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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2019.
지은이가 나무와 숲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절절히 표현되어 있는 책이다. 영국 위주의 나무와 숲에 대한 진술이 중심이지만 우리나라에 적용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거의 우리나라에도 있는 나무들이다.) 대신 내가 한국판 ‘나무의 모험’을 집필하고 싶은 생각이다. 원제는 ‘나무의 지혜’이다. 개인적으로 이게 더 맘에 든다.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 본다면 ‘나무에 대한 인간의 지혜’이다. 이 좋은 나무와 숲을 어리석은 인간들이 얼마나 망쳤는지, 또 지은이와 같은 이가 나무와 숲을 어떻게 살렸는지 구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인간이 지혜롭다면 지은이와 같이 할지어다! 우리나라도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숲 중에 방치된 곳이 많다. 이런 숲을 조금이나마 사는 것은 어떨까?(346) 우리나라에서 이런 숲은 산림녹화가 한창이던 60~70년대에 조성된 곳이다. 그곳은 분명 영국처럼 ‘나무들 아래 흙은 이제 다 죽고 산성화되어서 거의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중략) 너무 늦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제는 솎아줄 가치도 없다.’(347) 이런 숲을 사서 수종개량을 하는 거다. ‘트리하우스를 짓고, 오두막을 짓고, 숲을 굽고’(348) 하는 일은 아마 못할 것이다.(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숲에 활기가 돌아올 것이고, 땅이 고마워할 것이다. 그리고 자손들도 고마워할 것이다.’(349)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지금이다.’(168)라는 말은 중국 속담이지만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기 때문이다. 뭐 꼭 엄청나게 큰 숲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느 소설책에 있다는 다음의 대사는 짧지만 강렬하다. “자크,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면 나무라도 한 그루 땅에 심어 보거라. 네가 잘 때도 그 나무는 자랄 테니.”(39) 나는 은퇴 후 만인에게 공언했듯 시골로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황폐화된 나의 숲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다. 다른 많은 은퇴자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할 일이 없다면 숲으로 가세요. 그리고 나무 한 그루라도 좋으니 잘 키워보세요!” 혹시 알겠는가! 어느 책에 쓰인 대로 “나무 한 그루라도 심은 사람은 인드라의 극락에서 적어도 3만 년을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39)가 사실일지.
그런데 아무리 심어도 심기만 해서는 ‘거의’ 소용이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가꾸는 것이다. 물을 주고, 지탱해주고, 추위에 보호해 주고, 과실수에는 거름도 줘야 한다.(104) 그렇다면 분명 나무는 자라 날 것이고, 그렇다면 분명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을 줄 것이다. 나는 나의 숲에 백합나무를 심고 싶다. 묘목으로도 심고, 씨로도 심을 생각이다. 아마 20년은 지나야 제대로 된 꽃을 피우겠지? 그럼 저자처럼 벌도 치고 싶다. 잘하면 내가 죽기 전에 나무를 베어 팔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이 책에서는 백합나무가 소개되어 있지 않다!)
총평: 이 책은 나무와 숲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과학적 사실의 소개나 인문학적 소개도 그리 막히지 않는 걸 보면 번역도 편안하게 잘 되었다. 몇몇 낯선 낱말은 피할 수 없지만 친절한 각주로 읽을 수도 있다. 12개의 깊이 있는 나무 이야기도 좋았고, 간간이 넣어진 나무 그림과 소개도 좋았다. 나무와 숲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유익한 책임에 틀림없다!
기타: 이 책의 알 수 없는 특징은 지면 구성이 꽉 차면서도 위쪽으로 치우쳐있다는 것이다. 좌우는 좁고, 위도 자리가 없다. 그런데 아래는 광활하다. 왜일까? 궁금하다.
참나무의 번식에 ‘어치’가 공헌을 했다는 점이 의문시된다.(90) 어치가 도토리를 먹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어치가 도토리를 조금씩 모아 무더기로 땅에 묻어두기까지 할까? 이런 행동은 다람쥐가 한다. 사실이라면 신기한 일이다. 어치도 다람쥐와 함께 참나무 번식의 일등공신들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가을’에 나무 심기를 권하고 있다.(102) 그런데 우리나라는 식목일이 봄이다. 왜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다.
옥에 티:
107쪽 청산가리 성분에 -> 청산가리 성분이
좋은 표현:
꽃과 함께하면 행복을 배운다. 나무와 함께하면 사유를 배운다. - 존 스투어트 콜리스(138)
나무 공예는 일종의 치유다. - 지미 카터(207)
그렇게 갈이틀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왜 이제껏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허송세월했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232)
우리가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 한, 지구에서 나무가 동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278)
나무는 우리를 세 번 따뜻하게 해준다. 나무를 벨 때, 나무를 쌓아 올릴 때, 그리고 나무를 태울 때. 이 사실에 숲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294, 나도 숲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종이를 더 많이 소비하라고 권하고 싶다.(중략) 그러니 이 책을 보며 펄프가 괸 나무를 위해 눈물 흘리지 말자. 책 한 권을 더 사는 것이 숲을 구하는 길이다.(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