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 -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영재 상식
신성권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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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깊이 있는 학술서도 아니고어려운 말도 거의 없는 편안한 책이다아이를 어느 정도 키웠거나 교직에 어느 정도 계신분이라면 그렇고 그런 책으로 읽힐 수 있을 것 같다하지만 아이를 막 키우기 시작했거나교사를 준비하는 단계 혹은 막 시작한 단계라면 이 책이 많이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앞으로의 실천 지침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누구를 영재라고 하는지영재들이 어떤 어려움을 격는지어떻게 영재를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안내를 하고 있다.

저자는 영재다멘사 회원인 영재가 자신에 대해 쓴 글인 듯싶다읽으면서 두 가지 관점을 가졌다하나는 부모로 내 아이를 바라 본 것이고하나는 교사로 학생을 바라 본 것이다많은 부모들이 자기 자식은 천재가 아닌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지만 내 아이는 천재는 아닌 것 같다하지만 영재적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정말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닌지만약 영재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였다그런데 영재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영재성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영재처럼 키우면 그게 바로 영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더 큰 관심은 학교에서 나에게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다맹자는 영재를 얻어 그를 교육함이 즐거움이라고 했다나 역시 그렇다하지만 저자가 걱정하듯교사인 내가 영재를 영재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게 교육을 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부모이건교사이건 영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3장 학교에 간 영재들을 읽으면서 뜨끔했다너무 우수해서 수업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3장 2절 교사는 창의적인 학생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더 선호한다.’(136)에는 이런 글이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라는 곳은 보편적 특성을 지닌 아이들을 기준으로 시스템에 무난히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설계되어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139) 이 시스템에 속하게 되면 영재라도 별 수 없게 된다다인 수의 학생들과 공부하고 생활하다 보면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것으로 아이들을 몰아가게 된다대부분의 교사는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다그런 교사의 눈에 영재의 행동이 쉬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을 것이다하지만 영재를 영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영재의 특이한 행동을 이해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고 실천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그것은 아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교사 자신을 위해서이도 하다결국 우리나라세상을 위해서이기도 한다아이들에게 덜 미안했으면 한다이 책이 그런 마음을 가진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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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잠시 멈춤 - 가장 소중한 것에 커넥트하기 위한 20년 디지털 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 2021 세종도서 문학나눔 교양부문 선정
고용석 지음 / 이지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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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디지털 중독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 이 책을 들었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점점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줄여야지 줄여야지 하면서도 그게 쉽지 않다. 다시 한번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졌다. 이 책은 디지털 중독에 빠졌던 중독자가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과 그 성과를 다룬 책이다. 실제 체험 스토리이기 때문에 더 믿음이 가는 이야기다. 미술교사라는 특성상 시각적이고 미술적인 이야기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다는 점이 있지만 나쁘지는 않다. 어쨌건 지나친 디지털은 피해야 하고 아날로그로의 복귀는 아름답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111절의 제목은 정크푸드보다 위험한 정크 인포메이션이다. 사람이 몸의 해악은 쉽게 알아차리지만 정신의 해악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옛날 맹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기 몸에 장애가 있으면 외국에 나가서라도 고치지만 자기 마음에 장애가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했다. 마음이 상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싶다. ‘오늘날 우리는 배 속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하게 받아들이면서 뇌 속에 들어가는 정보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22) 스마트폰, 인터넷, 텔레비전으로 인해 우리의 뇌는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 이는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나은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외로움, 분노조절 장애, 우울감 등을 50퍼센트나 더 느낀다고 한다.’(29) 스마트폰을 줄일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할수록 불행해지는 행위를 왜 해야 하는가!

