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일 - 동물권 에세이
박소영 지음 / 무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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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가? 여기 우리를 도와줄 책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이의, 그 말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제목은 <살리는 일>. 10년차 기자이자 5년차 ‘캣맘‘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직접 겪은 일들을 풀어낸 동물권 에세이다.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내가 몰랐던 세계를 마주하는 일이 당혹스러웠다. 열다섯 군데가 넘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관리하고, 이사도 여행도 포기한 채 수시로 위기에 놓인 고양이들을 구조하는 저자의 모습이 유별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나갈수록 그는 앞서 걷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세상을 옳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면 저자는 행동하는 사람이다. 고통과 아픔을 감수하고서도 ‘비인간 동물‘을 살리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다.



동물에 대한 관심은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연결된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에서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반대하고, 장애인의 기본권에 대해 고민하는 일까지. ‘내 안보다 내 밖을 더 많이 고민하는 사람‘(106p)에게 세상은 더 이상 나 하나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시선을 자꾸 밖으로, 더 멀리 보내야 하는 이유다.



쓰는 일이 살리는 일보다 우선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가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수놓은 책이기에 읽을수록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책과 영화 이야기는 ‘예술 역시 누군가를 살리는 일‘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다시, 기억해두자.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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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이석원 지음 / 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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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이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듣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저자가 일 년 동안 자기 자신과 나눈 대화를 슬쩍 엿볼 수 있는 책, 이석원 작가의 신작 <2인조>다. 저자가 오랜 시간 음악인으로 또 작가로 대중 앞에 서 온 이여서인지, 그가 지쳐버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날 때부터 2인조‘다. 그러니까 저자의 이야기는 자기 자신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 저자의 이야기는 그가 25년 만에 병원을 찾아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야 백 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병원 상담에서부터 시작하는 에세이는 지난 몇 년간 과하게 접했기 때문에 이 책을 계속 읽어도 될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의 전작들을 읽으며 쌓아온 믿음 덕분에 계속 읽어보기로 했고, 중반부쯤 갔을 때 완전히 빠져들었다. 편안하게 술술 읽히는 문장 덕분에 더욱 정신없이 읽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쉽게 읽히지만 한 문장도 허투루 쓰여지지 않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스스로를 마주하며 적어내려간 일 년 동안의 기록을 찬찬히 따라 읽으며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과도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사실 오늘날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는 어디서든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얼마나 깊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대화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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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천국 -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잊을 수 없는 시절의 여행들
유지혜 지음 / 어떤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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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이었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쌓여있었지만 나는 꼭 이 책을 당장 읽고 싶었다. 조금도 기다릴 수 없어 추위를 무릅쓰고 서점으로 달려갔다. 그날 저녁 읽기 시작해 이 책에 사로잡혀 있었던 날이 벌써 며칠이다. 500페이지에 가까워 읽어도 읽어도 읽을 페이지가 남아있는 것이 좋았고 또 아쉬웠다. 유지혜 작가가 스물 여섯부터 스물 아홉까지 4년간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쉬운 천국>이다.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누구나 한 번쯤 동경의 마음을 품어봤을 법한 멋진 도시들이지만 이 책에 그 멋짐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빈티지 샵에 들러 여행자의 초상을 벗어버리는 사람, 호화스러운 숙소가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친구들의 집에 머무르는 사람, 끊임없이 자신을 관찰하고 쓰는 사람의 일상과 생각들이다. 저자의 글에는 고유함이 있다. 그 고유함이 너무 멋지다. 누군가를 따라하며 나오는 멋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한 멋이기에 고유한 것이겠지. 저자의 문장은 새롭고 독특하고 위태롭고 솔직하다. 그래서 자꾸 읽고 싶어진다.



저자는 수만가지의 결정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매일 집요하고 섬세하게 스스로를 기록하면서. 그러니까 <쉬운 천국>을 읽는다는 건 저자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간 과정을 만나는 일이다. 나는 진정 나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저자의 글을 조금이라도 읽고 나면 어김없이 노트를 펴고 나를 기록하게 된다. 누군가 끝없이 써내려간 기록이 누군가 끝없이 읽어내려가는 책이 되는 일은 영원히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결국 모든 여행은 나 자신으로의 여행으로 귀결된다.



+

이 책에 대해서라면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작가님 인스타 속 글과 사진도 너무 좋고.. 1월 동안 작업책방 씀에서는 ‘작가의 책상‘ 전시가 있다고! 읽고 쓰고 경험하고 ‘잠시동안의 가난에 함부로 초라해지지 말 것(63p)‘, 자기 자신이 정하는 자기 자신만이 진짜 결과(176p)임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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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5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앞으로 올 사랑 -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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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언제 끝나?‘ 라는 질문은 잘못되었다.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이렇게도 바뀔 수 있다.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흑사병 시대의 최고 인기작 <데카메론>의 열 가지 주제를 따라 ‘코로나 시대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전하는 책이 있다. 바로 정혜윤 작가의 신작 <앞으로 올 사랑>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의 시대, 기후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향해야 할 사랑은 ‘실천이고 행동이고 창조‘다. 저자는 레이첼 카슨의 이야기를, 미셸 우엑벡의 <세로토닌>과 마거릿 애트우드의 <미친 아담 3부작>을 비롯한 수많은 책 속 이야기를 소개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랑을 넘어 확장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고통을 기꺼이 함께 느끼는 ‘동물-인간‘으로서 새로운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가치 있는 변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정혜윤의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수십 권의 책을 읽은 것 같다. 이야기와 이야기와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아주 오래 헤엄치다 간신히 물 밖으로 나온 듯 숨이 가쁘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면 언제나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이 질문 역시 다르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왜 사는가?‘ 이제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알기 위해서 읽는다고, 행동하기 위해서 읽는다고, 사랑하기 위해서 읽는다고.



2021년의 나는 더 행동하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다. 이전으로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 어떻게 사랑하며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들께 이 책을 건네며. 사랑과 함께 내일로 가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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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여행산문집
김소연 지음 / 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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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공간에서 스스로를 독대하며 맞는 연말이 무섭다.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스스로의 본모습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달에는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며 스스로의 부족함과 수없이 마주했다. 분명 잘 해낸 것도 있을 텐데 왜 실수한 것들만 눈에 쏙쏙 들어오는지. 도망치고 싶다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온다. 보통 이럴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여행이다. 가보지 않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라면 완벽하다. 나의 여행은 내가 내 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스스로를 던지며 시작된다.



하지만 꼼짝없이 집에 붙어있어야 하는 요즘. 때마침 좋아하는 시인의 여행 산문집이 나왔기에 의지해보기로 했다. 김소연 시인의 <그 좋았던 시간에>. 시인이 지난 몇 년간 여행에 대해 쓴 글을 모아 묶은 산문집으로, 수없이 많은 도시들을 아주 느슨하게 여행한 사람의 기록이다.



여행에 대한 갈급함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인데 어쩐지 한 장 한 장 읽어나갈수록 내게 필요한 것은 시인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내기 위해 하루를 다 쓰는 마음, 아무것도 아닌 장면을 오래 들여다보는 마음. 시인은 여행을 ‘우주를 독식하는 시간‘,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게 한다는 점에서 여행과 시(그리고 시인의 시선)는 닮았다.



연말을 맞는 나의 마음을 돌아본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 불안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다음 해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한 나의 마음을. 일단 여행을 떠난 것처럼 집안 환경을 바꾸고, 마인드 세팅을 새로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새해가 코앞에 왔으니 ‘낯설게 하기‘ 딱 좋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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