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왕 - 정보라 소설집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여러가지로 멋진 책이다.
보통 띠지는 가로로 책 표지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여자들의 왕’의 띠지는 세로에 끼워져 있고 문구 또한 앗쌀하다.

전통적 상상의 중심이동,
화끈한 여자들의 권력투쟁!
정보라 작가의 여성주의 소설집

3편의 연작 소설과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은 여성들이 사건에 중심에 서 있고 그 사건의 주인공은 여성들이다.
자발적으로 성에 들어간 여성은 용감하고 불을 뿜는 용은 악명에 어울리지않는 심성을 갖고 있다.

언제나 장군이 남성에게 통용되는 호칭이었다면 소설 속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장군은 여성이다.
남자는 여자를 보좌하고 여자는 왕이 되기 위해 그의 어머니를 밟고 일어선다.
남성의 성과로 전해지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는 심박하게 여성들의 업적으로 그려진다.

정보라 작가 특유의 그로데스크한 설정에 거부감이 없다면 대단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소설이다.
어쩌다보니 구입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 읽게 됐다.
더 빨리 읽었더라면 여름,가을을 더 용감한 여성으로 살았을텐데 지금이라도 용감해지자!

📚이 책은 나오기도 전부터 “남자를 죽이는 여자들 이야기”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는데,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읽어주시면 좋겠다.여자들도 상상의 주인공이자 중심이 될 권리가 있다.그리고 전통적인 상상의 중심을 여성으로 옮기면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진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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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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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추리 소설의 좋은 점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점을 꼽자면 이야기가 짧다보니 엉킨 실타래처럼 사건이 꼬이지않고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복잡하지않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다 매 이야기마다 반전이 등장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소설 “백광”으로 적잖은 충격을 준 렌조 미키히코의 단편집은 단편 미스터리 소설의 장점을 다 갖고 있는 책이다.
이미 작가의 다른 단편집 회귀천 정사와 저녁 싸리 정사를 읽은터라 어떤 느낌에 이야기가 펼쳐질지짐작했지만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9편의 작품 모두 매운 맛의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분명히 내가 죽여서 아무도 모르게 처리한 아내의 시체가 엉뚱한 장소인 호텔에서 발견되었다는 전화를 받게 되는 남자 이야기(두 개의 얼굴)를 시작으로 아동 유괴 사건에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는 경찰관(과거에서 온 목소리),장애를 가진 소녀의 목숨을 빼앗아가려는 누군가의 이야기(화석의 열쇠)는 예측가능한 반전이지만 작가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남편과 아내의 의뢰를 받아 두 사람을 동시에 미행하는 흥신소 직원 이야기(기묘한 의뢰)와 어느 부분을 착각했나 다시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이야기(밤이여, 쥐들을 위해)도 있다.
사랑과 배신으로 얽힌 막장 아침드라마 급 이야기(이중생활)와 유명 배우가 자신과 꼭 닮은 남자와 얽히며 벌어진 이야기(대역)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영화 ‘다찌마와 Lee’에 등장인물처럼 대사를 읊조릴 것 같은 이야기(베이 시티에서 죽다)와 살인 현장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행동하는 초짜 선생님의 이야기(열린 어둠)는 작품이 쓰인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세상에 그런 멋이 있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보통의 인간 관계가 아닌 비상식적인 인간 관계를 다룬 소설에 일가견이 있다.
읽고나면 시원하고 개운하지는 않지만 사회 속 어딘가에 실제존재할 수도 있는 인물들일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진다.
출판사에서는 충격적인 반전에 소름 돋지 않았다면 100%로 환불해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나는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제공 받아 읽은 책이지만 구입했더라도 환불하지 않겠다.
반전은 말할 것도 없고 현실의 인간들이 나를 힘들게 할때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며 그래도 오늘 내가 만난 인간들은 양반이다고 스스로 위로하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제공 받아 읽은 책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자유롭게 느낌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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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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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를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현대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시대물인 미야베 월드 제2막을 더 좋아한다.
그 중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시리즈를 가장 좋아한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흑백의 방에서 풀어놓고 나면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방을 나서는 등장인물들의 보며 세상 별 것 없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미시마야 시리즈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독자는 단순한 청자가 될 수 밖에 없다보니 작가의 특기인 탐정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곤 했다.

이런 마음을 아셨는지 새로운 “기타기타 사건부” 시리즈가 출간되었고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다.
모시던 오캇피기 센키치 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거리로 내몰린 처지가 된 기타이치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장의 ‘붉은 술 문고’를 이어받게 된다.

기타이치는 문고를 팔기위해 시정을 돌아다니다 아이를 점지해 주는 효험이 있다는 그림을 받아 어렵게 낳은 아이가 죽고 그림 속 변재천님이 사라졌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림을 받은 이들은 그림을 그린 술 도매상을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과연 기타이치는 그림에 얽힌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지.

