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이 - 제7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 ㅣ 웅진 우리그림책 160
채소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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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무언가 마음처럼 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해질 때면, 우리는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가 가슴 깊은 곳에 쌓인 답답함을 길게 내보내곤 합니다.
그렇게 한숨을 쉬고 나면 꽉 막혀 있던 마음도 조금은 풀리기도 합니다.

제7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 <한숨이>는 온 힘을 다해 내뱉은 한숨이 과연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동글동글 뭉게구름을 닮은 한숨이는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며 맨 먼저 마음을 잔뜩 뒤덮은 먹구름부터 하나하나 모읍니다.
먹구름을 배낭에 빠짐없이 담아 단단히 둘러메고, 두 주먹을 꼭 쥔 채 힘차게 출발합니다.

“북적이는 도시를 지나, 조용한 산길을 넘어,
구만 구천 개의 계단이 있는 깊은 숲으로 향해요.
길이 멀고 험해도, 짐이 무겁고 버거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요.”

밝은 빛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한숨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힘든 시간을 견디는 모습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워 그 마음을 덜어내기 위해 떠난 한숨이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에 나만 한숨을 쉬고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작은 위로를 받게 됩니다.
살다 보면 또 한숨 쉴 일이 생기겠지만, 그때는 내 걱정을 배낭에 가득 짊어지고 떠나는 한숨이의 모습이 떠올라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니 한숨을 쉬는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힘들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마음을 밖으로 내보내고 다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오늘 마음이 무겁다면 깊은 한숨 한 번쯤 내쉬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잘 쉬어 낸 한숨은 우리를 주저앉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걸어가게 하는 숨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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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팡팡 - 제7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 ㅣ 웅진 우리그림책 159
김혜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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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듯이, 중국집에 가면 늘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얼큰하고 개운한 짬뽕 국물도 좋지만, 입안 가득 착 감기는 달짝지근한 짜장면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지요.

제7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작인 <짜장팡팡>은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유쾌한 고민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앞으로 보고, 뒤집어 보는 그림책”이라는 독특한 구성 덕분에 탱글탱글한 면을 먼저 뽑을 수도 있고, 달큰한 짜장 소스부터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한 줄이 두 줄로, 두 줄이 네 줄로.” 순식간에 면발이 늘어나는 수타면을 먼저 뽑아봅시다.
숙련된 요리사의 손끝에서 마술처럼 변하는 반죽은 ”쭉쭉 더 길게! 흔들흔들 더 힘차게!“ 요리사의 손놀림에 따라 점점 더 많은 가닥으로 나뉩니다.
뜨거운 물속에 들어갔던 면발은 시원한 물속으로 퐁당 뛰어들어 탱탱한 탄력을 뽐냅니다.

근사한 한 그릇을 완성하려면 쫄깃한 면만큼이나 짜장 소스도 중요합니다.
알록달록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왁자지껄 소스를 만들어 가는 모습은 보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의 그림과 주방 안에서 들려오는 듯한 생생한 의성어는 면을 뽑고 소스를 만드는 과정을 더욱 실감 나게 하며 절로 입맛을 돋웁니다.
어느 쪽에서 읽기 시작하든 책의 중간에서 면과 소스가 만나고, 마침내 고소하고 맛있는 짜장면이 완성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탄생한 그림책은 단순히 짜장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책을 이쪽저쪽으로 뒤집어 보며 면을 뽑고 소스를 만드는 동안, 마치 실제 중국집 주방 한가운데에서 요리사와 함께 짜장면을 만들고 있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탱글탱글한 면과 달큰하고 고소한 짜장 소스가 어우러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책을 덮을 즈음에는 진짜 짜장면 한 그릇이 생각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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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스퀴데리 ㅣ 비명과 침묵 3
E.T.A. 호프만 지음, 장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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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니케북스에서 진행한 서평 이밴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니케북스에서 출간한 ‘비명과 침묵’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이자, ‘미스터리와 공포 문학의 원형을 이루는 고전들을 새롭게 소개’한다는 취지에 걸맞은 작품이다.
《마담 스퀴데리》는 독일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E.T.A. 호프만의 소설로, 17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독일 최초의 범죄소설로 평가받는다.

소설은 프랑스 실존 소설가 ‘마들렌 드 스퀴데리’를 모델로 삼아 루이 14세 집권 당시의 생생한 사회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당시 파리는 무차별적인 독살 사건과 기승을 부리는 보석 도둑으로 인해 귀족은 물론 서민들까지 극심한 공포에 떨던 시절이었다.

1680년 가을의 깊은 밤, 마담 스퀴데리의 집 대문을 두드리는 한 젊은이의 등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마담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며 하녀를 흉기로 위협하던 젊은이는 헌병대가 나타나자 상자를 마담에게 전해달라는 부탁을 남긴 채 도망친다.

