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미안합니다.

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 ㅣ 높새바람 15
이경화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4월

건우가 일학년이 되고 가장 궁금했던 건 학교에서 선생님이 우리 아들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주셨고 아이가 발표를 몇 번이나 했는가였다.

남의 집 아들도 제 집에서는 귀하디귀하겠지만 그 귀하고 귀한 존재 중에 최고로 귀한 우리 아들이니 선생님도 당연히 건우를 특별히 사랑해주시겠지 생각했었다.

학창시절 차별대우하는 선생님을 극도로 싫어했던 나였지만 내 아이는 선생님께 특별한 대우를 받기 바라고 있었다.

선생님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소영이와 미진이, 그리고 선생님 관심 밖으로 밀려 난 장건우를 보며 공평하지 못한 사랑과 관심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된다.

어느 초등학교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건우와 소영이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이야기는  건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6학년 3반 반장인 건우는 게임의 벌칙이라며 같은 반 미진이에게 뺨을 맞고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담인 선생님은 게임을 한 소영이와 미진이, 건우를 불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쓰게 하지만 게임을 했던 아이들을 혼내기는커녕 건우에게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라고 강요하신다.

작년까지만 해도 담임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건우였기에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진이와 소영이를 편애하는 담임선생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소영이 입장에서 담임선생님은 성적순으로도 부자 순으로도 아이들을 대하지 않으시니 공평하기만 하다.

책을 다 읽고 김진숙 선생님의 마음의 규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한 번도 선생님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소외된 아이들을 먼저 챙기신 선생님의 뜻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존경 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 가려 선생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나머지 아이들이 느꼈을 고통은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선생님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관심과 사랑을 베푸셨고 가난하고 어려운 형편의 미진이와 소영이에게도 물론 공평하셨다면 더 좋은 선생님이셨을 것이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선물은 절대 가져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전하는 아이를 보며 새삼 부끄러워졌다.

대부분의 부모가 학기 중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에는 내 아이를 특별하게 대해주심사하는 부탁이 들어 있다.

부디 부모의 그릇된 사랑으로 ‘모두의 이름 불러 주기 놀이’를 꿋꿋하게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에게 해가 가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름을 부른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이름을 많이 부를수록 의미 있는 사람이 되지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선생님 혼자서 이름 불러 주기 놀이가 아닌 모두의 이름 불러 주기 놀이를 즐기시는 선생님이 더 많아지길 간절히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