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는 건 뭘까?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미세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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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직관적이고 딱딱한 제목의 <싫다는 건 뭘까?>는 미세기 출판사의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의 아홉 번째 질문입니다.
오랫동안 어린이를 위한 동시를 쓰신 이상교 작가님의 글에 톡톡 튀는 독특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밤코 작가님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싫다는 건 ‘난 안 좋아!’라는 감정이 마음속에 가득해지는 거야”

그림책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싫음‘의 정의를 알려주고, 싫다는 감정을 참기만 하는 게 옳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마음에 싫다는 감정을 품고만 있지 말고 불편하고 싫은 것을 제거함으로 편안해지는 상황을 새 옷의 라벨을 예로 든 점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화라 더 이해가 쉽습니다.

만약 친구와의 사이에 싫다는 감정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알려주고, 싫은 걸 가만뒀을 때 무섭고 심각한 일이 생길 수도 있음을 알려줍니다.
특히 ‘싫어하는 게 많다고 반드시 속 좁고 나쁜 사람’이 아님을 단단히 일러주고 있습니다.

“싫다는 건 나를 알아 가는 열쇠야.
나는 어떤 이유로 그 무언가를 싫어하게 된 걸까?
이유를 생각하면서 자신을 꼼꼼히 돌아보게 돼.
이처럼 나를 알아 가게 하지.
나를 아는 지름길인 거야.”

지금이야 싫은 건 싫다고 말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싫다고 말하면 참을성 없는 아이로 치부하며 어른들이 싫은 것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을 참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어른이 된 뒤로도 누구 앞에서 싫다는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여태껏 지내왔습니다.
내가 싫다고 말하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할까 봐 또 나를 싫어할까 봐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참아 왔던 것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인 ‘싫다’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쉽게 이해되는 글과 귀여운 그림이 예시로 든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 어른이 덧붙여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싫은 게 많은 게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이뿐만이 아니라 양육자인 어른들도 꼭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으며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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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선물 피터 레이놀즈 단어 시리즈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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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문학동네 그림책 서포터즈 뭉끄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피터 레이놀즈’를 처음 알게 된 건 <#점>을 통해서입니다.
미술 시간이 끝났지만 하얀 도화지를 앞에 두고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베티에게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 보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라는
말을 건네 아이가 그리고 싶은 것을 스스로 그리게 했던 이야기는 가르친다는 의미를 돌아보게 했지요.

먼저 읽은 <단어수집가>는 단어를 모으는 제롬을 통해 단어가 주는 힘에 대해 느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단어의 선물> 역시 단어 수집가 제롬의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단어 수집을 열심히 하는 제롬은 “축하를 전하는 낱말, 희망을 전하는 낱말, 기쁨을 주는 낱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낱말”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단어 중에는 제롬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단어는 없었습니다.
“세일! 폭탄세일! 마지막 세일! 외부인 출입금지! 불법주차 견인조치! 폐업특가!” 처럼 차갑고 거칠고 날카로운 말들만 가득합니다.
신문 기사의 제목도 사람들의 대화 속에도 온통 실망과 짜증이 가득한 단어들뿐입니다.

<단어수집가> 속 제롬이 단어의 힘을 알게 됐다면 <단어의 선물> 속 제롬은 아름답고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들을 이용해 여러 사람과 함께 희망을 전해 줍니다.
제롬은 지금까지 모아두었던 단어들을 공원으로 가져가 사람들과 원하는 낱말들의 나무를 만들어 봅니다.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문장은 물론 세계 평화를 꿈꾸는 문장도 등장합니다.
단어가 모여 큰 소망이 되고 멋진 단어들로 가득 찬 나무는 모두의 마음을 한데 모이게 합니다.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작가의 자유분방하고 힘 있는 그림이 어울린 이야기는 마음을 따듯하게 하고 세상을 밝힙니다.
작가의 소망처럼 ‘긍정의 힘을 주는 단어들이 세상의 평화를 불러오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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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수집가 피터 레이놀즈 단어 시리즈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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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수집가인 제롬은
”이야기를 듣다가 왠지 관심이 가는 단어
지나가다가 눈길을 끄는 단어
책을 읽다가 문장 속에서 톡 튀어나오는 단어
기분이 좋아지는 말
소중한 단어
노래 같은 단어” 등등을 모읍니다.

제롬이 단어들을 모아놓은 낱말책은 나날이 두툼해지고
수집한 단어는 점점 많아집니다.
어느 날 제롬은 날씨, 식물, 감정, 외국어 등으로
분류해 놓은 낱말책을 옮기다 넘어져
단어들은 모두 뒤죽박죽 돼 버립니다.
그렇게 섞인 단어들은 상상도 안 해 본 문장이 되고
시가 되고 노래가 됩니다.

