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다 바다 올 에이지 클래식
샤론 크리치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올해 어린이날엔 큰 맘 먹고 아이들과 바다를 보러갔다.

광주에서 가까운 여수로의 여행은 기대와 설렘으로 들뜨게 했고 집이 아닌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된다는 사실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가 묵은 숙소는 작지만 깨끗했고 창밖으론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작은 침대에서 아이들과 얼기설기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잠이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던 작은 녀석이 새벽녘에 열에 들떠 뒤척거리는 통에 잠이 깨어 부랴부랴 머리에 차가운 물수건을 올려주고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시 잠이 올 것 같지도 않고 일부러 바닷가에서 읽으려고 미루어두었던 책 한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소피의 이야기에 빠져 비가 그치고 희뿌옇게 아침이 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나에게 바다는 직접 부딪히고 뛰어드는 곳이 아닌 늘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라보는 존재였다.

하지만 소피와 코디의 항해일지를 보며 긴 항해여행은 아니지만 직접 바다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는 세 명의 외삼촌과 두 명의 사촌들과 함께 방랑자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잉글랜드의 봄피 할아버지께 가는 긴 항해를 시작한다.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의 상처와 고민이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시작한 항해는 자연의 거대한 힘에 맞서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기 시작한다.


옛 여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사는 도그 삼촌과 자신의 꿈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모 삼촌,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 스튜 삼촌 중 누가 가장 힘든가하는 질문의 답을 낼 수 없듯이 사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고민과 걱정은 있다.

단지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 다른 이의 고통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이다.

하나씩 문제를 안고 있는 어른과 비밀을 간작한 소피,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코디,   성격상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브라이언까지 항해를 통해 각자를 알아가고 또 인정하는 과정을 겪는다.

소피와 코디의 항해일지가 번갈아 소개되는 형식의 글은 소피가 간직한 비밀의 정체와 더불어 친손자들도 모르는 봄피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궁금증을 일으킨다.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소피의 비밀을 알아 갈 때쯤이면 왜 바다가 그토록 소피에게 애절한  손짓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자식마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봄피 할아버지였지만 가슴으로 낳은 손녀만은 알아보는 할아버지를 보며 덩달아 가슴이 뭉클해 졌다.

자신의 슬픔을 가슴에 숨겨두지 않고 코디에게 비밀을 말하면서 고통의 사슬에서 풀려나는 소피를 보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긴 항해의 끝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조금은 자신들의 꿈과 가까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그들을 보며 이 세상의 모든 슬픔과 고통에게 브라보-양키-에코, 브라보-양키-에코(bye, bye)를 고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항해가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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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10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11일이 입양의 날이군요. 몰랐어요.
여수는 참 오래전 가보았던 도시에요. 돌산대교 위에서 찍은 20년 전
사진이 있지요.^^

초록콩 2007-05-1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티비에도 연예인들의 입양이야기가 나오더군요. 돈 있다고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들이 휼륭해 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