📚거짓말이란 건 말이다, 기타이치. 십중팔구는 ‘이랬으면 좋겠는데’라는 바람이 언어로 들어간 것일 뿐이야. (p130)

어느 날 도시락 가게인 모모이에서 부부와 어린 딸이 독극물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 해결을 위해 도신을 비롯해 검시의 달인인 구리야마 슈고로가 사건을 파헤쳐가고 기타이치도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기타이치는 특별히 뛰어나거나 대단한 청년이 아니다.
주위에 함께 사는 이들을 살피고 함께 슬퍼할 줄 알고 어려운 이웃을 최선을 다해 돕고 모시던 주인의 뜻을 이어받고자 노력할 뿐이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탐정 소설이 아니라 기타이치라는 젊은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겸손한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그를 응원하는 센키치 대장의 아내인 마쓰바가 있고 중요한 순간에 등장해 도움을 주는 친구 기타지가 있다.
그의 심성을 아는 많은 이들은 그를 위해 크게 작게 돕는 모습은 혈혈단신인 그에게 내려진 축복처럼 느껴진다.

에도 시대 거리의 모습은 물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에서 기타이치는 얼마나 더 성장하고 공중목욕탕에서 불 피우는 일을 하며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기타지가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된다.
뛰어나지 않아 더 매력적이고 다른 이들과 함께 연대하는 기타이치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기타기타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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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노래
레스 벨레츠키 지음, 데이비드 너니 외 그림, 최희빈 옮김 / 영림카디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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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내 소유의 책도 없던 초록콩에게 책에 대한 첫기억은 화려한 새사진이 있던 사진집이었어요.
17살 차이난 큰오빠가 사다준 건데 참새나 제비같은 집 주변 흔한 새나 보던 저는 세상에 이렇게 화려한 빛깔의 새가 있나 깜짝 놀랐던 기억이납니다.
이 책은 그런 어릴 적 추억에 QR코드라는 과학이 결합하여 훨씬 실감나게 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6개 장으로 나뉘며, 각 장마다 다른 대륙을 다룬다.다만 남극에는 서식하는 새는 종류가 적어서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각 장은 그 대륙의 특색 있는 새를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그 옆에 있는 마이크 랭먼이 그린 매력적인 풍경화에서 각 대륙의 자연 환경과 그 장에서 다루는 몇몇 새도 볼 수 있다.

순서없이 새 그림만 보는 것도 좋습니다.
대륙별로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아니면 차례차례 페이지를 넘겨가며 어떤 목소리로 노래할까 상상해 보고 QR코드로 찍어 새소리를 듣는 것도 즐겁습니다.
간단한 설명글만 읽어도 좋고 설명글에 나온 새소리가 진짜 새소리와 얼마나 같은 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글자로 표현된 새소리를 보고 새소리를 들으면 진짜 그렇게 들리는 듯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새 200종을 담은 책은 유려한 그림과 친절한 설명에 독자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는 물론 새를 좋아하는 독자는 말 할 것도 없고 새에 별 흥미가 없는 누구라도 일단 한 번 책을 펼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되는 신비한 책입니다.
저는 가족들에게 맘에 드는 새를 고르게 하고 소리를 들려 주었습니다.
남편은 처음엔 귀찮아하더니 나중엔 주도적으로 새소리를 듣고 맘에 드는 새소리는 저에게도 들려주었습니다.
아마도 오랜시간 우리집에서 사랑받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신기하고 멋진 책 보내주신 영림카디널 출판사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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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에서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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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이름이 알려진 소설가인듯 한데 ‘이국에서’가 처음 읽게 된 작가의 소설이다.
인구 300만 도시의 시장 최측근인 황선호는 뇌물 관련 사건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잘 알려지지않은 나라 보보민주공화국으로 숨어든다.

“하늘빛이 투명하고 태양빛이 순수한” 보보공화국의 실제는 청결하지 못한 환경과 뜨거운 기후가 사람을 힘들게 하고 군부 쿠데타와 난민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였다.
이름까지 숨긴 황선호는 보보의 난민 정책에 의해 갈 곳 없는 외부인 신세가 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보보민주공화국이 멀리 떨어진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을 여러 번하게 된다.
몇몇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편한 마음으로 소설을 즐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어느 도시의 사건의 경험자인 까닭에 괴로워하고 평범한 삶을 버리고 사랑하는 이마저 외면한 체 자전거를 탈 수 밖에 없었던 김경호가 보보에서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맞설때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하기도 괴로웠다.
우리나라에서 내부인이 나는 과연 외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 반성하게 했다.

📚 “네가 원하는 일을 해라.남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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