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이 흐린 날엔 그림책을 펴세요
야나기다 구니오 지음, 한명희 옮김 / 수희재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큰 아이가 올 해 12살이니 내가 그림책을 봐 온 게 10년이 넘은 듯하다.
처음 갖게 된 그림책은 내가 고른 게 아닌 출판사 영업 사원이던 남편 친구가 권해 준 전집이었다.
특별히 태교로 그림책을 읽어주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샀으니 읽어보자는 식으로 읽기 시작한 그림책은 다른 책에서와는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다행히 아이도 그림책을 읽어주면 반응을 보였고 두 돌 무렵부터 본격적인 그림책 보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는 수많은 그림책이 있고 그 중에 좋은 그림책도,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될 수 있으면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어주고 싶은 마음에 공부하듯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나중엔 그림책만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힘들고 짜증스러울 때도 많았지만 두 녀석을 앞 옆에 두고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이게 행복이다 싶었다.
그림에 빠져 들어 읽어주는 엄마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들들이 나중에 작가가 되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으니.......
‘어른이 읽어야 할 그림책’ 프로젝트를 펼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 본인이 그림책을 다시 접하게 되는 사연도 가슴 아프게 전해짐은 물론 그림책과 함께 소개되는 사연들도 가슴 찡하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수호의 하얀말’이 주는 감동과 단순히 책 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림자극에 대한 이야기와 제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신 선생님의 모습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한 일본에서 실제로 전개되고 있는 어른들의 그림책 읽기 운동과 함께한 독자들의 엽서가 실려 있어 그림책이 어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거기다 실제 캠페인에서 어른에게 권했던 그림책들이 표지와 함께 소개되어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그림책 중 어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그림책들도 소개되었더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는 그림책을 인생에 있어 세 번 읽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아쉽게도 첫 번째 기회는 갖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이를 키우면서 두 번째 기회를 즐겁게 누리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이지만 이젠 나만을 위한 그림책을 고르기도 한다.
마음에 짐을 덜어버리고 이제는 나름 그림책보기에는 너무 커 버렸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옆에 끼고 목소리를 다듬어 읽다보면 세상 고민은 잠시 잊게 된다.
이것이 어른이 그림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