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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클리어 - 불안을 실천으로 이끄는 기후 정의 행동 ㅣ 아르테 S 4
강양구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강양구 외, 아르테, 2019.
‘기술에 의한 기적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현대판 기우제를 멈춰야 한다.’(11) 이 말처럼 이 책에서 내 가슴을 후비는 말은 없다. 내 맘속에 일말이라도 이런 희망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당장 살기 위해서 소비를 하고, 자본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으면서 언젠가는 이런 문제들이 해소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 것인가? 같이 읽은 책 ‘지구를 빼앗지 마!’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우리는 후손이 누려야 할 혜택을 빼앗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가 오롯이 중국의 탓도 아닌데 언제까지 중국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당장 행동에 돌입해야 맞다. 요즘 2부제를 하고 있다. 홀숫날만 차를 몰고, 짝숫날은 카풀을 하고 있다. 차로 출근하면 17분 정도지만 지하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면 돌고 돌아 70분 정도가 걸린다.(70분이라고 하면 비웃으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4배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이유보다 근본적으로 내가 ‘자동차 중독’(29)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이용하려는 습관은 분명 ‘중독’수준이다. 아이쿠, 누구를 탓할 것인가! 2부제가 아니라 특별한 날에만 자가용을 몰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정우처럼 ‘걷는 사람’이 되어 볼까!
이 책에서는 미세먼지의 문제에서 중국만을 탓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문제에 집중하라고 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조차 우리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세먼지 경보가 울릴 때마다 중국 탓을 하지만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하지 못한다. 지금 주변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집어보라. 그것을 생산한 공장은 어디에 있는가.(32)
이는 정말 맞는 말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중국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내 원인 중 하나로 ‘경유차’(71)를 지목하고 있다. 왠지 찔렸다. 나도 경유차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11년을 탔다. 조만한 5등급 차라면서 경고장이 날아올 것 같다. 맘 같으면 10년은 더 타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만약 바꾼다면 하이브리드로 바꿀 것이다. 연비가 두 배는 나온다. 약간 비싸더라도 결국은 이익이다.
우리나라의 ‘교통`에너지`환경세’라는 세금이 있는지 몰랐고(단지 환경세가 있는 줄 알았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에 이어서 네 번째로 큰 규모인지는 더더욱 몰랐다.(89) 저자는 이렇게 큰돈이 제대로 쓰이기를 바라고 있다.(내 맘도 그렇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세금이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혹은 기후 위기에 대비하거나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교통 시설을 짓는 데 사용된다.(91)
휘발유나 경유에 부과하는 세금을 또다시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위한 도로에 사용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108)
너무 편한 교통을 약간은 불편하게 만들자. 그리고, 대중교통은 더 편하게 만들자. 누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더 편하다면 자가용을 집에 두고 나올 것이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모색하자.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처럼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135) 하지는 못하더라도, 영국과 프랑스처럼 2040년은 가능하지 않을까? 또 경유 자동차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 일 년에 몇 만 원 하는 환경 부담금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142) 영국처럼 경유차 신규 면허를 불허하는(160) 일은 너무 무리일까? 당장이 어렵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보자!
이유진 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세먼지 정책, 환경 정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한몫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이름하여 ‘그린 뉴딜’이다.(137) ‘그린 뉴딜은 자연과 인간, 사회와 경제가 공존하는 새로운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비용이 든다.’(146)
마지막으로 툰베리의 말을 다시 읽는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오로지 돈과 동화 같은 경제성장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13)-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기후 정의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 행동 정상 회의’에서 한 연설 중 일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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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다. 공기청정기는 곰팡이 핀 벽지 위에 한지 하나 덧바르듯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기계라는걸. 집 밖의 공기가 깨끗하지 않는 한 내 방이 언제나 청정 구역일 수는 없다.(7)
-인간은 자동차나 고속도로 없이 살 수 있어도 숨 쉬지 않고는 10분도 채 살 수 없다.(13)
-이제 한국 사회의 목표가 1인당 GDP 4만 달러가 되어서는 안 된다.(17)
-이 뻔한 경기 부양 정책으로 과연 우리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까.(40)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질문은 ‘어떻게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 부정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느냐’하는 것이어야 한다.(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