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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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처음 옷을 입었던 이유는 추위나 더위, 해충이나 독충 등의 외부 위험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요즘은 몸을 보호하려는 목적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서, 또 자신의 부를 자랑하고 싶고, 다른 사람보다 우월해 보이고 싶어 옷으로 치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

깨끗하고 단정한 옷이 최고라고 가르치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그 말이 실생활에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좋은 옷이라는 게 고가의 명품이 되어 버린 지금 10대 소녀들의 쇼핑기를 통해 옷과 요즘 아이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무언가 조금 뒤바뀌거나 아주아주 약간 틀어지는 그런 날” 하루 동안의 쇼핑이야기를 다룬 ‘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은 지금의 10대들의 모습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다.

하루를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보니 비슷한 모습의 10대를 보낸 내 모습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요즘 10대들이 행동에 혀를 끌끌 찼던 나도 부모님의 눈을 속여 용돈을 모으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남자 친구에 관심을 가졌고, 공부를 지겨워했었다.

기성세대라는 딱지가 붙고 나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작은 일탈을 큰 변괴가 일어난 듯 호들갑을 떠는 우리도 이십여 년 전에 바로 지금의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였는데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쇼핑몰을 휘젓고 다니고 친구의 꼬드김에 원하지 않은 물건을 집어 들기도 하지만 “난 그냥 무난한 옷을 입어. 외로운 건 질색이거든, 튀는 건 어쨌거나 외로운 거니까.”라는 말을 하는 날개옷의 모습에서 왠지 짠한 마음이 느껴진다.

학생에겐 교복이 가장 어울린다는 어른에 말에는 죽어라 반기를 들지만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아이들을 보면 어쩜 옷은 어른들에 대한 반항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다가도, 남자 친구에게 쉴 새 없이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맘이 맞지 않아 싸우기도 하는 ‘옷 사러 갈 때만 펄펄 나는 애’(날개옷), ‘나의 멋쟁이 패션 요원 K’(요원 K),‘남자 친구 있는 애’(애정과다), ‘리더형 인간’(리더)로 불리는 등장인물들은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아이들의 모습이다.


허무맹랑하기만 한 ‘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옷들의 속삭임 속에서 여태껏 자신의 의지로 골랐다고 생각했던 옷들이 사실은 유행이나 장사꾼들의 호객에 의해 집어든 옷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 생각이 든다.

“옷이 날개”라는 말에 반기를 들 생각을 없다.

이미 옷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옷이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옷이 자신을 내 보이는  전부가 될 수 없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나도 이미 그들 눈에 쉰내 나는 어른이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모습과 통통 튀는 대화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이해하고 옷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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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2-1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이책 보고팠는데 ^^

하늘바람 2006-12-1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로 먼저 읽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