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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파블로 - 세상의 한가운데서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3
호르헤 루한 지음, 키아라 카레르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9월
평점 :
호르헤 루한 글, 키아라 카레르 그림, 유아가다 옮김, 지양어린이, 2019.
옛날에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내가 라면을 먹을 때’를 읽었다. 어떤 아이는 문명의 혜택을 받고 살아가지만 지구의 어느 아이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옛날과 오늘처럼 시간의 차가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나라 작가가 ‘강경수’가 지은 ‘거짓말 같은 이야기’도 같은 흐름이다. 정말 외국 어느 아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가난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거짓말이 아니다.
일곱 명의 파블로도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첫 번째 파블로는 8살이다. 엄마의 존재는 모르겠으나 아빠는 광부의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닥치는 대로 아무것이나 급히 먹은 후’ 침대로 가서 곯아떨어진다. 삶의 고단함과 인간답지 못한 삶이 느껴지는 말이다. 닥치는 대로 먹는 것도, 아무거나 먹는 것도 마음이 아픈데 그마저도 급히 먹어야 하는 아빠는 어떤 삶을 사는 것이지. 아빠도 불쌍하지만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파블로가 더 걱정이다. 아빠의 그럼 모습을 보고 살아가는 파블로는 무엇을 느끼고 배울까? 그리고 미래의 파블로는 어떻게 될까?
세 번째 파블로는 ‘난민’이다. 아르헨티나가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옛날에는 군사정권인 적이 있었나 보다. 난민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시리아, 베네수엘라, 미국에서의 이야기가 바로 얼마 전이다.
네 번째 파블로는 이민자이지만 난민이나 별다를 게 없다. 꿈의 나라(?) 미국에 살지만 두 가족이 번갈아 가며 12시간씩 단칸방에서 살아간다. 인간다운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여섯 번째 파블로는 브라질에 산다. 그의 삶은 쓰레기장을 뒤지며 사는 것이다. 이 아이에게 신문기자라는 자가 나타나 말을 건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아이에게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라고 묻는다. “가고 싶어요.” “그런데 왜 안 가?”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하게 답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의도된 질문일 수 있다. 그러길 바란다.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아이를 통해 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조금이나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파블로도 난민이다. 얼마 전 일어났던 난민과 비슷하다. 미국의 국경을 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난민의 사례가 있었다. 미국 대통령은 그들을 철저히 막았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우린 미국을 욕할 자격이 없다. 작년 우리도 예멘 난민 때문에 한동안 홍역을 앓아야 했다. 우린 난민에 대해 매우 인색한 나라다. 난민 인정 비율은 형편없이 낮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나 국력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명확하다. 난민에 대하는 유럽의 사례를 보면 ‘국격’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서 슬퍼하거나, 가슴 아파하는 데서 끝나면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행동이 필요하다. 기부를 하거나, 봉사를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호응을 해주어야 한다.
책의 분위기는 내용에 흐름처럼 어둡고 무겁다. 작자는 문제를 던지고 해결해 주지 않았다. 그 몫은 독자에게 있다. 그냥 한 번 읽고 던지지 말기를. 그리고 책을 읽은 아이들이 파블로와 같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