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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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실 내 독서는 문학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터라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걱정부터 앞섰다. <팩트풀니스>라니. 무슨 자기계발서 같잖아. 하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읽게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훌륭한 책이었다.

한스 로슬링은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사실충실성factfulness’을 실천해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세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분법적이지도 않고 절망적이지도 않으며 심지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책의 첫머리에 사실을 묻는 13개의 문제가 있다. 나도 풀어봤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2개 맞음..)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나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팬지보다도 못한 정답률을 보인다는 것! 저자는 이어지는 챕터에서 이 현상을 인간의 뇌가 일으키는 10가지 본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저자의 설명은 명쾌하고 짜릿하다. 어떤 챕터에서는 세계는 발전하지 않는다는 나의 근거없는 믿음을 비웃듯, 소득수준에 따른 4단계로 나누어 세계는 발전해왔으며 지금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음이 명확히 보여진다. 그러니까 세계는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나뉘어 있는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중간단계인 개발도상국에 이르렀으며 천천히 발전중이다! 게다가 국가가 달라도 소득수준이 비슷하면 놀랍도록 삶의 방식도 비슷하다! 문화나 종교가 아니라 소득수준이 문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의 변화다.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105)’는 것. 이는 무기력에 빠져 세계를 비관히는 나에게는 놀라운 이야기이다. 물론 나쁜 일도 많지만 그만큼 개선되는 것도 많다는 것! 무엇보다 항상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 고정관념에 매몰되지 말고 겸손과 호기심을 가질 것.

놀랍도록 고무적인 책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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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이야기
팜 제노프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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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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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서커스단은 어디를 가든 밝은 빛을 가져다주기 마련이었다. 지금은 그게 우리의 생명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관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서커스는 아직 죽은게 아니었다.(후략)’ (1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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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한 작품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안그래도 현실이 괴롭고 팍팍한데 소설속에서까지 힘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전쟁 배경일 경우 높은 확률로 등장인물이 살육의 잔혹함 속에 내동댕이쳐지기 때문에 읽기가 힘들거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그래서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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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제노프의 <고아 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노아와 아스트리드 두 여성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되다 ‘서커스단’,’공중 곡예사’라는 이름 아래 서로 엮인다. 두 인물 모두 독일군에게 쫓기는 처지에 있어 고통스러운 장면이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건 전쟁의 참혹함보다 두 여성의 우정과 연대가 먼저 마음 속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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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다른 비밀을 간직한 노아와 에스트리드 두 사람이지만 이들은 서로에게서 자기 자신을 본다. 자신들은 상처받을대로 상처받았음에도 결국에 이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누구보다 먼저 감싸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좋았다. 이들의 자매애가, 서로를 향한 연대가 점점 피어나는 과정이 아름다웠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서커스 공연이 계속되듯이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을 보호하려고 한다. 자신의 전부를 내주면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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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에 목마른 이들에게라면 이 책이 즐거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한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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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출판사의 깔끔한 북디자인- 역시 인상적이다. 표지의 일러스트도 훌륭하다. (노아일까? 아스트리드일까?) 다만 종이 커버의 책 등쪽이 점점 하얗게 닳아가는 모양새가 어쩐지 책커버로서 오랫동안 책을 보호해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였다. 미관상으로 예쁘기에 불만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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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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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곰
이희우 지음 / 잔(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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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결코 걷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사명 따위는 잊었다. 삶과 죽음, 선과 악에 대해서도 더 이상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그저 어딘가에 있을 바다를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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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작가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작은 곰>. 작은 곰이 어미 곰을 잃고 홀로 숲을 방황하며 바다를 향해 가는 이야기다. 혼자서 인생을 살아가야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은유로 읽히기도 한다. 작은 곰은 살기 위해 분투하고 선을 행하기 위한 사명을 가졌다고 자처하지만 그것은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그냥, 그냥, 그냥 사는 것을. 살기 위해 죽고 죽인다. 작은 곰이 운명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인간 또한 거대한 운명 앞에 무엇을 할 수 있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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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얇은 책인데, 무엇보다 튼튼한 양장과 커버 종이의 질감이 너무 매력적이다. 표지 및 책속에 실린 목판화 또한 아름다워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담고 있는 내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참 아름다운 패키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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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짧은 이야기가 마음을 크게 동요시킬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매끄럽지만은 않은 서사이지만 판화와 함께였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굳이 억지로 삶의 잔혹함을 감추지 않아 생각해 볼 거리가 많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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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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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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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가 자신의 '비밀스레 겪어낸 개인적 체험'을 엄격한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바로 그 작품 <모데라토 칸타빌레>가 문지스펙트럼의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얇고 가벼운 책이라 가지고다니며 읽기도 좋은 크기다. 예전 판본을 생각하면 굉장히 새련된 새 옷을 입게 된 셈이다. 이 작품 외에도 문지스펙트럼의 라인업들이 꽤 흥미로운데 이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시 <모데라토 칸타빌레>.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은유적이다. 장면들은 별다른 극적인 상황 없이 수많은 대화들로 채워져있다. 여주인공 안 데바레드가 작품의 첫머리에서 '죽음으로 실현되는 절대적 사랑의 장면'을 목격하고 이에 매혹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는 공장지대의 카페에서 쇼뱅이라는 노동자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며 앞선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는데, 이들의 대화에는 암시가 가득해서 직접적인 행위의 묘사 없이도 에로틱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렇게 섬세함으로 가득한 장면들은 뒤라스 특유의 문장으로서 완성되는데, 이는 허겁지겁 책을 읽어치우는 나로서는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봐야할, 그런 종류의 문장이다. 

사랑의 광기와 죽음. 이 책을 덮으며 단 한 번 사는 인생, 그런 격정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솔직할까.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서술했듯 사랑은 결국 의지이며, 수많은 이들이 증명했듯 사랑은 또한 환상이다. 어쩌면 자기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한 환상을 만드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의 상대는 나의 환상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게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시시각각 바뀌어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잔느 모로가 연기한 동명의 영화(1960년)가 강렬하다던데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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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운명 평화로 가는 길 - 대담, 미래를 위한 선택
이리나 보코바.조인원 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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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신청할 때 어떤 기대가 있었나. 관심은 있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사항에 대해 알게될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 책은 2018년 6월 7일 경희대학교 조인원 총장과 이리나 보코바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의 대화를 수록한 대담집이다. 이들은 기후 변화, 세계의 긴장과 갈등, 교육과 정치 등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했다. 

사실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너무 많아서 두루뭉술하다. 말로써 대화한 것을 글로 옮긴 것이고 애초에 이 대담의 목표사 '지구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현안을 모색한다'였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게 파고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바와는 달라 읽어나가기가 곤혹스러웠다. 나는 애초에 평화라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이어서일까.

하지만 기후변화는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주제이다. 인간의 문명 활동이 자행한 결과이기에 인류 공동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명확해보인다. 다만 이 대담집에서는 아주 두루뭉술한 실마리 정도만 얻을 수 있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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