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국가 대한민국 - 부족주의의 노예가 된 정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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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 사회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다 잘 되자고 하는 말인 걸 알지만 대한민국의 폐부를 찌르기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역사가 반드시 진보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대세는 진보를 거스를 수가 없다. 우리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저자야말로 커다란 공로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도 그런 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도 쓴 법이다. 저자는 이 책으로 인해 엄청난 욕을 먹을 각오를 했을 것이다. 현재 지지율은 낮아졌지만 콘크리트 지지자를 보유하고 있는 대통령이나, 민주당을 있는 힘껏 까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책의 의견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진심을 믿고 싶다. 이 책을 모두 읽는다면 충분히 진심이 느껴질 것이다.(누구를 욕하기 전에 그의 말의 진의를 깊게 생각해 보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는 스스로 ‘나의 문재인 정권 비판은 “너 잘 돼라”다.’(18)라며 사랑의 매를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저자가 사랑의 매가 폭력이 되지 않도록 잘 다독이며 글을 쓴 점도 칭찬해 주고 싶다.) 아직 임기가 1년이나 남았기에 그 시간 동안 개과천선이 충분하리라 믿고 쓴 글일 것이다.

 


‘세상이 발달하면서 부족사회나 부족국가는 사라졌지만, 그런 부족 본능은 살아남았다.’(116)고 하면서 ‘한국에서 편애와 연고주의를 포함하는 부족주의는 이념의 좌우를 초월하는 최상위 개념’(117)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부족주의는 중앙정치뿐 아니라 하위 정치에서도 그러하니 나라 전체가 부족국가라고 칭한 거겠다. 저자의 부족에 대한 생각은 ‘패거리’ 정도다.(130) 정말 수준 낮은 집단이라는 뜻이다.

 


나는 우리나라 정치를 볼 때 한 갓 ‘부족사회’에 불과하다는 저자의 지적에 반박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 정치 꼴이 나의 의지를 많이 꺾어 놓은 게 사실이다. 정말 한심한 게 사실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상대를 모두 ‘악마’로 만들어 벌이는 수준 낮은 정치를 보고 있자니 울화가 생기기도 한다. 저자의 말대로 ‘대립하는 상대방은 온갖 부정적인 특성을 다 갖고 있을망정 결코 악마’는 아니다.(32) 동시에 우리 편은 모두 옳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자신들을 무오류의 존재로 간주하거나 우기는 독선과 오만에 사로잡혀’(35) 있다면 현실을 변화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의 비판 대상에는 상하가 없다. 김어준, 박노자 같은 분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난’을 각오했을 터다. 2장에서 ‘문재인의 가부장제 페미니즘’,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재인의 마음’ 등의 소주제도 있다. 심지어 ‘문재인의 인사는 전반적으로 부족주의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126)며 부족국가의 대표로 치부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자학을 하면서 살 것인가! 그런 글을 읽어야 하는 안타까운, 불쌍한 국민에서 졸업하고 싶다. 제발 우리나라가 얼른 격조 있고 품격 높은 나라가 되어 저자가 이런 류의 책을 그만 쓰기를 바란다. 저자 덕분에 우리 정치가, 우리 국민의 수준이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이상 올라 전 세계가 선망하는 K-정치가 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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