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 트럼프에 관한 가장 치명적이고 은밀한 정신분석 보고서
메리 트럼프 지음, 문수혜.조율리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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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책은 메리 트럼프의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유일한 여조카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저자가 가족사를 파헤치며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람에 대해 분석해낸 글이다. 가족이기에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겪었던 일화들이 다수 소개되어 있는 점, 임상심리학자로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한 인간에 대해 가감 없이 분석해낸 점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트럼프 가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에 이른 도널드의 형 프레디의 딸이다. 책의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의 아버지이자 저자의 할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의 이야기로 거슬러올라간다. 프레드 트럼프의 방치와 학대가 어떻게 두 아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망가뜨렸는지 읽고 있노라면 유년시절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큰 아들 프레디는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도널드는 그런 형을 반면교사 삼아 잔인하고 이기적인 인물로 자라났다. ‘어떤 의미에서 아동 학대는 ‘너무 많은 것‘ 혹은 ‘충분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48p)라는 문장이 핵심이다. 아버지와 삼촌의 유년시절을 서술하는 저자의 문장은 이토록 거침없이 냉정하다.



미국 현지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가처분 금지 소송을 이기고 출간되어 출간 당일 1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책. 어쩌면 이 책이야말로 도널드 트럼프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 이 책을 말미암아 가정환경과 유년시절이 한 사람의 자아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다른 가족들과 굉장히 비슷하다.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내게 ‘책을 통해 부모와 형제자매와의 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가족이란 보편적이다. 부모가 위험하고 병약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면 그 가정엔 재앙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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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0-12-0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가 안 눌러지네요 ㅠㅠ 커피도 책도 눈길이 갑니다^^
 
일하는 사람의 생각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 세미콜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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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work life balance)‘의 시대는 가고 ‘워라클(work life cycle)‘의 시대가 왔다. ‘워라클‘은 최근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일과 삶의 구분이 모호해졌기에 더욱 각광받고 있는 단어다. 이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잘러‘가 되고 싶다면, 특히 창작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일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은 바로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대담집이다.



책 속에는 두 사람이 어떻게 광고인과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부터 브랜딩이란 무엇인지, 영감은 어디서 오는지, 클라이언트와 직장 생활에 대한 조언까지 총 열 번의 대담이 실려있다. 트렌드의 최전선을 달리는 광고와 디자인이라는 직업군에서 수십 년간 롱런하고 있는 ‘일잘러‘ 선배들의 이야기인 만큼 꼭꼭 새겨야 할 구절들이 많다. 아무리 급변하는 세상이라지만 수십 년의 세월을 담은 노하우는 어디 가지 않는다.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지만 ‘세월이 지나도 결코 지나지 않는 가치는 진정성‘이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진정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SNS 시대의 진정성은 생존 포인트라고. 우리가 겉과 속이 같은 사람,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을 지향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다. 또한 책을 읽을수록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신(修身)이 되어야 함을 절감했다. 창의력을 기르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줄 아는 힘이 있어야 한다니 말이다. 결국 일을 잘 하고 싶다는 소망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과 다름 아니다. 나에게 ‘일잘러‘의 길은 멀고도 먼듯하지만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조금은 그 경지에 닿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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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김개미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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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이미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앞으로는 그 변화가 더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직업의 양상, 인재상은 물론이고 일 하는 방법까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에 발맞춰 변화할 수 없다면 아마도 살아남기는 힘들지 않을까. 변화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책 속에서 무언가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읽었다. 바로 열 두명의 프리랜서가 ‘혼자 일하는 법‘에 대해 쓴 책,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다.



나이도 직업도 성향도 제각각 다른 책 속 저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각자만의 뚜렷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 열 두편의 글에서 예외없이 크고 작은 깨달음들을 얻을 수 있었는데, 내가 정리한 대략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일단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루틴과 보상을 설정할 것. 당연한 말이지만 남에게는 맞는 방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 성공했다면 성실할 것 그리고 꾸준히 성실하기 위해 체력을 관리할 것. 기본이라고? 언제나 가장 어려운게 기본 아니던가.



이 책은 프리랜서들에게는 물론이고 비대면 시대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혼자 일하는 이들에게도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별 생각 없이 그냥 읽어도 재미있을 책이긴 하다. ‘남들은 어떻게 일하는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누구나 궁금해하기 마련이니까.



‘이 극단적인 변화의 시기를 잘 버티며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킨 사람들만이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질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63p, 김광혁 디자이너)



+ 함께 보면 좋을 영상: 신예희 작가 인터뷰 ‘삼성-LG를 혼자 상대하는 22년차의 생존노하우‘ (유튜브 EO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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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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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 사이에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었다는 화제의 작품, 제163회 아쿠타가와 수상작 <파국>.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시대의 광기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주인공 유스케가 아카리라는 여성을 만나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다. 별거 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의 어떤 점이 신선하다는 걸까?



건조하고 간결한 문장과 빠른 전개 덕에 쉽게 읽히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만한 소설이다. 일단 주인공 유스케는 본인만의 주관이나 감정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그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만 정작 그의 행동들에는 감정이랄 것이 없다. 그는 끔찍할 정도로 기계적으로 생각한다. 마치 자기 인생의 주체가 아닌 꼭두각시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을수록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되기는커녕 위화감이 든다. 또한 이러한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소설 전체에 불안감을 조성한다.



나로서는 유스케라는 인물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가 대표하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인간 군상‘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더욱 이중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인간들 말이다. 사회의 규범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지만 행동은 부자연스럽고 내면은 텅 비어있는 ‘좀비‘. 어쩌면 이 책이 그토록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기 때문이 아닐까. 간결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쉽게 읽히지만 어딘가 기묘하고 조금은 불쾌하기까지 했던 소설 <파국>. 다른 이들의 평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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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마녀 또는 아그네스
해나 켄트 지음, 고정아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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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마녀 또는 아그네스>는 19세기 아이슬란드에서 마지막으로 사형당한 아그네스라는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역사소설이다. 아그네스는 두 사람을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여자,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교구 난민이 되어 아이슬란드 곳곳을 떠돌았던 여자, 글을 읽을 줄 알았고 시를 쓸 줄 알았던 여자,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 비극적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 사형으로 생을 마감한 여자.



저자의 첫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19세기 아이슬란드의 문화 역사적 배경과 아이슬란드만의 자연 풍광, 아그네스 내면의 심리가 두드러지는 훌륭한 소설이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아그네스의 고독과 슬픔이 계속해서 일렁거린다. 사형 집행 전 어느 농가에 머무르게 된 아그네스는 마을 사람들의 멸시와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다. 처음에는 그녀 자신을 영적으로 인도하기 위해 찾아온 부목사 토티와의 대화에서 ‘진실은 없다‘고 단언했던 그녀지만,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소설은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구성되어있지만, 역시 아그네스 본인의 심리를 서술한 장면이 가장 매력적이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아그네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아그네스.



그녀는 잔혹한 살인마일까, 누명을 쓴 피해자일까? 사건의 전말은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그럼에도 아그네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한 인간의 역사를 전부 알게 되면, 그 이야기가 도저히 한 가지 방법으로 풀어낼 수 없는 실타래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하여 연민의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아그네스는 그저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이었을 뿐이다. 거기에 그녀 인생의 비극성과 고통이 모두 있다.‘(530p)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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