젊은이가 남기고 간 상자 안에는 당대 최고의 귀금속 세공사가 만든 찬란한 보석과 함께 ‘투명인간들’이라 적힌 서명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도둑을 두려워하는 자
사랑받을 자격이 없나니”

마담 스퀴데리는 이 상자가 최근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보석 강도 살인 사건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사실 호프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생각나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 정도였다.
그가 에드거 앨런 포, 샤를 보들레르, 오노레 드 발자크, 니콜라이 고골 등 대문호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직접 곡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 예술가였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마담 스퀴데리》는 독일 최초의 범죄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오늘날의 범죄소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
마담 스퀴데리가 보석 도둑을 찾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탐문하거나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
그저 사건에 깊이 연루된 이가 스스로 마담을 찾아와 진실을 털어놓는 방식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소설은 치밀하고 논리적 수사 과정보다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비밀을 따라가는 전개이지만, 현대 스릴러와는 또 다른 결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동화 작가로만 알았던 호프만의 낯선 범죄소설을 통해 그 시대 궁중의 모습과 서민들의 일상, 그리고 수사 과정을 엿보며, 우리가 왜 여전히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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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책 ㅣ 별빛그림책방
파블로 네루다 지음, 팔로마 발디비아 그림, 남진희 옮김 / 별빛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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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별빛책방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게 됩니다.
어떤 질문은 즉각 답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또 어떤 질문은 끝내 답을 찾기 어렵기도 합니다.
커다란 판형에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 찬 그림책 <질문의 책>은 그야말로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저에게는 낯선 이름의 작가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에서 태어난 시인으로 ‘지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며 1971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칠십여 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태어난 팔로마 발디비아 역시 칠레 산티아고 출신의 작가로, 현재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라고 하네요.

멀고 먼 낯선 나라 칠레에서 온 이 그림책에는 “파블로 네루다가 던진 질문에 관한 시들에 그림을 입힌 선집으로, 기존 시집에 있던 320개의 질문 중 70개를 골라 인간과 자연, 정신과 지리 사이의 관계라는 맥락 안에서 재구성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서점 책 소개글에서 발췌)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은 철학적인 시인의 질문과 더불어, 하양과 검정 배경 위에 강렬한 색상으로 펼쳐지는 그림이 긴 사색을 더하게 합니다.
여기에 여섯 군데의 접이식 페이지를 펼치면 확장된 그림 속에서 대담하고 광활한 자연은 물론 먼 우주까지 생생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바위엔 왜 이리 주름도,
구멍도 많은 걸까?
하늘은 교향곡을 들려주는데
땅은 왜 귀뚜라미처럼 노래할까?
‘파랑’이 세상에 태어난 날,
누가 기쁨의 함성을 질렀을까?”

처음에는 단순한 질문의 나열로만 보이던 그림책이었지만, 여러 번 읽을수록 저마다의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좋은 답을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질문은 생각을 확장시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우리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게 합니다.

문득 어른이 되면서 언제부턴가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당연히 ’질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답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강박 속에서 살아왔던 게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정답과 효율에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질문하는 즐거움을 되찾아주는 멋진 쉼표 같은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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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
사와무라 이치 지음, 강영혜 옮김 / 리드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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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리드비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보기왕이 온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읽어온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은 인간의 악의와 토속 신앙을 교묘하게 엮어내는 오컬트 요소가 강한 이야기였다.
꽤 오랜만에 읽은 작가의 신간 <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은 예상을 깨고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일들을 직접 경험했거나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은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일행이 되어 한밤중 고속도로를 달리며 각자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고속 괴담’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영능력자를 취재하기 위해 작성한 건의서로 시작하는 ‘괴담 괴담’으로 마지막 장을 닫는다.

작품 속 이야기들은 자신이 직접 겪은 일,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일, 혹은 매스컴에 취재된 사건을 풀어가는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한다.
특히 신문 기사나 선배 소설가에게 전달받은 USB 메모리에 담긴 글 등 여러 형식을 차용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7편의 단편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마주한 존재들이 과연 무엇이었을지 오래도록 생각하게 된다.
신혼부부에게 닥친 공포의 진짜 의미는 무엇이었을지, 또 소설가가 그토록 읽고 싶어 했으나 끝내 독자에게 보여주지 않은 최강의 공포 소설 ‘마른 우물의 목소리‘는 과연 어떤 이야기였을지 깊은 여운과 함께 궁금증을 남긴다.

괴담 소설이라는 타이틀로 묶여 있지만, 몇몇 단편은 너무나 적나라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며 읽었다.
그중에서도 서술 트릭을 통해 독자의 뒤통수를 친 ’피리 부는 집‘은 그 어떤 소설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다.

책을 덮으며 문득 생각한다.
기존의 괴담 소설들이 단순히 기이한 사건을 모아두는 데 그쳤다면, 이 책은 달랐다.
오컬트의 장막을 걷어낸 자리에 남은 것은 현실의 고단함과 불합리함, 그리고 억울한 죽음이 얽힌 사연들이었다.
그 사연들은 작가의 새로운 매력과 무서운 저력을 실감하게 한다.

여름의 끝자락, ‘괴담’이라는 이름을 달고 찾아왔지만, 오히려 그 어떤 소설보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오싹하고 강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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