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책날개에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소개된 작가는 SF 어워드 중.단편 소설 부문 대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8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 소설집은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신경을 자극하는 탓에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다수의 이야기가 여전히 터부시하는 성소수자 이야기를 담고 있는 탓에 호불호가 갈릴 만하지만 무겁거나 우울하게만 그려지지 않아 좋다.뱀파이어가 존재하고 그들 중에는 동성애자도 존재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소수자의 위치에 있고 부치인 동성애자는 섹스 로봇에게 사랑을 배우기도 한다.유전자 편집을 통해 아이돌이 될 아이가 태어나고 오직 어린아이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세상에선 죽은 부모의 재판에 먼저 죽은 아이가 증인이 되기도 한다.거기다 동성애자가 평범하고 당연한 세상에서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혼성 클럽에 가는 은아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느끼게 한다.피아니스트 성공하고 싶지만, 손가락이 짧아 좌절하던 여자가 인생 역전을 위해 선택한 거래와 마법을 쓰는 마녀이지만 흑마법은 절대 쓰지 않는 여자에게 들어온 의뢰의 진행 과정도 흥미롭다.취약한 환경의 어린 시절을 보내던 아이가 겪은 신비한 이야기까지 소설집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덤덤하게 그리고 우울하게도 이야기를 이어간다.8편의 소설은 모두 현재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시점인지 정확히 서술하고 있지 않다.여전히 성소수자들은 정체를 숨기고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방법으로 태어난 아이의 재능에 경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혐오하고 분노한다.그곳의 사람들 역시 소수인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특히 <성별을 뛰어넘는 사랑>에서는 우리가 구분하는 정상과 비정상이 얼마나 얄팍한 분류인지가 느껴진다.그러기에 이성애자가 소수인 상황인 세상에 동성애자의 비밀스러운 연애가 현실을 한껏 비틀어 놓고 있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인간의 다양한 삶을 잣대로 쟀을 때 똑같은 길이의 삶이 있을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정해진 하나의 잣대로 누군가의 삶을 측정하곤 한다.“멜론은 자신이 좋았다. 천국에서는 그 누구도 멜론에게 멜론이 아닌 이름을 붙이지 않았고, 여자라느니 남자라느니 나누지 않았고, 부모님에게 돈이 많고 적고나 사는 집이 넓고 좁고를 따지지 않았으며, 어른이 되면 거짓임을 알게 되는 가짜 지식을 가르치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을 따르라고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런 것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때리거나 혼내지도 않았다.”(p113, 노 어덜트 헤븐)분류하고 구분 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기에 이야기는 슬펐고, 누군가에게는 미안해지는 순간들이었다.
<길벗어린이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1908년 처음 출간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작가가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묶어 출간한 책이라고 합니다.저는 아이가 어릴 적 함께 원작 동화를 읽으며 두꺼비가 일으키는 말썽과 탈옥 후 모험에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이번에 새롭게 각색해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한 동화를 읽으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더 즐겁게 읽었습니다.봄맞이 대청소를 하던 두더지는 청소가 지긋지긋해져 싱그러운 기운이 감도는 바깥으로 나가 봄을 즐겼습니다.두더지는 햇살을 느끼고 산들바람이 풀밭을 물결처럼 흔드는 걸 보며 산책합니다.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망망대해로 흘러갈 강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상상할 때 물쥐가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둘은 친구가 돼 뱃놀이하게 되고 그곳에서 금방 싫증을 내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두꺼비를 마주치게 됩니다.제가 읽은 동화는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기에 130페이지로 각색한 그래픽 노블이 너무 많이 축약된 건 아닐지 걱정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읽어가면서 진중한 성격의 두더지, 친화력이 있고 친구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오지랖 넓은 물쥐, 그리고 우직한 오소리, 거기다 정도 많고 친구도 좋아하지만, 자동차라면 물불 안 가리는 사고뭉치 두꺼비까지 동화 속 모습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특히나 감옥에서 탈출한 두꺼비가 도주하는 장면은 글만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표현돼 집중하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생생한 동물들의 일상과 감초처럼 등장해 두꺼비를 구해내는 고슴도치 형제의 활약은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계절마다 변화하는 아름다운 숲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친구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저택을 찾은 두꺼비가 다음에는 자동차가 아닌 어떤 것에 빠질지 나오는 그림 힌트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집니다.동화를 읽었어도 아직 읽지 않았다고 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래픽 노블입니다.
