만 이들은 안타깝게도 영어 실력이 형편없다.

'사회 부적응자들의 성장기' 혹은 '영어 마을 탈출기' 같은 단순한 내용 너머에 뭔가가 더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예상을 뛰어넘는다.

실제로 있는 파주 영어 마을을 연상시키는 곳에서 원어민이 아닌 러시아나 동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이 어설픈 영어를 하는 풍경부터 기묘하다. 하긴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영어 마을'은 얼마나 기묘한 목적을 갖고 세워진 곳인가. 대체 한국사회에서 영어가 뭐길래 오로지 영어만을 써야하는 가짜 사회를 만들었을까. 한때 이곳이 학생들의 필수 체험활동 코스였다는 것이 새삼 코미디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오래전 여기서 영화 포스터 촬영을 한 적이 있다. 얼핏보면 외국 로케이션 같으니) 작가가 어떻게 영어마을을 소재로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졌다.

영어로 대표되는 사회적 잣대에 도달하지 못한 인간 군상들의 다채로운 해프닝으로 읽혔다.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흥미로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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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계 1 - 한양의 사람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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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말기. 신분제는 흔들리고 일부 양반은 그저 허울 뿐인 이름이 된다. 한양의 뒷골목을 중심으로 상권을 장악한 이들이 진정한 실세가 된 세상. 이 소설은 격변의 18세기 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다보니 초반부터 이들을 설명하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몰락한 양반 이륜은 아내가 갓난 아들 강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싸전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인왕산패'의 실세 하우도의 밑으로 들어간다. 비록 몰락했지만 양반으로서의 선비정신이나 절개, 정도를 지키는 이륜. 그의 아들 강하는 무관으로 입신하려 하지만 아비의 행적 때문에 좌절된다.

그 와중에 하우도의 아들인 상익은 규장각 벼슬아치의 몸종을 죽이는 사고를 치고. 이륜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아들 강하를 상익으로 위장시켜 송도로 보낸다.

캐릭터들이 많은 만큼 줄거리의 요약이 쉽지 않지만 크게 보면 '인왕산패'라는 상권 조직을 둘러싼 이야기다. 헐리우드 영화에서의 마피아 조직처럼 갈등, 배신, 복수, 여자 등이 등장한다. 장르적인 재미가 있다.

조직의 보스 하우도, 보스의 쓰레기 아들 하상익, 충직한 부하 이륜과 그의 아들 이강하. 이 정도의 캐릭터만 봤을 때 영화 <로드 투 퍼디션>과 같은 스토리(보스가 자신의 혈육을 위해 충직한 부하를 버리는)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가는 스토리였다면 김 샜을 것이다.

뜻밖의 대결 구도가 있어 흥미로웠는데 하우도 그의 부인 하명혜가 그랬다. 특히 하명혜의 서사가 특이하고 행동은 패기있더라. 앞으로의 스토리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

영화 감독이 쓴 소설이라 그런지 문장들이 이미지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현대 구어체 대사들은 좀 튀긴했으나 잘 맞았다. 조선 시대의 상업 용어들이나 시스템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었다.

책 표지의 제목 폰트 '묵계'가 무척 시원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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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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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운 가족과 단절할 용기를 주고 상처받은 나를 위로하는 책.

이 책은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없을 내용이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싶다고 느낀다면 무척 도움이 될 책이다.

불행히도 나는 후자에 속하는 부류다. 지금 이 시점에도 남보다도 못한 관계가 된 가족 구성원이 있다. 부끄러운 사실인데 이 책에 따르면 우리 중 40프로는 가족과 한 번은 멀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보편적인 고민거리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말부터 강렬하다.

"그래도 된다."

'가족이니까 참아야지,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니까, 괜찮아질거니까' 따위로 기대할 수 없는 해로운 가족 관계라면 과감히 끊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어떤 방식으로 끊어내고 어떤 경계선까지 범위를 허용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문장 하나하나가 명료하고 구체적이다. 뜬구름 잡거나 모호한 도덕적 교훈을 주려는 의도도 전혀 없다.

이렇게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이유는 저자인 셰리 캠벨의 경험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인 심리학자이자 가족 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평생을 고통받다 45세가 되어서야 가족과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족과 관계를 끊는 방법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자신을 돌보고 치유하는 방법도 구체적이다. 관계 단절 후 명절을 맞이하거나, 자녀에게 선물을 보내는 시도를 당할 때, 가족의 부고를 들을 때 등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어 도움이 될 듯 하다.

내용 중간 중간 '깨달음의 순간'과 '잠시 생각해볼 것'이라는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진 문장을 한 번 더 의미있게 기억하게 해준다.

읽기에 전혀 어렵지 않고 공감되는 문장이 많아서 단숨에 읽었다. 결국 핵심은 '나 자신의 행복'이라는 것에 크게 공감한다.

- 해로운 가족과는 관계를 끊어도 된다.
여러분의 행복에 계속해서 해가 되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관계를 정리해도 된다.
화가 나면 화내도 된다. 자신을 챙기고 필요한 것들을 얻어라. 상대가 용서해달라고 해도 순진하게 다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돌봐도 된다.나를 지키려면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고 일일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19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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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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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을 통해 기억 속의 상처를 회복하는 이야기.

서른 두살 '나우'는 여자친구 '하제'에게 곧 프로포즈할 예정이다. 하지만 원래 하제는 나우의 가장 친했던 '이내'의 여자친구였다. 열 다섯에 만나 5년 간 사귀던 이내와 하제. 하지만 고3때 이내가 세상을 떠나고 몇 년 후 나우는 하제와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우는 마음의 부담과 짐을 안고 있는데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칵테일은 마신 뒤 열 다섯의 그 때로 돌아가게 된다. 이내의 죽음을 막고 자신과 하제의 관계를 지키려는 나우의 노력이 펼쳐진다.

설정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세 인물의 결정적인 시간, 열 다섯, 열아홉, 스무 살, 그리고 현재인 서른 둘을 오고 가며 펼쳐지는 구성도 독특하다. 결론의 반전과 따스함도 좋았다.

하지만 타임슬립 장르에서 흔히 기대하게 되는 재미는 약했다. 이를테면 과거 회귀 후 현재의 지식으로 무언가를 바꾸거나 해결하는 재미는 덜 했다. 워낙 자극적인 회귀물에 길들여져서 이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도 읽어도 좋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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