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틀리에
이호백 지음, 고경숙 그림 / 재미마주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큰애가 색연필을 처음으로 잡고 형태가 있는 그림을 그렸을 때 그 놀라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종이를 보면 뭔가를 그려대던 아이가 기특해 스케치북도 항상 넉넉하게 구입했고,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도 여러 색이 들어 있는 걸로 준비했었다.

아이는 매일매일 눈만 뜨면 나름 그림이라고 열심히 그려댔고, 그림에 숨어 있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꾸며 이야기해 주었다.

나중엔 스케치북 값이 만만치 않아 아빠사무실에서 복사용지를 한 뭉치씩 갖다 주기도 했다.


사실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5살부터 미술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미술에 문외한인 엄마가 보기에도 학원을 다니면서 확실히 색감도 좋아지고 그림의 형태도 자세하게 표현되는 것 같아 보내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3학년이 된 아이는 미술을 어려워하고 재미없어 한다.

차라리 혼자 마음대로 그리게 가만두었던 작은 애가 훨씬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가만 생각해 보면 너무 일찍 정형화된 미술을 배웠던 큰애는 항상 정해진 색으로 색을 칠했고, 커다란 도화지에 빠짐없이 그려야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미술이 재미없어지고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다.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마음먹은 대로 그려보는 미술이야기가 바로 ‘나의 아틀리에’이다.

[그림은 생각과 똑 같은 것!]이라는 정의에 걸맞게 이야기에 맞춰 그려진 그림은 책을 읽어내려 가다보면 이야기가 그려지고 그림이 손에 잡힐 듯하다.

거친 듯하면서도 머뭇거림 없이 쓱쓱 그려나간 원색의 그림들이 한권의 화집을 보는 것 같다.

펼쳐나가는 이야기들도 아이들의 일상을 다룬 내용이라 더 쉽고 재미있다.

여러 가지 색을 듬뿍 찍어 동그라미도 땡글, 뚱글, 동글, 띵글 그려보고, 닮은 꼴 친구들도 그려보고, 맘 가는 대로 생각을 그리다보면 멋진 추상화가 완성된다.

우주벌레를 거침없이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고, 얼굴도, 눈도, 코도, 입도, 다 초록으로 그려보는 것도 신난다.


틀에 갇혀있는 그림이 아닌 생각을 펼치는 그림을 보며 해님은 빨갛게 색칠해야 하고, 하늘은 푸르게 색칠하기를 강요했던 게 아이의 그림 싹을 잘라버린 게 아닌가 싶다.

딱딱한 크레파스나 색연필이 아닌 마음 가는 대로 그릴 수 있는 물감을 선택해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것쯤은 잊어버리고 깔깔거리며 그려본다면 어느새 예술가가 되어있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면지의 걸린 둥근 액자에 넘치도록 그림을 그리겠다고 말하는 아이는 어느새 그림은 생각한데로 그리는 것이라는 진리를 터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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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5-1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마주군요.ㅎㅎㅎ(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