 

독서교육을 하면서 스마트폰, 인터넷, 텔레비전의 디지털 삼총사를 꼭 언급한다. 이들 때문에 뇌가 망가진다고, 대신 이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독서를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안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독서시간보다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조사해 보니 초등학생들은 디지털 3총사를 평균적으로 3시간 정도 본다. 30분 이내로 보는 아이는 극소수고 심지어 5시간 이상 보는 아이들도 학급별로 한두 명은 있다.(8시간, 때론 12시간을 본다는 아이도 만나봤다.) 정말로 심각한 일이다. 부모들이 어떻게 이런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내 아이의 잘 못된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먼저 부모들이 변해야 한다. 문제는 부모들도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고, 부모 자신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이런 중독자들을 구제시키는 양서가 되기 바란다. 물론 많은 중독자들이 자기는 중독자가 아니라고 할 것이며, 중독자임을 인정하더라도 끝끝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스마트폰의 지배를 벗어나라고 했지만 이는 쉽지 않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뇌 속 도파민을 끊임없이 분출하게 한다.(43) 무료한 일상에서 매 순간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어찌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스마트폰 뉴스와 유튜브를 보다가 시간을 한없이 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뇌를 피곤하게 하고 도파민 분출을 방해한다.(54) 스마트폰은 깊은 잠을 방해하고(44) 치질의 원인이며(48) 사진 찍기로 인해 소중한 순간을 망치는 주범이며(51) 인간관계를 망치게 한다.(58)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너무너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 해악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줄이고 줄여야 한다.

 

3카메라를 디스커넥트 하라처럼 사진을 찍는 대신 장면을 눈에 넣고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여행지에서 하루 딱 세 장만 사진을 찍겠다(93)고 했다. 그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세 장 보다야 더 찍을 수 있겠지만 사진 찍는 데에만 정신을 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카메라뿐만 아니라 고요한 삶을 위한 음악 듣기도 줄이고(4), 구글링도 줄이고(5) 커뮤니티도 줄이라고 한다.(6) 마지막으로 식탁에서도 스마트폰을 보지 말라고 한다.(7) ‘디스커넥트라고 하면 완전히 끊는 것이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줄이자고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식탁에서 스마트폰 보기는 줄이는 게 아니라 끊어야 할 일이다. 음식을 건강하게 맛있게 먹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식사예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9마찰력에 커넥트 하는 드로잉10기억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3장의 반복 혹은 연결된 듯한 느낌이 있지만 앞선 말 한 대로 저자의 전공과 관련되는 일이니 그냥 넘어가자.

 

이 책을 읽고 실천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메모장 들고 다니며 기록하기와 스케치하기는 꼭 실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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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시대의 초등공부, DIY가 답이다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
우영식.임영재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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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럽게 도입된 원격수업이 코로나가 끝나면 없어질까? 대부분 원래 교실 수업으로 환원될 것이 뻔하다. 원격수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잃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격수업도 하나의 수업으로 자리를 잡았고, 교실 수업을 보완하는 수업 형태로 남게 될 것도 확실하다. 아직 코로나 시대이고 215월 지금도 2/3 등교에 묶여있다. 다시말해 1/3 아이들은 원격수업을 받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한다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스스로 학습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학습력 저하는 불보듯 뻔하다. 이럴 때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법은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깊이 있는 내용의 책은 아닌 듯 하다.(주제에 맞게 각 분야의 알맹이만 뽑아서 만들어 놓은 느낌이었다.-나쁘지 않다.^^) 학부모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이 아닐까 여겨진다. 문제는 이렇게 실천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쉽게 자신 있게 나설 수 없다는 점이다. 언택트이든 아니든 초등교육은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천은 어렵다. 특히나 6장의 부모의 할 일들은 학부모로서 많이 찔리게 했다. 2간섭을 조금씩 줄여서 공부 독립을 시키자거나 6절의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하는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와 같은 사항은 많이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대강의 나침판 역할을 확실히 해주고 있다. 이유를 달지 말고 이대로만 실천하려고 하자. 더 깊이 알고 싶은 것은 전문서적을 읽으면 된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몇 가지를 보자.

하나는 2장에서 메타 인지에 관한 것이다.(53)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도 어떤 현상에 빠져 해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하지만 목적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때 공부에 대한 조망은 꼭 필요하다. 53쪽의 메타 인지 능력을 높이는 질문들은 매우 유용하리라 본다. 아이에게 알려주고(처음에는 함께 짚어 보고) 종종 확인하게 한다면 좋을 것이다. 메타 인지에 자세한 소개는 42절에 있다.(저자 두 분이 따로 쓰신 듯?)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다.)

-나의 공부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 공부한 내용으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주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가?

-공부한 내용을 안 보고 말할 수 있는가?