나는 <디지몬 어드벤처>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 그 세대를 양육하며 디지몬을 함께 본 엄마이다.그래서 디지몬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집중하던 아이들이 생각나고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이미 여러 권 읽었던지라 그 필력을 믿고 작가가 들려주는 디지몬에 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고른 책이다.읽으면서 예상과는 다른 방향의 글이었지만 디지몬이 작가의 인생에 준 영향을 들으며 괜히 가슴이 찡해졌다.어린 시절 디지털 세상 속의 디지몬이 갖고 싶었던 아이는 작가가 됐고, 긴 시간 어머니를 돌보며 살고 있는 대견함에 마음이 먹먹해진다.낯익은 디지몬들의 이름과 주인공들의 대사가 작가를 통해 전달되면서 정제되고 철학적으로 느껴진다.지금까지 작가의 개인사를 모르고 읽었던 소설에서 느껴지던 쓸쓸함과 고독함의 근원을 들여다본 듯하다.디지몬처럼 성장하고 진화해 가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나는 디지몬의 진화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도, 그 진화가 완전한 성장이 아니라는 점도 좋다. 디지몬은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진화할 수 있고 다시 돌아온다. 잘못 진화하면 다시 진화하면 된다.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무언가 그릇된 것처럼 느껴지면 나는 이 문장을 자주 상기한다. ‘괜찮아, 다시 진화하면 돼.’ (p46)“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물론 엄마에게 더 좋았겠지만, 그게 정말 우리 삶의 최상이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 더 나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어. 겪어보지 않은 세계가 최상일 거라 생각하지 마. 지금 우리의 현실이 가장 행복하고, 견딜 수 있는 상황일 거야.“ (p82)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소중한책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기담, 괴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지라 양재천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덜컥 골랐다.역시 기담, 괴담이 붙은 제목은 실패한 적이 없었고 지명이 붙은 소설은 더 오싹하고 괴기스럽다.8편의 기담이 실린 소설집은 모두 양재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근처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불쌍해서 고양이를 죽였다고 강변하는 ‘살‘속의 등장인물이 현실 속 인물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중독의 늪에 빠져 자신을 죽이는 인간의 우매함을 그린 ’품은 만두’와 ’기억의 커피‘ 속 인물들의 참을 수 없는 욕망에 따른 기행이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시어머니와 티타임‘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들어온 여자가 느끼는 부당하고 불편한 감정을 며느리가 된 후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고 해도 동의하며 읽을 것이다.’자판기와 철용 씨‘ 역시 세상에 존재하는 약자에 대한 실제 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고 끊임없이 ’사유지‘ 속에서 헤매는 남자의 회사 생활이 그에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남유하의 첫 실화 소설”이라는 문구가 뒤표지에 적혀 있지만 실제 작가가 소설 그대로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아니다.실제로 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옳은 듯한 소설은 실화 소설이 아닌 허구라도 아주 공포스럽다.작가의 말을 읽으며 작가가 경험한 기기묘묘한 일들을 소설 속의 이야기와 비교해 보게 된다.양재천 근처가 아니라도 사유지를 헤매는 남자를 본 적 없는지 자판기를 관리하는 철용 씨와 마주친 적은 없는지 아니면 고부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알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소설은 읽는 내내 누군가가 떠오르고 내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악의를 들여다보게 한다.소설이 실화가 되는 경험이 넘쳐나는 세상에 <양재천 기담> 속 이야기가 모두 거짓이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여름의 끝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담을 읽고 났더니 어느새 가을이 가까이 와 버렸다.한밤중 오싹해진 날씨만큼이나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괴담이 무척 현실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