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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아저씨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0
아라이 료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보림 / 2007년 6월
평점 :
"해피 아저씨, 해피 아저씨“하고 부르면 저절로 행복해 지는 제목의 그림책의 표지는 환한 노란빛 속에 비둘기와 나비, 꽃과 소년과 소녀를 담고 있다.
얼마나 행복한 이야기면 제목이 ‘해피 아저씨’일까 하며 책을 펼치니 면지엔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연필로 쓱쓱 거칠게 그린 그림은 여러 대의 탱크와 무너진 건물, 그리고 중앙에 있는 커다란 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과 그 반대편에는 검은 먹구름과 굵은 비가 내리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
이른 아침 골칫거리도 척척 풀어주고, 소원도 들어준다는 해피 아저씨를 만나러 소년과 소녀는 산꼭대기 커다란 바위를 찾아간다.
밝은 색감이 저절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이국적인 그림은 해피 아저씨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소년과 소녀가 번갈아 등장시키며 너무나 다른 두 아이의 모습을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자신을 뭘 해도 느릿느릿 굼뜨다고 생각하는 소년도 뭘 해도 허둥허둥 서두른다고 생각하는 소녀도 소원을 빌러 해피 아저씨를 찾아간다.
소년은 느릿느릿 걸어서, 소녀는 허둥지둥 버스에서 내려 개울가에 다다르지만 서로 다른 행동으로 해피 아저씨를 만나러 간다.
어정어정 걷는 아이와 성큼성큼 걷던 아이들은 해피 아저씨 바위에 다다르고서야 둘 다 해피 아저씨를 만나러 온 사실을 알게 된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해피 아저씨는 오지 않자 아이들은 무엇이든 느릿느릿 하는 걸 고치고 싶은 소원과 뭐든 허둥허둥 서두르는 걸 고치고 싶은 자신들의 소원을 말한다.
커다란 바위 위 이쪽과 저쪽에 무심히 앉아 있는 두 아이의 모습에서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기보다는 옳지 못하거나 틀리다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성큼성큼 걷는 아이와 어정어정 걷는 아이는 상당히 먼 길을 걷는 동안 상대를 무시하고 의식하지 못하는 척 행동했다.
소나기가 내리자 둘은 비를 피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무슨 일이든 꼼꼼하게 하니까 느린 걸 거야.”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려고 서두르는 걸 거야.”
아이들이 서로 다른 성격의 상대를 이해하는 순간 느림보는 꼼꼼한 아이가 됐고, 덜렁이는 열심히 하는 아이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멋진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 장면 속의 아이들은 여전히 본인들의 성격 그대로이다.
소녀는 성큼성큼 산을 내려가고 소년은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을 돌아보며 천천히 내려온다.
하지만 두 아이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랑하고 행복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