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로 보림문학선 6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는 매립지의 오두막으로 같은 학교에 다니는 6학년 남자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공사가 중단된 매립지는 육영학원에 다니는 네 아이와 자신을 열등한 아이라고 생각하는 다다 시로의 비밀 아지트로 학원가는 길에 잠깐 모이는 곳이다.
모인다고 하지만 특별히 함께 하는 일이 없는 아이들은 어느 날 그 곳에서 우연히 통나무를 발견하고 배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제대로 된 기술이 없던 아이들의 배 만들기는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으로 시작되고 번번이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등장하는 다섯 아이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결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배를 만들어 가는 중간 중간 아이들의 모습이 담담하게 소개되고 있을 뿐이다.
아빠가 두 살 때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엄마와 살고 있는 고무라 사토시는  엄마의 지나친 기대감에 지쳐가고 있는 아이다.
그리고 쿨 한척 다른 아이들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다이도 구니토시 역시 부유한 가정이지만 부모의 불화로 마음속에 다이너마이트를 안고 사는 아이다.
또 평범한 가정의 스가 마사아키는 천식으로 고생하는 동생 때문에 자신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즐겁고 친구를 쉽게 사귀는 다치가와 이사무 역시 은행원인 아버지의 잦은 전근 때문에 누구와도 마음 깊이 친해 본적이 없는 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과 다르게 육영학원에 다니지 않는 다다 시로는 목수였던 아버지가 경륜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자 엄마가 가정을 돌보는 어려운 형편의 아이다.
실패를 거듭하던 이들에게 반에 리더인 야스히코와 힘센 시게오가 가담하면서 배 만들기는 속력이 붙는다.
하지만 폭풍이 몰려오는 날 시로가 사고로 죽고 배를 만들던 아이들의 계획은 막을 내리지만 사토시와 구니토시만은 끝까지 남아 시스호 3세 호를 완성하고 드넓은 태평양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모두 가슴에 큰 돌 하나씩을 얹어 놓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잘못이나 행동으로 고통 받는 게 아닌 부모나 가난한 환경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이라 더 가슴이 짠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는 대부분 악한 아이가 선해지고 형편이 어려웠던 아이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걸로 마무리되곤 한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배를 만드는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 순간만큼은 ‘우수한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행복해했던 시로의 죽음 앞에서 크게 슬퍼하거나 오랫동안 그리워하는 모습이 아닌 너무나 담담한 모습을 하고 있다.

80년대의 일본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의 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입시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아이들은 성적에 따라 파랑, 노랑, 빨강으로 나누어지고 또 어떤 아이는 가난 때문에 아예 공부는 생각도 못하고 자신이 ‘우수한 아이’들 틈에 끼는 방법은 알랑거리며 부하가 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다.
입시지옥이 있고 왕따가 있고 거기에 가정은 안식처나 평화로움은 찾을 수가 없다.
아이들 힘으로는 도저히 깨부술 수 없는 견고한 벽 앞에서 먼 항해를 택한 아이들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남아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난다.
모르겠다. 나 역시 어른이고 엄마이기에 아이들이 느꼈을 고통보다도 남아서 아이들을 기다릴 부모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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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9-03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궁금하네요

초록콩 2007-09-05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잘 지내시죠? 기회되시면 함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