-공부 목표를 달성하였는가?

 

3장에서 아이의 진로 및 진학 탐색 관련 온라인 검사’(97)아이의 학습상담 전 유용한 사전 검사’(108)도 책갈피 해놓았다. 아직 해보지는 못했지만, 온라인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서 좋았다.

 

5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수업 시간이 1시간이라면 2시간 정도의 자기 학습시간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밥을 먹는 시간보다 소화시키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결국 소화되어 몸속에서 영양분이 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와 같습니다.’(172) 정말 학부모, 학생 그리고 교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공부의 대부분은 자기 학습이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고학년이 갈수록 수동적인 수업이 늘어난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 비유대로 소화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음식물이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학습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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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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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흐름출판, 2021

 

솔직히 1부까지 읽는 것은 곤욕이었다. ‘문학적인 과학책이라고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이 말했지만 그것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인내하고(?) 2부와 3부로 읽은 것에 나에게 감사했다. 비로소 약간의 재미가 있었고, 나름 술술 읽혀 내려갔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글을 접하는 느낌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1부를 생략하거나, 2부에 함의 하던가 하는 방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여하튼 아직 읽지 않는 분들이 1부를 읽다가 나가떨어지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는 제목은 정말 잘 지었다. 물론 책의 내용이 숲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들지만, 그래도 우리가 상상하는 고요한 숲에 대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책 내용에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정말 숲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했다면 표리부동이란 비난을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의 제목에 맞춰 충분히 내용을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인데 왜 이것 저것 짬뽕해 놨을까? 이럴 바에야 더 광의의 내용이 포함되는 책 제목을 정했으면 어땠을까? 숲에 대해서만 관심있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고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책의 제목을 보고 선택한 독자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숲에 관심있는 독자가 이 책을 선택했다면 숲에 이야기에 집중해 주기를 바랬을 것이고, 그렇다면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특히 1부에서 너무 잡학사전식으로 나열해 놔서 정신이 없었다.)

 

저자는 말한다. 숲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은 모든 자연은 고요하지 않다고. 인간의 눈으로 인간의 능력으로 자연을, 다른 생명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고. 그래서 인간은 모든 생명과 자연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에 위대함을 경외해야한다고. 그렇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생명에, 자연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려 한다. 그리고 함께 공생하는(때론 먹고 먹히는 관계이기도 하겠지만) 것을 깨닫고, 우리 인간들도 그렇게 살아야 함을 깨닫는다.

 

생명의 경외를 알리기 위해 기네스북의 이야기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생명체는 땅속에서 자라는 조개뽕나무버섯이다. 이 버섯은 미국 오리건주 자연보호구역의 950헥타르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것은 축구장 678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면적이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이 버섯의 나이는 무려 2400살이다.’(31) 오호~. 카피타타털매미의 소리 기관은 1초에 최대 390번씩 딸깍 소리를 낼 수 있다.’(60), 갯가재는 낱눈 1만 개를 가졌고 그래서 절지동물로서는 놀라운 시력을 가졌다.’(88)와 같은 이야기도 있다. 1부에서 이런 과학적인 사실들이 많이 나열되고 있지만 앞서 말했듯, 이런 이야기는 숲이 고요하지 않다는 것과 별로 상관이 없다. ‘여치는 다리로 듣는다’(96)고 하는데, 여치가 다리로 듣건, 날개로 듣건 별 상관없는 이야기 아닌가?

 

이에 비해 2부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 중 떠돌이 거머리’(199)이야기는 백미다. , 염소, 토끼 같은 쓸개관 안에서 살던 것이 똥을 통해 밖으로 나오고 달팽이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개미로 이동하고 다시 양, 염소 등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6개월 정도의 여행기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3부에서는 아메리카너구리’(260)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너무나 똑똑한 너구리 때문에 인간들이 골치 썩는 이야기다. 하도 쓰레기통을 뒤져 인간들은 새로운 쓰레기통을 발명한다. 바로 쓰레기통의 뚜껑은 손잡이를 돌려야 열리고, 뚜껑 양옆에 잠금장치도 두 개나 있는 쓰레기통이다. 하지만 이 쓰레기통은 불과 몇 주 뒤에잠금 해제가 되었다. 그 집단의 다른 너구리들은 동료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 방법을 익혔고, 그렇게 얻은 정보로 쓰레기통 털이 경력을 쌓았다. 어린 너구리들도 어미로부터 쓰레기통 털이 수업을 받았다.’(262)고 한다. 인간이 본의 아니게 몇 년에 걸쳐 그들의 너구리를 점점 더 영리해지게 훈련시켰’(262)던 것이다.

