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오니시모, 나폴리 위픽
정대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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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성별 무관, 같이 피자 먹고 재미있게 노실 분.‘
두 달간의 유럽 여행 중인 선화는 나폴리에 머무는 동안 유럽 여행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그곳에서 최고의 피자를 먹으러 나폴리에 왔다가 피자이올로가 되기 위해 피자를 배우고 있다는 ‘한‘과 만나게 된다.

일행들과 헤어진 선화와 한은 같은 방향이라는 이유로 함께 걷게 되고 선화는 한에게 먼저 한잔을 청한다.
함께 술을 마시게 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터 놓고 한은 자신은 여자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남자라고 말한다.
로마로 떠날 계획이던 선화는 철도 파업으로 나폴리에 남게 되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한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호감을 쌓아간다.

6년 전 낯선 여행지에서 짧게 만난 ’한’과 선화의 인연을 보며 한순간의 선택이 우리 인생의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만약에 선화가 적극적으로 한에게 다가갔다면 둘은 어떻게 됐을까.
그래도 결과는 똑같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이 비밀을 이야기한 것은 자신의 호감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큰 용기가 아니었을 까 생각돼 아쉽기도 하다.

지난 시절의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답게 기억되고 현실의 고단함이 없는 인연이기에 아름답기도 하다.
짧은 소설은 젊은 날 스쳐간 인연과 잡지 못한 순간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함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폴리의 풍경과 그곳의 마르게리타 피자의 맛이 궁금해지게 한다.
🍕”부오니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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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탕 웅진 모두의 그림책 71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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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시간을 잘게 쪼개 쓰는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아이는 제발 저 소리가 멈췄으면 하고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그날 아침 엄마는 시계로 변해 있고
아이는 밥도 천천하 먹고 느긋하게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엄마는 여전히 시계가 된 채 가만히 있자
119에 전화에 구조 요청을 하기도 하고
시계 병원에도 가보지만 시계 병원 할머니는 휴가 중이라고
내일 시계탕으로 오라는 말만 남기고 가버립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바쁘게 시간을 쪼개 가며 쓰는
엄마의 말은 전부 잔소리로 들립니다.
“10분 내로 준비해.”
“3분 후에 불 끄는 거야.”
“1분 남았어! 빨리 정리하고 자!”

어딘지도 모르는 시계탕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한 모험길입니다.
동굴을 지나고 아슬아슬 다리를 건너고
숲 속 길을 지나 드디어 시계탕에 도착했습니다.
과연 아이는 고장 난 엄마를 무사히 고쳐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작가님의 다른 책 <엄마 도감> 속 아이가 자라
<시계탕>에 등장한 듯합니다.
엄마를 찬찬히 살피던 아이는
엄마의 잔소리가 지겨워지기도 했지만
엄마를 되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시계탕을 찾아갑니다.
소중한 엄마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내는 아이의 여정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사랑스럽습니다.

늘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엄마도
때로는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다 잊고 푹 쉬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작가의 다정한 말에 울컥해집니다.
어떤 날엔 엄마도 시계탕에 푹 쉬고 싶은 날이 있답니다.
그런 엄마를 조금만 이해해 주길 바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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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도감 (리커버) 웅진 모두의 그림책 43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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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

막 태어난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요?

<엄마 도감>은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전혀 새로운 인종으로 탄생한
엄마의 모습을 관찰한 도감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엄마 얼굴은
배 속에서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다릅니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어찌 시간이 지나간 지도 모르게
100일이 되고 엄마의 몸은 아이가 자라는 만큼
손가락도 손목뼈도 근육까지 다 달라집니다.

많은 그림책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는
부모의 시점으로 그려졌는데
이 그림책은 아이가 엄마를 관찰하는 시점으로
그려진 그림책입니다.

처음 엄마였던 탓에 실수도 많았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대로 된 길로 가려 노력하지만
부모가 되는 길은 쉽지가 않습니다.

작은 그림책이 엄마의 고단한 수고로움을 알아줍니다.
부모 앞에선 여전히 아이인 엄마 모습에
괜히 코끝이 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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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눈
김주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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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떨어져 산적 없던 큰아들이
자대 배치받은 곳이 강원도다.
그래서 강원도는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지명이다.

청명하기까지 한 표지의 시집은
팔십이 넘은 작가가 시집이라고 우기고 싶지 않다는
시집이다.

“강원도 이천군 이천면 탑리”가 원적이고
어린 시절 잠시 국민학교를 다녔던 강원도를 시에 담았다.

독어독문학을 전공해서인지
파우스트에 관한 시를 여러 편 실고
민주주의와 성소수자 등의 사회문제에도 눈 감지 않고
글을 쓰셨다.

남녘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이 왔는가 싶더니 뒤늦은 꽃샘추위에 꽃잎이 오들거린다.
그래서인지 <벚꽃 무덤>을 여러 번 읽게 된다.

벚꽃 무덤

벚꽃 무덤을 보러 나갔다
집 앞 창문 밖 뒤 창문 밖
모두 모두 벚나무로 가득가득한데
눈이 부셔서 피하러 나간 길에서
산 전체를 덮고 있는
벚꽃 무덤을 보고야 말았다

차마 한두 그루 나무 앞에 설 수 없어서
먼 산의 핑크빛만 눈으로 씻었다
오래 못 본 작은 아들의 그림자가
뜬끔없이 그 빛 속에서 나오더니
화려함 속에서 멀어져가는 봄
오는 것 가는 것이 모두 그리움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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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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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는 16년 만에 돌아온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의 속편이다.
전작의 덜 떨어진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비밀스러운 인물인 촌티 나는 다무라 군이 새롭게 등장한다.

하숙 생활 3년째 되는 여름, 110호 살던 ‘나’는 하숙집에서 유일하게 에어컨이 있는 방 209호로 이사해 살고 있다.
아카시 군은 ‘나’와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원수인 ’오즈’가 나눈 이야기에서 착안한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기 위해 영화 동아리 ‘계’ 멤버들과 함께 하숙집에 모인다.

하숙집의 지박령 같은 히구치 스승까지 합세해 영화를 찍게 되지만 촬영을 마치고 목욕탕에 다녀온 뒤 오즈의 실수로 리모컨에 콜라를 쏟게 되고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다음 날 다다미 한 장에 빨간 일인용 좌식 의자를 한복판에 붙여놓은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다무라 군을 만나게 되고 히구치를 포함한 몇몇은 리모컨이 고장 나기 전인 어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 리모컨을 가져올 계획을 세운다.

정교함과는 거리가 먼 생김새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다무라 군의 비밀과 과거의 리모컨을 현재로 가져왔을 때 세상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벌이는 일들은 점점 꼬이게 되고 바로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좌충우돌하게 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특히 오랜 세월 전해오던 갓파 전설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작가의 재치에 탄복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잘 드러나는 전작을 읽고 난 후라 더 재미있었던 모험 이야기는 어제와 오늘을 오가는 짧은 시간의 모험이지만 젊은 시절의 알 수 없는 불안과 어울려 흥미를 돋운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그럼 자유가 있는 게 되지 않을까요?”(p202)라고 말하는 아카시 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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