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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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악인인가?
만약 나라면 그 선택을 한 이들을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악인의 심리를 잘 다룬 소설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된 베러티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있다 깨어난다.
하지만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고 신인인 로웬에게 베러티의 소설의 시리즈 마무리 의뢰가 들어온다.

자료 수집 차 베러티의 집에 머물게 된 로웬은 점점 베러티에 남편인 제러미에게 빠져들게 되고 베러티가 숨겨놓은 자전적 글을 읽게 된다.
글을 읽은 로웬은 혼란과 공포에 빠져들지만 제러미를 향한 마음은 더 간절해져만 간다.

옮긴이는 ‘로맨스 장르가 접목된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베러티 를 정의하고 있다.
로웬이 베러티의 자서전을 읽으며 느끼는 참담함은 독자에게도 그대로 느껴진다.
나 역시 여러 번 읽기를 멈추고 엄마가 이럴 수도 있나 싶다가도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는 이야기라 공포스럽고 불편하기만 했다.

마지막 반전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독자의 몫이다.
만약 베러티가 작가가 아니었다면 그의 자서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쉬웠을까 아님 작가이기에 그의 마지막 편지를 믿어야 할까?

불안한 로웬의 심리와 잔인한 엄마 베리티의 자서전이 이야기의 두 축이 되어 지어진 튼튼한 건물을 본 기분이다.
오랜만에 19금의 장면이 난무하는 어른용 로맨스 소설(불륜 소설로 읽힐 수도 있겠다)과 공포 스릴러 소설 두 편을 동시에 읽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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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대표중단편선 17
정보라 외 지음 / 아작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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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1편의 소설이 실린 웹진 거울 17번째 책은 다양한 시도를 한 소설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개성넘치는 목소리의 안예은 가수의 노래 #위화 와 #홍연 을 모티브로 한 동명의 소설은 몽환적인 가수의 노랫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느낌을 준다.

낙태라는 사회문제 다룬 소설 #원점으로돌아가 는 낙태를 여자들만의 책임으로 여기는 남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정보라 작가의 #문어 는 대학강사들의 대량해고를 발생하게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무겁고도 슬픈 이야기가 외계에서 온 문어외계인을 삶아먹음으로 숨통을 트이게 한다.

가장 공포스러운 소설은 바이러스 팬더믹과 장기매매라는 현실에서 실재한 이야기 #당신의모든것 이다.
어떤 먼 미래나 먼 우주의 공포보다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공포가 가장 무섭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달콤함을 죄책감으로 느끼는 #달콤한죄를지었습니다 , 타인의 신체를 강탈하는 #거인을지배하는법 ,실험에 의해 탄생한 인류의 이야기에서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하는 #실버해머 , #정신강탈자 는 현대인들이 앓기 쉬운 정신질환이 어떤 공포로 다가오는 지 느끼게 해 주었고 마지막 #통곡왕 은 진정한 깨달음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해준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달달한 #고쿠라에서j를 은 그들의 만남을 응원하게 된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글을 읽는 건 언제나 설레고 즐겁다.
고백하자면 그리고문어가나타났다는 필진 중 정보라 작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른책이다.
서문을 읽어보니 환상문학웹진’거울’은 햇수로는 16년째고 책의 권수로는 17번째라고 한다.

위화와 홍연을 읽는 동안 안예은 가수의 노래를 들었고 다 읽고 나서는 웹진 거울을 찾아보았다.
모르던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었다.
낯익은 작가님들도 몇 분 필진과 편집진으로 계신다.
가끔씩 웹진 거울에 들어가 새로운 이야기를 읽다 18번째 책이 출간되면 필히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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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얘기 들었어? 바둑이 아이 자람 그림책 2
밤코 지음 / 바둑이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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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근데! 혹시! 그 얘기 들었어?
눈덩이처럼 커지는 말(소문)에 무서움에 대한 그림책이다.

누군가 내 귀에 나만 들으라는 듯이 큰비밀을 속삭인다면 나는 그 말을 꿀꺽 삼키고 내 안에 잠재울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전달한 것인지 개인의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비밀이 우리의 안전과 관련이 있다면 망설임없이 전달할 것이다.
그렇게 소문은 살을 붙여 괴물을 만들고 평화는 깨지고 만다.

