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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잠시 멈춤 - 가장 소중한 것에 커넥트하기 위한 20년 디지털 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 2021 세종도서 문학나눔 교양부문 선정
고용석 지음 / 이지북 / 2021년 5월
평점 :
요즘 디지털 중독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 이 책을 들었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점점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줄여야지 줄여야지 하면서도 그게 쉽지 않다. 다시 한번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졌다. 이 책은 디지털 중독에 빠졌던 중독자가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과 그 성과를 다룬 책이다. 실제 체험 스토리이기 때문에 더 믿음이 가는 이야기다. 미술교사라는 특성상 시각적이고 미술적인 이야기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다는 점이 있지만 나쁘지는 않다. 어쨌건 지나친 디지털은 피해야 하고 아날로그로의 복귀는 아름답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1부 1장 1절의 제목은 ‘정크푸드보다 위험한 정크 인포메이션’이다. 사람이 몸의 해악은 쉽게 알아차리지만 정신의 해악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옛날 맹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기 몸에 장애가 있으면 외국에 나가서라도 고치지만 자기 마음에 장애가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했다. 마음이 상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싶다. ‘오늘날 우리는 배 속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하게 받아들이면서 뇌 속에 들어가는 정보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22) 스마트폰, 인터넷, 텔레비전으로 인해 우리의 뇌는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 이는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나은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외로움, 분노조절 장애, 우울감 등을 50퍼센트나 더 느낀다고 한다.’(29) 스마트폰을 줄일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할수록 불행해지는 행위를 왜 해야 하는가!
독서교육을 하면서 스마트폰, 인터넷, 텔레비전의 디지털 삼총사를 꼭 언급한다. 이들 때문에 뇌가 망가진다고, 대신 이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독서를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안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독서시간보다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조사해 보니 초등학생들은 디지털 3총사를 평균적으로 3시간 정도 본다. 30분 이내로 보는 아이는 극소수고 심지어 5시간 이상 보는 아이들도 학급별로 한두 명은 있다.(8시간, 때론 12시간을 본다는 아이도 만나봤다.) 정말로 심각한 일이다. 부모들이 어떻게 이런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내 아이의 잘 못된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먼저 부모들이 변해야 한다. 문제는 부모들도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고, 부모 자신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이런 중독자들을 구제시키는 양서가 되기 바란다. 물론 많은 중독자들이 자기는 중독자가 아니라고 할 것이며, 중독자임을 인정하더라도 끝끝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장 ‘스마트폰의 지배를 벗어나라’고 했지만 이는 쉽지 않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뇌 속 도파민을 끊임없이 분출하게 한다.(43) 무료한 일상에서 매 순간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어찌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스마트폰 뉴스와 유튜브를 보다가 시간을 한없이 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뇌를 피곤하게 하고 도파민 분출을 방해한다.(54) 스마트폰은 깊은 잠을 방해하고(44) 치질의 원인이며(48) 사진 찍기로 인해 소중한 순간을 망치는 주범이며(51) 인간관계를 망치게 한다.(58)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너무너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 해악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줄이고 줄여야 한다.
3장 ‘카메라를 디스커넥트 하라’처럼 사진을 찍는 대신 장면을 눈에 넣고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여행지에서 하루 딱 세 장만 사진을 찍겠다(93)고 했다. 그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세 장 보다야 더 찍을 수 있겠지만 사진 찍는 데에만 정신을 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카메라뿐만 아니라 고요한 삶을 위한 ‘음악 듣기’도 줄이고(4장), 구글링도 줄이고(5장) 커뮤니티도 줄이라고 한다.(6장) 마지막으로 식탁에서도 스마트폰을 보지 말라고 한다.(7장) ‘디스커넥트’라고 하면 완전히 끊는 것이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줄이자고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식탁에서 스마트폰 보기는 줄이는 게 아니라 끊어야 할 일이다. 음식을 건강하게 맛있게 먹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식사예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9장 ‘마찰력에 커넥트 하는 드로잉’과 10장 ‘기억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은 3장의 반복 혹은 연결된 듯한 느낌이 있지만 앞선 말 한 대로 저자의 전공과 관련되는 일이니 그냥 넘어가자.
이 책을 읽고 실천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메모장 들고 다니며 기록하기와 스케치하기는 꼭 실천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