 

저자는 야생토끼 전문가다. 그녀가 프랑크푸르트시내와 외곽지역을 돌아다니며 총 3,273개의 야생토끼 공중변소를 조사하러 다녔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경외를 금치 못했다. 토끼똥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려니 존경심마저 들정도다. 야생토끼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생명에 의사소통이 존재한다는 그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었다. 또 그녀가 연구하는 행동생물학자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 식물 등의 행동을 연구하고, 그 이야기를 풀어낸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가치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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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국가 대한민국 - 부족주의의 노예가 된 정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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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 사회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다 잘 되자고 하는 말인 걸 알지만 대한민국의 폐부를 찌르기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역사가 반드시 진보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대세는 진보를 거스를 수가 없다. 우리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저자야말로 커다란 공로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도 그런 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도 쓴 법이다. 저자는 이 책으로 인해 엄청난 욕을 먹을 각오를 했을 것이다. 현재 지지율은 낮아졌지만 콘크리트 지지자를 보유하고 있는 대통령이나, 민주당을 있는 힘껏 까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책의 의견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진심을 믿고 싶다. 이 책을 모두 읽는다면 충분히 진심이 느껴질 것이다.(누구를 욕하기 전에 그의 말의 진의를 깊게 생각해 보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는 스스로 ‘나의 문재인 정권 비판은 “너 잘 돼라”다.’(18)라며 사랑의 매를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저자가 사랑의 매가 폭력이 되지 않도록 잘 다독이며 글을 쓴 점도 칭찬해 주고 싶다.) 아직 임기가 1년이나 남았기에 그 시간 동안 개과천선이 충분하리라 믿고 쓴 글일 것이다.

 


‘세상이 발달하면서 부족사회나 부족국가는 사라졌지만, 그런 부족 본능은 살아남았다.’(116)고 하면서 ‘한국에서 편애와 연고주의를 포함하는 부족주의는 이념의 좌우를 초월하는 최상위 개념’(117)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부족주의는 중앙정치뿐 아니라 하위 정치에서도 그러하니 나라 전체가 부족국가라고 칭한 거겠다. 저자의 부족에 대한 생각은 ‘패거리’ 정도다.(130) 정말 수준 낮은 집단이라는 뜻이다.

 


나는 우리나라 정치를 볼 때 한 갓 ‘부족사회’에 불과하다는 저자의 지적에 반박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 정치 꼴이 나의 의지를 많이 꺾어 놓은 게 사실이다. 정말 한심한 게 사실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상대를 모두 ‘악마’로 만들어 벌이는 수준 낮은 정치를 보고 있자니 울화가 생기기도 한다. 저자의 말대로 ‘대립하는 상대방은 온갖 부정적인 특성을 다 갖고 있을망정 결코 악마’는 아니다.(32) 동시에 우리 편은 모두 옳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자신들을 무오류의 존재로 간주하거나 우기는 독선과 오만에 사로잡혀’(35) 있다면 현실을 변화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의 비판 대상에는 상하가 없다. 김어준, 박노자 같은 분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난’을 각오했을 터다. 2장에서 ‘문재인의 가부장제 페미니즘’,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재인의 마음’ 등의 소주제도 있다. 심지어 ‘문재인의 인사는 전반적으로 부족주의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126)며 부족국가의 대표로 치부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자학을 하면서 살 것인가! 그런 글을 읽어야 하는 안타까운, 불쌍한 국민에서 졸업하고 싶다. 제발 우리나라가 얼른 격조 있고 품격 높은 나라가 되어 저자가 이런 류의 책을 그만 쓰기를 바란다. 저자 덕분에 우리 정치가, 우리 국민의 수준이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이상 올라 전 세계가 선망하는 K-정치가 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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