우리가 말하는 단어에는 그 단어만의 힘이 있습니다.
“괜찮아, 미안해, 고마워, 보고 싶었어”처럼
누군가에게 사랑과 용기를 주는 단어도 있고
”꺼져버려, 슬프네, 미워, 끝장나 버렸어“처럼
슬프고 절망적인 단어들도 있습니다.
제롬이 수집했던 단어들은 문장이 되면서 더 큰 힘을 갖게 되고
그 단어들이 모두의 것이 되는 순간 사람들과 함께
덩달아 제롬도 행복해집니다.

엉뚱하게 보이던 제롬의 단어 수집은
단순히 단어를 모아두는 것이 아닌
모두가 사용하는 언어가 되면서
그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의 힘을 믿고
꼭 필요한 좋은 말들을 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책 표지에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 제롬을 보며
다시 한번 단어의 힘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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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람들
이유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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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이유리 작가의 <#브로콜리펀치>를 읽고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진짜 현실을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구름 사람들>이라는 제목과 폭신한 솜사탕 같은 분홍색 구름이 가득한 표지를 보고 작가의 특기를 살린 환상적이고 말랑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지상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상공에 ‘정확히 뭔진 몰라도 아무튼 몸에 더럽게 나쁘다는 유독물질이 허공에 엉겨붙어 만들어진’(p10) 아름다운 분홍빛 구름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땅 사람들은 구름 때문에 동네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공 강우제를 뿌려 구름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지만 구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구름에서 나고 자라 이제 스무 살이 된 하늘은 병든 할아버지와 아버지, 엄마, 어린 동생과 함께 구름에서 여전히 살아간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안전장치 없는 사다리에 의지에 1.5킬로미터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일하는 하늘에게 인공 강우제보다 불행이 먼저 닥쳐오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속의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에 살았던 철거 위기의 ’난장이 가족’이 떠올랐다.
철거촌이 구름으로 바뀌었지만 하늘이 가족이 난장이 아버지와 영수, 영호, 영희 남매와 엄마를 보는 듯해 내내 마음이 아팠다.

‘땅 사람‘과 ’구름 사람’은 계급이 되어 구분 지어지고 갈 곳 없는 구름 사람들의 사정 따위는 살필 생각도 없이 땅 사람들은 ’친환경적’이고 ‘인도적‘인 ’납득 가능한’ 철거만을 원한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인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하늘과 가장 가까운 분홍 구름 속 사람들의 비극에는 눈감아 버리는 땅 사람들의 무관심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닮아서 부끄럽다.

땅 아래가 아닌 구름 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평소에 느끼던 구름 이미지를 뒤바꾼 탓에 더 무겁게 다가온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하늘의 모습이 터벅터벅 좁은 골목길을 걸어 철거촌으로 들어가는 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아프다.

하늘에게 찾아온 행운이 불행의 대가라는 생각과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 후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되기에 하늘의 생활이 더 헛헛해 보인다.
읽는 내내 슬펐고 제대로 구름을 쳐다볼 수 없었던 며칠이 계속되는 소설이었다.
부디 오늘의 하늘은 안온하고 평안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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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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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입분은 도둑으로 몰려 일하던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 집에 손님으로 온 마님을 따라 명성 아파트로 가게 된다.
1939년 여름,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이 명성 아파트에서 시작되자 입주민들은 물론 마님까지 촬영에 관심을 둔다.

순탄할 것 같은 영화 촬영은 단역을 맡아 촬영을 준비 중이던 관리인 우에다가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거기다 시체가 발견된 방에서는 누가 쓴 것인지 모를 <大韓獨立>이라는 불온한 글자가 나타나고 영화 촬영 관계자와 아파트 입주민 모두 용의선상에 오른다.

지금이야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아파트지만 1939년에 아파트가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며 소설 읽기를 시작했다.
소설은 열두 살 입분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암울한 시대의 이야기였지만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게 우리 명성아파트의 몇 안 되는 좋은 점이야. 문이 두꺼워서 안에서 뭘 해도 바깥에는 소리가 잘 새어 나가지 않거든? 안에서 누가 칼에 찔려 비명을 질러도 밖에서는 못 들을걸?” (pp. 33~34)

아파트의 장점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의 소리를 잠재우고 닫힌 문안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의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일제 강점기 혈혈단신인 입분이가 아파트가 언제 철거될지 모를 불안과 마님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도 냉철한 눈으로 사건을 꿰뚫는 통찰력은 아이답지 않아 더 놀랍다.

마음을 나누던 아파트 이웃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목숨쯤은 우습게 여기는 모습이 시대는 달라도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기에 씁쓸하기만 하다.
비밀에 싸인 마님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지만, 선인인지 악인인지 모호함에서 오는 불안과 흥미로움은 입분과 마님이 활약하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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