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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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예의가 사라져가는 시대.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 어른이 가져야할 삶의 태도를 ‘기사도 정신‘에서 찾는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는 옛 시대의 사라져가는 사고방식을 지키는 것이 저항이 될 수 있다며. 그가 우리에게 소개하는 것은 ‘우아한 품격‘ 그 자체다. 우아함 속에 깃들어있는 저항의 몸짓! 세련된 초연함과 따뜻한 인정! 그는 오래전부터 귀족들을 통해 전해져온 덕목들 중 스물 일곱가지를 골라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함께 소개한다.



깔끔하고 단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 덕분에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특히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은 물론, 각종 문화 역사적 레퍼런스들이 가득해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저자는 오늘날 일상 속에서 어떻게 과거의 기사도 정신을 적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품위를 지키며 나아갈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현명함, 자족, 격식, 정의, 친절 등등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한 덕목들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건 겸손에 대한 글이었다. 그는 중세시대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에레크와 에니드>와 영화 <레이디 버드>를 소개하며 오만과 겸손 사이의 중도를 이야기한다. 자율과 타율 모두에게서 벗어나 ‘신율‘, 즉 소명을 추구해야 한다고. 오늘날에는 점차 빛바래져가는, 고결하고 단호한 소명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될줄이야! 책을 읽는 내내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되어 오늘날 잃어버린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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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의 모험 -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이동진 지음 / 블루랍스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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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클릭 몇 번이면 24시간 언제든 필요한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대. 코로나 이후 길거리에 빈 점포를 수두룩하게 볼 수 있는 시대. 정말 오프라인 비즈니스에는 미래가 없는가? 그럴리가.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모험>에서는 뒤바뀐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현장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진화 방향을 들여다본다.



오늘날 자본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급부상하는 시대인만큼 어떻게 오프라인 공간에서 매력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저자는 이와 같은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변화를 가상의 인물 퇴사준비생 이모씨의 여정을 통해 그려낸다. 무인 매장의 장단점,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이유, 오프라인 매장의 미디어화 등을 차례로 짚어내고 있어 변화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포인트다. 손쉽게 온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변화와 다양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는 만큼 관련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꼭 권하고 싶다.



책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의 이점을 잘 활용한다면 엄청난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온라인에서의 트래픽도 공짜가 아닌 만큼,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비와 광고비를 꼼꼼히 따져보았을 때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섬세한 고객 경험 설계로 브랜드의 친밀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 온라인 상에서는 무엇이든 손쉽고 편리할거라는 개인적인 관념을 뒤엎는 대목이었다. 한정되어있는 온라인 속 트래픽에 치인 브랜드들은 차별화를 위해 오프라인으로 나온다. 더 나아가 이미 오프라인 매장은 스토어가 아닌 ‘미디어‘다. 결국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답은 콘텐츠, 스토리, 상상력인 셈이다.



온라인 서핑보다 오프라인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뜻밖의 발견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로서, 앞으로의 오프라인 매장이 어떻게 발전할지 무척 기대된다. 책 속 예시로 등장한 ‘라이프스타일 빌리지‘ 광교 앨려웨이같은 공간이 곳곳에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참신한 기획으로 가득한 오프라인 매장들을 더 다양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정말이지 설레고 반가운 일이다. 이 기대감을 함께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함께 <오프라인의 모험> 속으로 떠나볼 것을 권해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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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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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이야기다. 하나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렇게도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며, 그 이야기를 꺼내어 다른 이의 이야기와 연결해나갈 때 비로소 삶이 완성된다고. 그제서야 나의 삶이 우리의 삶으로 확장된다고. 그때 삶은 곧 사랑이 된다고. 그렇다면 삶은 이야기를 말하는 것과 듣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는 셈이다. 잘 말하고 잘 듣는 것. 그게 전부! 매일 매 순간 더 잘 사랑하고 싶은 이에게 꼭 함께 읽어보자 권하고 싶은 책, <슬픈 세계의 기쁜 말>. 정혜윤 PD의 신작이다.



