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비둘기호 열차에서 땅콩과 오징어를 파는 일이 하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낙향 후 농사꾼이 됩니다.할아버지가 남긴 손바닥만 한 산밭이 유일한 농토였지만 묘지기 몫으로 밭 두 마지기, 소작으로 논 세 마지기를 얻어 짓게 되었지요.농사를 너무 예술적으로 짓는 아버지는 능률 없이 답답하지만 가축을 치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으셨습니다.돼지를 여럿 낳아도 젖을 골고루 먹여 축나는 놈 없이 키우자 가축이 잘 되는 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를 맡기는 집도 생겼습니다.긴 장마가 누그러진 어느 날 동맹이는 강둑에 나가 강물에 떠내려오는 물건들을 엿을 바꿔 먹기 위해 건져냈어요.그러다 강 바위에 걸린 소를 본 동맹이는 소 주인을 찾아주고 보상을 받을 욕심에 위험을 무릅쓰고 소를 구해 냅니다.동맹이는 주인 잃은 소를 집으로 끌고 오지만 아버지는 지서에 신고하고 소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만 키우기로 합니다.하루 이틀…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소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동맹이는 진짜 소 주인이 된 듯 정성을 다해 소를 돌봅니다.도깨비 그림으로 익숙한 한병호 작가의 그림은 80년 깡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아버지가 앉아 있는 논두럭도 낯이 익고 어릴 적 여름철 장맛비가 잠깐 그치면 흙탕물이 흐르던 강으로 갖가지 가재도구는 물론 작은 동물들도 떠내려가던 그날의 강물을 기억하게 합니다.농사를 짓는 집이라면 소는 가장 소중한 재산 중 하나입니다.하루 농사일을 마친 아버지는 소에게 먹일 꼴을 키보다 더 높게 지게에 지고 어둑어둑해진 논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여름이면 소마구간에 모깃불을 피웠고 겨울이면 커다란 솥에 소죽을 쑤어 주고 송아지를 낳는 날엔 온 집안이 잔칫집 같았지요.그렇게 귀한 소를 줍게 된다면 얼른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과 우리 소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갈등하게 될 것입니다.그러나 아버지는 소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지서에 신고를 하고 주인이 나타나지않자 정성을 다해 돌봅니다.이야기를 읽는 내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동맹이네 소가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내 것이 아닌 것에 정을 붙이지 말라고 말하는 아버지지만 어느새 소를 정성껏 돌보는 모습은 생명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전남 고흥군이 고향이라는 전성태 작가의 글은 잊고 지냈던 친구들과 아버지와 고향을 떠오르게 합니다.글을 읽는 순간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잊고 있던 사투리들이 되살아나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따로 검색하지 않고도 말맛을 살려 읽을 수 있어 더 좋은 그림책입니다.“주옥같은 단편 문학들을 품격 있는 그림”으로 새롭게 꾸민 작가앨범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는 고향이야기라 좋고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해 더 좋았습니다.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길벗어린이에서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신비한 힘 따위 없는 달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낀 달은 이유도 모른 체 땅에 떨어집니다.나이 든 늑대 카나는 멧돼지에게 남편을 잃고 어렵게 얻은 자식을 다른 늑대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전쟁을 피해 달아나다 목숨을 잃은 엄마 품에는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어린아이가 울고 있습니다.아이를 발견한 늑대 카나와 땅에 떨어진 달은 아이를 거두지만 포식자 멧돼지의 추격을 피해 호수 안의 작은 섬으로 숨어들어갑니다.지금까지 봐 온 이지은 작가의 그림책은 온통 신나고 즐거운 일 투성입니다.나와 다른 존재에게 가졌던 선입견에 대해 뒤돌아보게 하는 #이파라파냐무냐무 ,민들레와 호랑이가 친구가 되는 #친구의전설 ,귀여운 할머니가 등장하는 #팥빙수의전설 , #태양왕수바수박의전설 까지 보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번지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작가의 첫 소설 <울지 않는 달>은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야기입니다.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존재지만 모른 척 지나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만약 카나가 남편을 잃은 슬픔과 자식을 키울 수 없는 괴로움에만 빠져있었다면 아이는 멧돼지에게 희생당했을 겁니다.하지만 카나가 아이를 돌아보고 보살핀 순간 아이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되지요.카나 역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며 아이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자신이 왜 땅에 떨어졌는지 알지 못해 좌충우돌하던 달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은 소설은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전쟁에 희생되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모두 사람입니다.카나와 달이 아이를 품었듯이 인간이 인간을 돌보는 일이 뭐 어렵겠습니까.길지 않은 이야기와 그림을 보며 읽은 시간보다 더 오래오래 생각하게 됩니다.과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에밀 졸라‘는 [루공-마카르 총서]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노동, 사생활 등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회의 온갖 특징적 양상을 형상화’(p234)하고자 했고 ‘나는 고발한다’는 명문장으로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 애쓴 작가다.“자연주의 문학의 정점이자 펜으로 산 자를 해부하는 작가”의 초역 단편집 <방앗간 공격>은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으로 고전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킬만한 이야기들이다.’