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흐름출판, 2021

 

솔직히 1부까지 읽는 것은 곤욕이었다. ‘문학적인 과학책이라고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이 말했지만 그것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인내하고(?) 2부와 3부로 읽은 것에 나에게 감사했다. 비로소 약간의 재미가 있었고, 나름 술술 읽혀 내려갔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글을 접하는 느낌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1부를 생략하거나, 2부에 함의 하던가 하는 방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여하튼 아직 읽지 않는 분들이 1부를 읽다가 나가떨어지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는 제목은 정말 잘 지었다. 물론 책의 내용이 숲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들지만, 그래도 우리가 상상하는 고요한 숲에 대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책 내용에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정말 숲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했다면 표리부동이란 비난을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의 제목에 맞춰 충분히 내용을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인데 왜 이것 저것 짬뽕해 놨을까? 이럴 바에야 더 광의의 내용이 포함되는 책 제목을 정했으면 어땠을까? 숲에 대해서만 관심있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고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책의 제목을 보고 선택한 독자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숲에 관심있는 독자가 이 책을 선택했다면 숲에 이야기에 집중해 주기를 바랬을 것이고, 그렇다면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특히 1부에서 너무 잡학사전식으로 나열해 놔서 정신이 없었다.)

 

저자는 말한다. 숲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은 모든 자연은 고요하지 않다고. 인간의 눈으로 인간의 능력으로 자연을, 다른 생명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고. 그래서 인간은 모든 생명과 자연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에 위대함을 경외해야한다고. 그렇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생명에, 자연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려 한다. 그리고 함께 공생하는(때론 먹고 먹히는 관계이기도 하겠지만) 것을 깨닫고, 우리 인간들도 그렇게 살아야 함을 깨닫는다.

 

생명의 경외를 알리기 위해 기네스북의 이야기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생명체는 땅속에서 자라는 조개뽕나무버섯이다. 이 버섯은 미국 오리건주 자연보호구역의 950헥타르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것은 축구장 678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면적이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이 버섯의 나이는 무려 2400살이다.’(31) 오호~. 카피타타털매미의 소리 기관은 1초에 최대 390번씩 딸깍 소리를 낼 수 있다.’(60), 갯가재는 낱눈 1만 개를 가졌고 그래서 절지동물로서는 놀라운 시력을 가졌다.’(88)와 같은 이야기도 있다. 1부에서 이런 과학적인 사실들이 많이 나열되고 있지만 앞서 말했듯, 이런 이야기는 숲이 고요하지 않다는 것과 별로 상관이 없다. ‘여치는 다리로 듣는다’(96)고 하는데, 여치가 다리로 듣건, 날개로 듣건 별 상관없는 이야기 아닌가?

 

이에 비해 2부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 중 떠돌이 거머리’(199)이야기는 백미다. , 염소, 토끼 같은 쓸개관 안에서 살던 것이 똥을 통해 밖으로 나오고 달팽이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개미로 이동하고 다시 양, 염소 등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6개월 정도의 여행기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3부에서는 아메리카너구리’(260)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너무나 똑똑한 너구리 때문에 인간들이 골치 썩는 이야기다. 하도 쓰레기통을 뒤져 인간들은 새로운 쓰레기통을 발명한다. 바로 쓰레기통의 뚜껑은 손잡이를 돌려야 열리고, 뚜껑 양옆에 잠금장치도 두 개나 있는 쓰레기통이다. 하지만 이 쓰레기통은 불과 몇 주 뒤에잠금 해제가 되었다. 그 집단의 다른 너구리들은 동료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 방법을 익혔고, 그렇게 얻은 정보로 쓰레기통 털이 경력을 쌓았다. 어린 너구리들도 어미로부터 쓰레기통 털이 수업을 받았다.’(262)고 한다. 인간이 본의 아니게 몇 년에 걸쳐 그들의 너구리를 점점 더 영리해지게 훈련시켰’(262)던 것이다.

 

저자는 야생토끼 전문가다. 그녀가 프랑크푸르트시내와 외곽지역을 돌아다니며 총 3,273개의 야생토끼 공중변소를 조사하러 다녔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경외를 금치 못했다. 토끼똥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려니 존경심마저 들정도다. 야생토끼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생명에 의사소통이 존재한다는 그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었다. 또 그녀가 연구하는 행동생물학자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 식물 등의 행동을 연구하고, 그 이야기를 풀어낸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가치있다고 말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