삶과 죽음 사이, 매일매일을 정성들여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내가 자유입니다‘라고 말하는 어부, 일흔이 넘은 나이에 글을 익히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는 할머니, 꽃이 필 때의 행복을 힘껏 누리는 저자의 어머니.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쳇바퀴를 잠시 멈추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혼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반짝이는 일상의 아름다움이나 찬란하고 고아한 자연의 정경같은 것들. 나와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언제나 배울 것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이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그러니까,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세상은 변해야 하고 우리는 사랑할 줄 알아야한다.‘(234p)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세상의 슬픔과 고통에 귀기울이고 그것에 대해 말하기를 멈추지 말아야한다. 위로와 공감을, 연대를 이어나가야 한다. 재난과 참사 앞에서 잘 말하고 잘 듣는 일을 주저하지 않을 때 사랑이 피어난다. ‘우리가 가진 것은 목소리 뿐‘이므로. 이야기를 전하고 전해서 더 이상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나누는 마음. 그 마음 속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기꺼이 함께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있다. 우리가 더 잘 듣고 더 잘 말하고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들이 적어나갈 앞으로의 이야기는 더 많은 사랑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틸 뷰티풀.˝ 그러니까 언제나 삶은 아름다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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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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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중문화 콘텐츠는 변화하는 시대의 감수성을 따라가고 있는가? <어제 그거 봤어?>는 드라마, 예능, 영화, 다큐, 애니를 여성주의적으로 살펴본 에세이다. 저자는 냉정하게 그러나 사려깊게 대중 문화의 흐름을 조명해낸다. 그는 이제껏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 문제조차 되지 않았던 것들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뜯어보자고, 과연 우리가 매일 보는 콘텐츠의 젠더 감수성이 올바른 균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고 독자를 초대한다.



저자는 영상 속 드러난 젠더 감수성의 취약한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이를테면 <고등래퍼3> 우승자 이영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타자화된 상황, <SKY캐슬> 속 피해자화되어 남성들을 성숙하게 만드는 도구로 이용된 여성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 말미에는 스스로 생각해봄직한 질문들이 들어가 있어, 관념을 깰 수 있는 것도 좋았던 포인트다.



그러나 내가 가장 즐겁게 읽었던 부분은 여성들이 서로를 이끄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다. <검블유> 속 두 직장동료의 독립적이면서도 애정어린 관계, <달리는 사이> 속 서로의 속도대로 함께 달리는 다섯 여성들, <캠핑클럽> 속 과거를 속시원히 인정할 수 있을만큼 자유로워진 핑클 멤버들. 여성간의 사랑과 연대가 이토록 정확하게 그려진 프로그램들이라니. 대중 문화 콘텐츠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대중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런 글을 쓸 수 없다. 문장마다 애정 가득한 독려와 문제제기가 가득하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던 영화, 드라마, 예능 속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 이 프로그램들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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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기분
박연준 지음 / 현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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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의문은 이것이다. 시를 배울 수가 있나? 문학을 배울 수가 있나? 마음속에서 길어낸 진짜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는 내면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것을 누가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내면으로의 길은 각자 걸어야겠지만, 쓰는 것도 각자 해내야겠지만, 앞서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이 밝힌 불을 따라갈 수는 있다. 그런 등불이 되어주는 책, 바로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시를 쓴다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한데 성큼 문지방을 넘어 들어오지는 못한 채 문가에 서서 서성이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시와 글쓰기와 삶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고, 쓰는 사람으로 태어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섬세하고도 다정하고 단단한 저자의 문장은 은은한 빛이 되어 독자를 이끈다. 저자가 비추는 등불을 살금살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쓰는 이의 세계에 도착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그저 언제나 내 안에서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를, 용기내 꺼내고 싶은 마음을 찾게 될지도! 책을 덮을 때쯤이면 온 몸과 마음이 ‘쓰는 기분‘으로 가득해질지도 모른다. 꼭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인이 된다는 건 매일매일 쓰는 기분으로 살아간다는 것. 시는 ‘태어나는 것‘이자 ‘감각되는 것‘. 그러므로 시를 쓴다는 건 그야말로 애씀 없는 애씀. <쓰는 기분>에는, 드넓고 풍부한 시의 세계를 바로 그 안에 머무르고 있는 이의 목소리로 만나는 희열이 있다. 시의 세계에 들어오고자 하는 이에게 전하는 따뜻한 조언과 모과 모임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얼마나 마음이 설레였는지. 이제 나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영원히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혼자라서 아름다운 전사‘들의 이야기라면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 책장을 덮고 ‘쓰는 기분‘으로 충만해진 나는, 이제 나만의 ‘생각하면 좋은 것‘들의 목록을 흥얼거리며 시인의 탄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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