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전쟁이 시대적 배경인 <방앗간 공격>은 평화롭기만 하던 방앗간이 어느 순간 전쟁의 중심이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다.방앗간이 프로이센 군의 요새가 되자 그곳에 거주하던 결혼을 앞둔 젊은 남녀와 방앗간 주인인 여자의 아버지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전쟁의 승자가 아군이든 적군이든 상관없이 그 피해는 일반 국민이 고스란히 입는다는 사실은 마지막 문장에서 가슴을 후비며 전해진다.<나이스 미쿨랭>은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신분을 뛰어넘는 젊은이들의 사랑, 그리고 살인까지 영화와 오페라로 만들어질 만큼 스펙터클한 이야기다.<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은 졸라가 늘 느끼던 죽음의 강박증이 전해지는 이야기로 사실주의 소설에서 절대다수로 쓰이던 삼인칭 소설이 아닌 일인칭 주인공 화자 시점의 소설이다.강역증 발작으로 생매장당한 남자는 가까스로 무덤을 빠져나와 아내를 찾아가지만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샤브르 씨의 조개>는 나이 든 남자가 젊은 아내를 얻지만 자식이 생기지 않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개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지방으로 휴가를 떠난다.그곳에서 눈 부신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되고 아홉 달 후 아내가 사내아이를 낳자 의사를 불러 치하하며 조개 덕분이라고 즐거워한다.<수르디 부인>은 무명 화가였던 남편을 유명화가로 우뚝 설 수 있게 도운 수르디 부인은 점점 남편을 대신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는 여러 군상이 등장한다.전쟁 중 아버지와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도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여자도 등장한다.죽음을 이기고 살아난 남자는 아내의 행복을 위해 돌아설지 떠날지를 결정해야 한다.거기다 남편은 모르는 비밀을 안고 아이를 낳고 한 번 얻은 명성을 놓칠 수 없어 남편을 대신에 그림을 그리는 여자도 등장한다.모든 등장인물들의 사정이 이해되고 그 선택을 한 인물들의 사정에 동조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고전은 시대와 맞지 않은 탓에 고루하거나 난해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하지만 ‘에밀 졸라’의 단편은 선명한 결말과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되는 이야기들이라 전혀 진부하지 않다.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벌어지는 일인 탓에 공감하며 읽게 된다.아름답게만 보이던 표지의 사진은 표제작 <방앗간 공격>을 읽은 후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숨겨진 슬픔이 있을 수 있고 보이는 게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며 ’에밀 졸라‘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진다.빛소굴의 세문전 세 권을 차례로 읽으며 고전에 대한 편견이 진짜 편견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전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빛소굴 세문전 네 번째 작가가 누구일지 몹시도 궁금하다.
혹시 동동이가 알사탕을 산 문방구를 아시나요?바로 샛별 문구사입니다.동동이가 사탕을 입에 넣는 순간신기한 경험을 하게 했던 알사탕은간절한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해주는신비한 알사탕이랍니다.샛별 문구사 할아버지가 만든 알사탕은마음이 깨끗한 사람만이 만들 수 있고마음이 깨끗한 사람만이 그 효능을 느낄 수 있어요.<알사탕 제조법>은 제목 그대로그 신기한 알사탕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요.필요한 재료를 모두 준비한 뒤별이 총총이 뜬 맑은 날씨의조용한 밤이 오길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하지요.늘 기발한 상상력으로 즐거움을 주는 작가는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책 속에알사탕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요.<알사탕>을 먼저 본 친구는 물론<알사탕 제조법>을 먼저 본 친구도어느 순간 “나무 자세 브릭샤아사나”를 외치게 될 겁니다.겁나 귀여운 할아버지의 요가 자세를 따라할아버지를 따라 차례차례 순서를 지켜사탕을 만든다면 우리 모두 신기한 알사탕을 가질 수 있겠지요.<알사탕>과 짝꿍 책 <알사탕 제조법>은아이는 물론 어른이 봐도행복해지는 그림책입니다.#알사탕제조법 #알사탕 #백희나 #스토리보울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동동이는새 구슬이 필요해 찾아간 문방구에서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가지가지인 알사탕을 갖게 되지요.많이 보던 무늬의 사탕을 입에 넣는 순간갑자기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으헉! 소파가 말을 하네요.그런데 입안의 사탕이 녹아 사라지자목소리도 사라졌지요.그렇다면 하나 더!8년 동안 함께 산 강아지 구슬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동동이는 구슬이에게 지금까지 궁금했던 걸 묻고둘의 오해는 풀려 더 좋은 친구가 됩니다.우연히 얻게 된 사탕은 입안에 넣는 순간목소리가 들립니다.지금까지 오해했던 아빠의 진짜 목소리도 듣게 되고그리운 할머니의 목소리도 듣게 됩니다.그림만으로도 작가를 알 수 있는 개성 있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이새로 단장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커버 안쪽에 스토리보드가 그려져 있어 작품의 탄생과정도 볼 수 있어요.애써 혼자 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하던 동동이는점점 마음을 열고다른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어봅니다.만약 신기한 알사탕을 갖게 된다면누구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은 지 한참을 생각해 봅니다.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 목소리도 듣고 싶고할머니와 함께 계실 아버지 목소리도 듣고 싶네요.그리고 가끔 나를 잊어버리는엄마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알사탕 #백희나 #스토리보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