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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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롯코산에 있는 아버지의 친구 별장에 가게 된 스스무는 열 네살 동갑내기인 가즈히코와 함께 연못에 놀러 간다.
그 곳에서 자신을 연못 요정이라고 말하는 가오루를 만나게 된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롯코산이 배경인 1952년엔 스스무와 가즈히코, 가오루가 함께 보내는 즐거운 여름 방학이야기다.
1935년은 스스무와 가즈히코의 아버지가 외국 출장에서 만난 신비한 여성 아이다 미치코가 이야기의 중심이고 1940년에서 1945년은 가족의 반대로 기관사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가오루의 고모 미치코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화자와 배경이 된 시간은 수시로 바뀌지만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전쟁 중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부잣집 남자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만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여름 방학 이야기로 새침하지만 친절한 여학생을 사이에 둔 두 남학생의 이야기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마음이 읽혀져 미소 짓게 한다.

소설을 읽으며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없다.
여름 방학을 즐기는 귀여운 아이들을 따라가고 평소에 갖고 있던 선입견만 버린다면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때 경악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범인의 정체를 마지막에 드러나고 싶어하니 독자는 거기에 따르면 그만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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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건너기 소설의 첫 만남 30
천선란 지음, 리툰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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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서 소설로 가는 징검다리, 더 깊은 독서를 위한 마중물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소설의 첫 만남’시리즈의 30번 째 이야기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천선란 작가의 이야기에 #리툰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우주 비행사 공효가 자아 안정 훈련의 하나인 어린 자신을 만나기 위해 캡슐 알약을 삼킨다.
자신의 기억으로 만든 가상 공간에서 ‘나’(공효)는 어린 공효를 만난다.
엄마의 무심함과 작은 일에도 상처 받았던 어린 공효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꼭 끌어안는 것이다.

만약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어린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이미 지난 온 날들은 한없이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어린 나에게 공효가 그랬던 것처럼 꼭 끌어안는 것, 그것말고 또 뭐가 필요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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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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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보고 지나쳤으면 후회했을 책, 도서관에서 출판사만 보고 집어온 책인데 딱 취향저격이다.
이야기는 고급 요양원에 있는 예순다섯 할머니의 회고로 시작한다.
3부로 나눈 소설은 1965년 부터 현재인 2015년 동안 살아온 세월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지만 이야기 속 복선과 반전은 책을 덮고도 긴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는 생년월일이 같은 두 여자 기미와 요코의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동생 부부의 죽음으로 빚쟁이에게 쫓기며 장애가 있는 조카 다쓰야를 키워야 하는 요코는 기미의 소개로 어릴 적 친구 유키오네 입주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어린 시절 엄마와 헤어져 어렵게 살아오던 유키오는 건실한 사업체를 가진 친모를 만나지만 엄마는 병으로 사망하고 계부인 난바 선생과 살고 있다.
난바 선생은 사업체를 모두 유키오에게 맡기고 유유자적 살아가면서 말을 못하는 다쓰야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많은 것을 알려준다.
유키오 역시 다쓰야를 아끼고 그런 유키오를 요코는 점점 마음 속에 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난바 선생이 갑자스럽게 사망하고 집안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50년이라는 긴 시간의 이야기는 가난했던 시절 출구가 없던 어린 남녀와 남보기에는 평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노령의 남녀의 비밀이 드러나는 이야기다.
2부 지쿠호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일상은 눈물이 나올만큼 가슴 아프다.
한 번 잘못 채운 단추같은 인생은 한 없이 어긋나고 평생 가슴에 큰 돌덩이를 안고 살아가는 그들이 가엾다.

그들의 범죄가 그들만의 것이었나 생각해 보게 한다.
누가 진짜 죄인일까, 만약 그들의 선택이 달랐다면 그들은 어떤 인생을 살게 됐을까 생각하게 된다.
별 의미없었던 이야기의 떡밥이 회수되는 3부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감탄하게 된다.
치과 치료, 까마귀, 망원경, 누에, 달마 모양 방울 등등 허투루 진행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주인공들의 사연에 가슴 아파본 적은 오랜만 인 것 같다.
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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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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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가 선보이는 본격 역사 미스터리 모험담”

설자은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다.
때는 통일 신라 시대 오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미은은 오빠 설자은이 되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다.
유학을 무사히 마치고 고향인 신라의 수도 금성으로 돌아오는 배안에서 백제 출신의 목인곤을 만나게 되고 고립된 배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비상한 두뇌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알아낸 설자은은 남장 여자라는 자신의 비밀을 아는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이게 되고 과거 오빠인 자은과 인연이 있던 집안의 사건을 해결하고 똘똘한 동생이 참여한 김쌈대회에서 일어난 사건까지 해결한다.
그리고 왕이 주체한 연회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고 왕 앞에 불려가게 된다.

소설은 설자은과 목인곤이 협력해 네 가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왕 앞에 불려나가기도 하지만 소설은 순한 맛으로 평소에 읽던 미스터리 소설보다 긴장감이 덜한 이야기들이다.
남자가 아닌 남장 여자라는 컨셉과 그를 보안하는 식객 인곤의 캐미는 탐정 소설 속 등장인물을 떠오르게도 하지만 인곤은 보조자 역할이고 설자은이 활약이 두드러져 또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정세랑 작가의 팬이고 한 번 시작한 시리즈니 아마도 시리즈 끝까지 갈 듯 하니 작가님 다음 이야기에는 좀 쌘 맛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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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의 사랑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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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의 사랑”……. 癡는 '어리석을 치'라는 한자로, '어리석다', '미치다'를 뜻한다.(나무위키)

제목과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하는 소설이다.


다니자키는 데뷔작 ‘문신’ (1910)부터 75세에 발표한 ‘미친 노인의 일기’(1961)까지 장장 오십오 년 동안 오로지 여자의 흰 살갗과 발이 가져다주는 희열만을 그린 작가다.(p303,옮긴이의 말)

소설의 내용은 별거 없다.
카페의 점원인 15세 소녀 나오미를 군자라는 별명이 붙은 스물 여덟의 건실한 샐러리맨인 가와이 조지가 한눈에 반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모던걸을 만들기 위해 음악과 영어를 가르치지만 나오미는 사치가 심하고 여러 남자들과 어울려 다닌다.
여자를 자신에 기준에 맞춰 키우다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할 계획이었던 조지는 나오미와 혼인 신고까지 하지만 그녀의 방탕함은 도를 지나친다.

얼마나 구역질나는 줄거리인지……
근데 이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읽다보면 책을 놓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절대로 조지와 나오미와의 관계를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다니자키의 글은 알면서도 불빛이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독자를 끄는 힘이있다.
사랑이라는 게 누군가가 이해하는 감정이 아닌 각자의 모습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조지가 자신과 나오미가 겪은 팔 년의 세월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의 소설은 큰 깨달음을 주거나 기대했던 대단한 애로틱함을 선사하지는 않지만 책을 덮으며 아주 어린 나이에 길들여지고 길들인 나오미와 조지가 관계가 이해되기도 한다.
더 젊어서 읽었다면 불쾌했을 수도 있는 소설은 내가 살아온 세월의 탓인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퉁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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