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 각시 도라지 총각 비룡소 전래동화 39
배삼식 지음, 김세현 그림 / 비룡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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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 살아 계실 때 옛날이야기 해 달라고 조르면 토닥이며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도깨비가 나오는 이야기를 제일 좋아해서 한 개만 듣고 잠들기 너무 아쉬워 또 해 달라고 조르면 할머니는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해진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제가 잠들 때까지 이야기해 주셨지요.

<지네 각시 도라지 총각>은 그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처럼 자꾸자꾸 듣고 싶은 옛이야기입니다.
옛날에 몸뚱어리 머리 팔다리 다 말짱한 총각이 살았는데 단 하나 눈 하나가 ‘도라지꽃처럼, 청옥처럼, 가을 하늘처럼’ 새파아란 눈동자였습니다.

사람들은 새파아란 총각의 눈동자를 보며 무서워하고 재수 없어 하고 징그러워했습니다.
왼뺨에 쥐가 나도록 왼눈을 질끈 감고 다녔지만, 사람들은 총각을 피했고 이래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총각은 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약초를 캐 본 적 없던 총각은 약초 구경도 못하고 도라지라도 캘 양으로 땅을 파다 지네에게 손가락을
물렸지만, 지네를 놓아주었습니다.

“너나 나나 같은 신세구나.
나는 징그러운 총각.
너는 징그러운 지네.
너는 다리가 빨개 땅 밑에 숨었고
나는 눈알이 파래 산속에 숨었구나.“

뒤에서 발소리가 나 돌아보니 각시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총각은 새파아란 눈동자를 숨기려 하지만 각시는 그 눈을 어여삐 보며 자신의 빨간 손을 쓱 내밀어 보입니다.
총각은 놀라기는 했지만,빨간 손을 예쁘게 봐 줍니다.

이야기는 옛날이야기의 초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습니다.
같이 살게 된 각시와 총각은 남녀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않고 가장 잘하는 일을 합니다.
밥을 잘 짓는 총각은 밥을 짓고 산속이라면 손바닥처럼 환하고 약초라면 모르는 게 없는 각시는 산에 가서 약초를 캡니다.

두 사람에게 고난이 찾아오지만, 타인의 말에 휘둘려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지도 않습니다.
거기다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는 총각 덕분에 긴 세월 대대로 이어져 온 원수를 갚겠다는 마음을 사라지게도 합니다.

소리 내 읽을 때 느껴지는 음률 감 있는 글과 단순한 형태의 표현과 흑과 백의 대비된 그림은 한국적 미가 느껴집니다.
특히 뚜렷하게 구분된 글과 그림을 온전히 감상할수 있도록 위로 여는 독특한 방식의 제본 형식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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