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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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입분은 도둑으로 몰려 일하던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 집에 손님으로 온 마님을 따라 명성 아파트로 가게 된다.
1939년 여름,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이 명성 아파트에서 시작되자 입주민들은 물론 마님까지 촬영에 관심을 둔다.

순탄할 것 같은 영화 촬영은 단역을 맡아 촬영을 준비 중이던 관리인 우에다가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거기다 시체가 발견된 방에서는 누가 쓴 것인지 모를 <大韓獨立>이라는 불온한 글자가 나타나고 영화 촬영 관계자와 아파트 입주민 모두 용의선상에 오른다.

지금이야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아파트지만 1939년에 아파트가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며 소설 읽기를 시작했다.
소설은 열두 살 입분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암울한 시대의 이야기였지만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게 우리 명성아파트의 몇 안 되는 좋은 점이야. 문이 두꺼워서 안에서 뭘 해도 바깥에는 소리가 잘 새어 나가지 않거든? 안에서 누가 칼에 찔려 비명을 질러도 밖에서는 못 들을걸?” (pp. 33~34)

아파트의 장점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의 소리를 잠재우고 닫힌 문안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의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일제 강점기 혈혈단신인 입분이가 아파트가 언제 철거될지 모를 불안과 마님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도 냉철한 눈으로 사건을 꿰뚫는 통찰력은 아이답지 않아 더 놀랍다.

마음을 나누던 아파트 이웃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목숨쯤은 우습게 여기는 모습이 시대는 달라도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기에 씁쓸하기만 하다.
비밀에 싸인 마님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지만, 선인인지 악인인지 모호함에서 오는 불안과 흥미로움은 입분과 마님이 활약하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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