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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ㅣ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평점 :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린 시절을 하와이에서 보낸 제이는 양양의 해변 아파트를 이모에게 유산으로 받게 되고 크리스마스 전전날에 아파트를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서핑 강사인 양미 씨를 만나게 되고 서핑을 배우게 된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함께 서핑을 배웠던 이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작은 변화를 겪게 된다.
등장인물 간의 썸이나 사랑이 연결되는 소설을 기대했거나 주인공이 서핑을 배우고 나서 획기적인 변화를 예상했다면 실망스럽기까지 한 소설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읽은 어떤 소설보다 현실적인 이야기였고 그만큼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던 이야기였다.
모르겠다, 지금 코로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여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서핑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는지도.
📚서핑이란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행위를 말합니다. 하지만 서퍼들 사이에서는 파도를 타는 것만을 서핑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파도를 타기 전, 타는 중, 그리고 타고 나서의 변화된 삶 모두를 서핑이라고 합니다. (p170)
📚테이크 오프가 매번 성공하면 좋겠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죠. (p173)
📚그치. 자기가 자기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위로야. 너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할 거다. 살자, 살자, 살아야겠다. (p224)
어디 서핑에만 해당 되는 말이겠는가?
새롭게 도전하는 모든 일들이 그럴 것이다.
성공하지 못하고 물에 빠지는 것 자체도 서핑의 일부이고 그것이 있기에 다음 단계로의 도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현재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문장들이 가슴에 남는다.
나에게 양양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 우리 아들이 군복무했던 주문진에서 지도상으로 위로 올라가는 곳에 위치에 있는 곳이다.
소설을 읽으며 내내 양양 바다가 주문진 바다와 이어져 닮아있을 것 같아 낯설지가 않았다.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았던 서핑이 궁금해져 동영상을 여러 편 찾아봤다.
말 그대로 집채만 한 파도를 기다렸다 일엽편주 같은 보드를 파도에 싣는 모습은 우리 인생 같다면 너무 과한 생각일까?
매번 오는 파도를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 오는 기회도 매번 잡을 수는 없다.
그래도 파도는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만 기회는 보이지도 않고 내 옆을 스쳐 지나는지도 모르게 스쳐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번 절망하고 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파도가 오듯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잡을 수도 다음을 기다려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소설을 읽는 내내 잭 존슨을 들었고 비치 보이즈의 노래를 들었고 산울림의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하와이에 있다는 윌리윌리나무 검색해 봤고 서핑하는 동영상을 봤다.
소설을 읽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고 들었다.
내 평생 서핑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우연히 서핑하는 모습을 보거나 영상을 본다면 ‘서핑하는 정신’에 대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에 생각할 것 같다.
그나저나 양양 바닷가는 아니더라도 레몬 조각을 병목에 꽂은 코로나가 마시고 싶다.
🎁젊은 책, 좋은 책, 선물해 주신 작가정신께 감사드립니다.
자유롭게 읽고 주관적인 느낌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