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뱁, 잉글리시, 트랩 네오픽션 ON시리즈 25
김준녕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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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스토리다. 김준녕 작가의 전작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등과는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다. 마치 다른 작가의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작가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는 것을 확인했다.

영화로 치자면(실제로 소설에서도 영화를 예로 든 설명이 왕왕 나온다.) 장르 상업 영화를 잘 만든 감독이 차기작으로 발칙한 독립 예술 영화를 만든 느낌이다. 새로웠지만 다소 낯설기도 했다.

사회에서 도태된 남자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라이언'과 '준', '보타'가 주요 캐릭터다. 이들은 P시에 있는 영어 마을에 입소하여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한때는 번성했으나 이제는 망해가는 영어 마을.이곳에서 온전한 문장(full sentence)의 영어를 구사해야만 살아갈 수 있지만 이들은 안타깝게도 영어 실력이 형편없다.

'사회 부적응자들의 성장기' 혹은 '영어 마을 탈출기' 같은 단순한 내용 너머에 뭔가가 더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예상을 뛰어넘는다.

실제로 있는 파주 영어 마을을 연상시키는 곳에서 원어민이 아닌 러시아나 동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이 어설픈 영어를 하는 풍경부터 기묘하다. 하긴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영어 마을'은 얼마나 기묘한 목적을 갖고 세워진 곳인가. 대체 한국사회에서 영어가 뭐길래 오로지 영어만을 써야하는 가짜 사회를 만들었을까. 한때 이곳이 학생들의 필수 체험활동 코스였다는 것이 새삼 코미디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오래전 여기서 영화 포스터 촬영을 한 적이 있다. 얼핏보면 외국 로케이션 같으니) 작가가 어떻게 영어마을을 소재로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졌다.

영어로 대표되는 사회적 잣대에 도달하지 못한 인간 군상들의 다채로운 해프닝으로 읽혔다.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흥미로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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