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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를 완성하는 초등 독서법
남미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음악을 듣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활동이다. 더구나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더욱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건성으로 읽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읽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책을 제대로 잘 읽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때 제대로 읽는 법을 여러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읽고 보니 어른들에게 필요한 방법들이었다. 부모가 제대로 읽어야 자녀가 제대로 읽게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어느 누구나 독자로서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었다. 부모님 속을 썩이려고 일부러 책을 안 읽는 아이도 없었다. 일부러 공부를 못하려고 작정한 아이도 만나지 못했다. 다만 책을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못 읽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학습 능력이 빈약하여 성적이 낮은 학생이 되었을 뿐이었다.(p73)
초등학생들에게 책을 좋아하냐고 말하면 긍정적인 대답보다는 부정적인 대답이 많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 책 읽는 것이 지루해서, 왜 읽는지 이유를 몰라서, 책이 없어서, 독후감 쓰기가 싫어서 등을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그 이유를 살펴보면 책을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게 만드는 가정환경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우선 부모님들이 책을 읽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책이 없었다. 그리고 주위에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아이가 많았고,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도대체 책을 읽을 기회를 주지 않고 있었다. 부모님들이 적어도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이 책에 나와 있는 방법들을 하나하나씩 적용해 보기를 권한다. 2장에 나와 있는 것처럼 아이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가끔은 서점 나들이를 해야 한다. 저녁이면 둘러앉아 가족 독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책 부자가 되기 위해 책을 많이 사주어야 한다.
만약 자녀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3장에 있는 방법을 써야 한다. 만만한 책, 맛있는 책, 아름다운 책등으로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서 전제 조건이 있다. 그런 책임을 알기 위해서 부모가 먼저 읽어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매일 책을 읽고, 매번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책 읽는 모습을 쉼 없이 보여 줘야 한다.
여러 가지 책 읽기 방법을 소개한 4장도 마찬가지다. 영화배우처럼, 심청처럼, 서점 주인처럼 읽으라고 가르쳐준들 아이들이 그렇게 할 일이 만무다. 부모가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해야 한다. 이 책의 5장, 6장의 여러 방법들도 결국 부모의 실천을 가정하고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독서 방법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있다. 우리가 백화점의 물건을 모두 살 수 없듯, 이 책의 방법을 모두 실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녀들이 책을 사랑하고 많이 읽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나서서 책을 사랑하고 많이 읽어야 한다는 점이며, 이 책의 방법들을 몇 가지라도 좋으니 실천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라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하도 많아서 요즘은 책을 좋아하는지는 물어보지 않는다. 대신 이런 말을 해준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책을 좋아해. 난 너희들이 각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어떤 일이건 성공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해.”
논어 장구 서설 마지막에 정자의 책 읽은 사람들의 종류를 나열하고 있다.
“논어를 읽은 뒤에 전혀 아무런 일이 없는 자도 있으며, 읽은 뒤에 그 가운데 한두 구를 터득하고 기뻐하는 자도 있으며, 다 읽은 뒤에 좋아하는 자도 있으며, 다 읽은 뒤에 곧바로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는 자도 있다.”
정자는 논어를 읽은 뒤 분명히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었을’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적어 놓았던 주자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있은 후 논어는 나에게 내 인생의 책이 되었다. 모든 책이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인생에서 이런 책을 몇 권이라도 갖는다면 얼마나 축복받는 일인가! 그런데 이런 경험을 위해서는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즉 의도적인 책 읽기 방법을 알아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논어처럼 위대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배움이란 ‘패턴 북’을 배우는 일이다. 선생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패턴, 생각의 패턴, 판단의 패턴을 배우는 일이다. 우리가 좋은 선생에게 배우려는 것은 그들이 좋은 패턴 북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p34)
어떤 책을 읽던 책을 읽다 보면 책의 생각에 쫓아가게 된다. 저질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질의 ‘패턴’을 익힌다는 뜻이다. 특히 어린아이라면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부모의 관심이 매우 필요하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솝 우화’를 읽지 말라고 한 점이다. 이솝 우화처럼 문제 해결보다는 죽음과 파멸, 보복과 조소, 부정직과 속임수의 승리로 장식되어 있는 이야기(p104)는 피하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 옛이야기는 다 좋은 줄 알았는데, 사실 생각해 보고 권해야 할 듯싶다. 귀중한 것을 배웠다.
첨언
아쉬운 부분이 있다. 193쪽에 예시한 공자가 '남아수독오거서'를 강조했다고 했지만, 그 표현은 공자보다 훨씬 뒤의 ‘두보’의 시에서 나온 구절이다. 물론 공자는 공부를 많이 하라고는 하셨다. 또 혜시와 장자의 일화도 마찬가지다. 공자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장자의 시구를 자주 인용했다고 했지만, 장자 역시 공자보다도 뒷세대 사람이다. 어떻게 뒷세대 사람의 시구를 인용할 수 있겠는가!
다음은 217쪽의 콜럼버스의 이야기다. 그가 했다는 질문 ‘만약 배를 저어 계속 동쪽으로 가면 무엇이 나올까?’에서 동쪽이 아니라 서쪽일 것이다. 콜럼버스는 서쪽으로 가면 인도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대서양을 건넜다. 팩트체크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