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_일을 쓰는 여자 - 우리는 어떻게 더 인정받고, 전보다 덜 흔들리면서, 마음껏 성장할 수 있을까?
마셜 골드스미스.샐리 헬게슨 지음, 정태희.윤혜리 옮김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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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밑줄을 많이 그은 책이 아닐까.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꼭 필요할 책, <내_일을 쓰는 여자>. 또한 지금의 위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도약하여 리더가 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그리고 여성들과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싶은 남성 리더들에게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이 책에서는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습관‘들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여성의 커리어 확장에 있어서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를 비롯한 외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습관과 행동, 태도를 돌아보고 바꾸는 것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 부분에 집중하여, 성장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버려야 할 습관들과 구체적인 사례, 실천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세 가지 조언은 ‘자기 비판을 그만 둬야 한다는 것‘, ‘야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 ‘완벽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것‘ 이었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 같지만,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읽으니 실제 상황 속에서는 혼자 깨닫기 어려운 문제들이라는 점이 깊게 다가왔다. 또한 여성들이 이 문제들로부터 조금만 방향을 틀어 태도를 바꾸면 더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고, 리더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구체적인 사례들로 책 속에서 거듭 입증되었기에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 굉장히 실용적임을 알 수 있었다. 위의 조언들 이외에도 책 속에 구체적인 실행 방법들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더 나아가, 이 책이 ‘나의 변화와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무리에서는 결국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세번째 챕터에서는 나쁜 습관들을 버리기 위한 실천방법으로 동료와의 상호 피드백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나의 성장이 동료의 성장이고 우리의 성장임을 말하고 있다. 숨 고를 새 없이 바쁜 일상, 피부로 다가오는 차별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더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리더가 되어, 더 많은 이들을 이끌게 된다면 어떨까! 이 책은 그 변화의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해 이다혜 작가의 <출근길의 주문>이 있었다면 올해는 <내_일을 쓰는 여자>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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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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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있어서 주말을 견딜 수 있었다.



3-4년쯤 전에 한국문학은 못 읽겠다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도저히 못 읽겠다고 말하던 시기가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쓰인 글들이 소설집으로 묶여 나오던 시기였다. 곪은 상처에 소독약을 들이붓는 것 같았다. 그때 못 읽겠다고 덮어버린 책들은 요즘도 잘 펼쳐보지 못한다. 그랬던 내가 왕성하게 한국문학을 찾아 읽게 된 것은, 그중에서도 동시대 여성 작가들의 글을 특히나 열렬히 기다리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직 멀었다는 말>은 권여선 작가가 <안녕 주정뱅이> 이후 4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인터뷰에서 저자는 ‘슬픔의 마에스트로가 아닌 슬픔의 피에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어쩐지 ‘슬픔의 마에스트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너덜너덜해진 페이지들을 지나 중간쯤에 있을 법한 주인공들이 이번 소설집에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황혼 녘을 고요히 등지고 선 이들 같다. 고난을 묵묵히 받아내거나 의아해하거나 승화시키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겪어내는 이들같다. 그래, 무력감. 소설 속에서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무력감이다. 그러나 해설에서 백지은 문학평론가가 주지하듯 이 무력감은, 이들이 겪는 고통은 ‘그들 개인에게 귀속되는 불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할 부당함, 불공정, 불평등‘이다. 그래서 독자인 내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도 ‘이건 아니잖아‘ 싶은 의아함, 뒤이어 ‘이래서는 안되잖아‘ 하는 분노다.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작품은 ‘모르는 영역‘과 ‘너머‘,‘송추의 가을‘,‘전갱이의 맛‘이다. (수록작의 절반이나 되잖아?) 앞의 세 작품은 소설 속 인물들에게 개인적인 상황을 이입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고 마지막 ‘전갱이의 맛‘은 ‘기억되거나 발견되는 나만의 말‘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로서의 말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만을 위한 말. 이 이야기가 이혼을 거친 두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는 형식의 소설이라 더욱 좋았다.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쓸쓸함이 감돌고 있어서 좋았다.



문학은 소설은 분명히 힘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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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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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에 펼쳐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을 ‘설득의 기술‘이라 파악하며 세세한 방법론을 적어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리스어 원전 번역이라는 말에 선뜻 읽고 싶었다. 현대지성 클래식은 처음이라 궁금하기도 했고.



