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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평점 :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메이븐, 2019.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책 속에는 따뜻하고 뜻깊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나무 의사의 나무 사랑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나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좀 더 많아졌다. 나무에서 비롯된 생각들이지만 인간의 삶과 연결 지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철학자의 책이라고 해도 빈말은 아니다. 글도 쉽게 쓰여, 전문 작가의 글이라고 해도 역시 무방하다. 천천히 사색하면서 읽으면 좋은 책이다. 좋은 글이 너무 많아 밑줄 그은 게 너무 많다. 외우고 싶은 글도 많다.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누구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고 장담한다. 저자에게 무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언젠가 나도 나무를 키우고 돌보면서 저자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
저자 가지고 있는 나무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생각한다. 남은 날들을 꼭 나무처럼만 살아가자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다가 미련 없이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처럼, 주어진 하루하루 후회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눈 감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7)
나도 그러고 싶다. ‘나무처럼’이란 말에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낌없이 나누는 삶,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삶, 기다릴 줄 아는 삶 등등등. 나도 나무처럼 살다가고 싶다.
지은이의 우직함을 알 수 있는 글이 있었다. 모두가 돈을 벌 목적으로 조경을 할 때 조경 대신 나무를 돌보는 직업을 택한 것이다. 스스로 말했듯 그 일은 그리 돈이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 일이 지금의 저자를 있게 했다. 저자의 이런 삶을 보고, 나 자신의 삶도 뒤돌아보았다. 나는 지금 하는 이 일이 돈 때문에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이 있어서인가? 무엇이건 간에 나중 나를 다시 한 번 뒤돌아보았을 때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보이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보이는 것에 역시 집중한다. 하지만 나무는 흙 위의 보이는 부분을 잘 키우기 위해 흙 아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 신경 쓴다. ‘나무를 키울 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눈에 보이는 줄기가 아니라 흙 속의 뿌리란다.’(31) 만약 보이는 부분만 신경 쓰고, 보이지 않는 부분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옮겨 심은 나무라고 가정해보자.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고, 뿌리째 뽑히게 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보이는 것에만 연연하지 말자.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에 더 신경을 쓰자. 특이 어린 시절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 뿌리에 온 힘을 쏟는 어린 시절을 유형기라고 한다.’(32)
어느 노스님의 말씀을 읽고 나는 연명치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 젊은 스님이 연락을 드린 모양인데 그냥 두시지요. 살 운명이면 그냥 둬도 살 것이고, 죽을 운명이면 아무리 애를 써도 죽지 않겠소.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려는 나무를 억지로 살려 내는 것도 순리는 아니지요.”(48) 식물도 그러한데, 사람이라고 다를 게 있는가!
좋은 글이 많지만 다음 글을 소개하고 싶다.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은 “아이에게나 아이를 인도해야 할 어른에게나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177)고 했다. 자연 대신에 수많은 공부를 대입해 보자. 수학을 아는 것은 수학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영어, 국어,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다. 누구를 아는 것은 누구를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좋은 글 모음
-나이를 먹을수록 제 속을 비우고 작은 생명들을 품는 나무를 보며 가진 것을 스스럼없이 나누는 삶, 비움으로서 채우는 생의 묘리를 깨닫곤 한다.(7)
-나무는 평화의 기술자다. 세상 그 무엇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존재 자체로 휴식이 되고 작은 평안을 가져다준다.(8)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24)
-지금도 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이렇게 되뇌곤 한다. 못한다고 말하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나아가 보자고, 때론 그 작은 한 걸음이 답일 때가 있다고.(28)
-그냥 이 공간에 오로지 머물러 보자.(40)
-나무에게 있어 버틴다는 것은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 내는 것이고, 어떤 시련에도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56)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끈기 있게 기다리는 자세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기다림 그 자체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96)
-내게 있어 산은 기를 쓰고 오르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멈춰 서서 머무르는 곳이었다.(104)
-볼품없는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 세상에 함부로 대해도 좋을 존재란 없다.(126)
-나는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사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166, 그냥 열심히 살면 되는데, 너무 열심히 살면 한계를 넘게 된다.)
-한때 나는 쓰러진 나무의 밑동을 얇게 켜 레코드 음반처럼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 먼 옛날의 바람 소리와 새소리, 인간이 일으킨 전쟁의 소리, 나무 앞에서 간절히 전하는 누군가의 기도 소리…. 그렇게 매 순간이 나이테에 기록되어 그 주위에서 발생한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소중한 역사이지 않을까.(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