아이와 함께 읽은 어른이 뜨끔해 질 그림책이다.
작가님 특유의 긴 설명을 하지 않은 글과 콜라주 기법의 그림이 굳이 말의 엄중함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해준다.

삼인성호(三人成虎), 혹시 나는 없는 호랑이를 불러낸 적은 없는 지 반성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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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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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설을 읽고 글을 쓸 때는 스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도마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사살 후 사형 선고를 받고 여순감옥에서 형이 집행돼 순국한 대한민국의 독립유공자이다.

김훈 작가를 통해 만난 안중근 의사는 작가 특유의 건조한 글이 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토와 안중근의 여정이 번갈아 나오는 소설은 누구의 입장에도 서지 않고 사실만을 서술하고 있다.
대한의 안중근과 일본의 대신 이토이야기는 영웅 안중근의 활약을 기대해서인지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전개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보통의 현존했던 인물들 이야기는 확인할 수 없는 주인공의 마음 속 생각까지 작가의 글을 통해 짐작해 들을 수 있지만 ‘하얼빈’의 안중근은 사실만을 적고 있다.
독자에게 작가의 생각을 은근히 알리지도 알고 모든 걸 읽는 독자의 몫으로 남기고 있다.
문장에 부사가 없다는 건 감정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임을 작가의 글을 읽으며 다시 느낀다.

그 끝을 알면서도 옷을 사입고 이발을 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담담하기에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짧은 문답으로 진행된 신문과정은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 더 가슴 아프다.
담배팔이 우덕순과의 거사 계획을 하면서도 중언부언하지 않아 더 결기를 느낄 수 있다.

300페이지 남짓한 소설을 참 어렵게도 읽었다.
문장만으로는 눈물을 흘릴 대목이 아닌데도 그 날의 상황과 의사의 결기있는 마음이 느껴지고 남겨진 가족 생각에 자꾸만 눈이 흐려졌다.
형제와 아들과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이들의 삶이 어땠을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냉정함에 스스로 부끄러워 진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으며 심란하고 뻐근한 마음을 달래본다.

📮적의 법정에서 안중근은 아무런 정치적 정당성도 인정받지 못했다. 안중근은 다만 살인의 죄명으로 처형당했지만, 그가 신앙하는 평화와 정의의 신이 그의 영혼을 안아서 거두었을 것으로 나는 믿는다. 나는 그렇게 기도한다. ‘동양평화’를 절규하는 그의 총성은 지금의 동양에서 더욱 절박하게 울린다. 안중근은 서른 한살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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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점 반 우리시 그림책 3
이영경 그림, 윤석중 글 / 창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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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즐겨부르는 ‘나리 나리 개나리’ ‘낮에 나온 반달’ ‘퐁당퐁당’ ‘고향 땅’등의 작품을 쓰신 윤석중 선생의 시에 이영경 작가의 그림이 함께 하는 우리시그림책이다.

똑단발의 아기가 엄마 심부름으로 가겟집에 시간을 물으러 간다.
가겟집 영감님은 “넉 점 반이다” 알려준다.
아기는 온갖 해찰을 부리면서도 “넉 점 반 , 넉 점 반”을 외운다.

물 먹는 닭도 구경하고 개미도 살피고 잠자리를 따라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 노래도 부른다.
그러다 해가 꼴딱 져 돌아와서 천연덕스레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한다.

세상에 이런 귀여운 아기가 있나?
엄마는 이렇게 멀게 있는 가게에 시간을 물으러 심부름 보냈나 살펴보니 바로 도랑만 건너면 가겟집이다.

시도 시지만 그림만으로 이야기 한 보따리 만들 수 있을만큼 재미나다.
아기를 따라 가다보면 가게 앞의 옛날 아이스께끼 통에 아버지가 타시던 짐바리 자전거, 그리고 자랑스레 걸려있는 졸업 사진과 원기소 광고지,비닐우산등 추억 속의 물건들이 가득한 가게 안은 물론 담벼락에 핀 접시꽃,봉숭아,키 작은 채송화와 분꽃은 어느새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짧은 동시가 좋은 그림을 만나면 어떤 감동을 주는 지 알려주는 정답지 같은 그림책이다.
시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여주는 그림책이라 더 곱고 곱다.

🌼🌸🌺🌻


넉점반

윤석중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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