일단 굉장히 체계적으로 쓰여진 책이다. 1권에서는 수사학의 정의에서부터 유형, 범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2권에서는 설득에 필요한 요소들로서의 감정, 부 등을 다루고, 드디어 3장에서 직유, 운율 등의 세세한 방법에 대해 논한다. 물론 21세기인 오늘날과 광장에서의 연설이 잦았던 고대 아테네의 상황은 다르지만 2권에서 감정에 대한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랐다. 역시 인간 본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1권과 2권에 종종 언급되는 친구와 우의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의를 ‘좋다고 생각되는 것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그것을 이루려고 애쓰는 마음‘이라고 정의하는데, 이에 더없이 공감했다. 내가 무언가 얻을 것을 바라지 않고 오로지 그 사람을 위해서 베푸는 마음이야말로 제대로 된 우의, 즉 우정이다. 이렇게 정의내리면 간단한 것들이 실생활에서는 그토록 복잡하게 느껴지니 참 이상한 일이다.



어쨌든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활 방식이나, 그들이 갈고 닦은 인간에 대한 지혜, 연설과 설득의 방법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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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서양철학 #소피스트 #그리스철학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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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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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으로 샅샅이 파헤쳐 쓴 가정 스릴러‘라는 소개 때문에 궁금했던 소설이다. 일단 <조용한 아내>라는 제목과 걸맞는 표지 이미지와 색상, 세로 띠지, 판형까지 실물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아들러 학파의 심리상담사인 조디와 건축 사업가 토드는 법적으로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20년째 함께 사는 커플이다. 조디는 일상의 루틴을 지키며 거리감을 두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여자다. 토드와의 관계에서도 암묵적으로 합의된 생활의 틀이 있고, 조디는 토드의 바람기를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그들의 관계를 지속해왔다. 이는 심리상담사인 조디가 토드에 대해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문제에 있어서는 자물쇠를 채우고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모두의 예상대로 사건은 토드의 외도로부터 시작된다. 조디와 토드의 시점이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보여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차이가 돋보여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토드가 쓰레기다. 토드는 자기가 하는 행동들과 그에 대한 결과를 제대로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디와의 관계도 날려버린다. 자, 그래서 조디와 토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누군가와 함께 삶을 꾸릴 때 비혼주의라는 신념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장단점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중은 제 머리를 못깎는다‘는 것. 조디와 토드의 이야기를 번갈아 읽을수록 그들이 자기 자신에 있어서만큼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심리학과 결합해 풀어낸 점이 재미있는데 특히 심리상담사인 조디가 자신의 헤묵은 트라우마를 해결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그녀의 침묵이 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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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강한 실 -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안진이 옮김 / 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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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이 어떻게 세계와 역사를 바꾸었는지 13가지의 이야기로 소개하는 <총보다 강한 실>. 원제는 ‘Golden Thread‘인데 오히려 ‘총보다 강한 실‘이라는 제목이 책의 테마를 관통하는 제목 같다. 아기자기한 표지도 마음에 들고. 하지만 무엇보다 깔끔한 구성이 가장 좋았다. ‘직물‘이라는 소재 아래 묶인 13가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먼저 읽을 수도 있고 흐름이 끊겨도 쉽게 다시 돌아가 읽을 수 있다. 이야기 안에서도 짧은 글이 여러편 이어져있는 점도 좋았다. 실제로 며칠동안 마음이 심란할 때 조금씩 나누어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소개된 13가지 이야기 모두 흥미로웠지만 이집트 미라에 대한 이야기, 패스트 패션과 공장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소에도 린넨 소재의 옷을 좋아하는 편인데, 19세기 이집트에서 린넨이 시체와 조각상을 감싸며 청결과 신성함을 상징했다니! 린넨 옷들을 조금 더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집트 미라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연구진들이 미라를 훼손시킨 장본인이었다는 문장에서는 그야말로 아연실색했다. 새로운 발견에 급급한 현대인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또한 최근 패션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패스트 패션과 공장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세계 2차대전 당시 레이온 공장에서 강제노역을 하던 이들이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각종 질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너무 끔찍했다. 지금이라고 많이 달라졌을까 생각해보면 글쎄, 그렇다고 확실히 답을 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합성섬유는 자연을 파괴하며 인간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사실도 이제서야 주지하게 되었다. 아, 소비자인 우리는 옷을 구매할 때 정말로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 또한 ‘왜 옷은 사도 사도 또 사고 싶을까‘를 매 시즌 외치며 옷 구매에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소재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민하고, 오래 입을 옷을 사야겠다.



역사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으레 시기별로 구분되는 딱딱한 책일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이 책은 ‘직물‘이라는 한가지 테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13가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읽는데도 전혀 부담 없이 재미있었다. 이런 역사책이라면 계속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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