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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딩씨 마을의 꿈>은 중국의 한 마을에서 비위생적인 바늘 사용으로 집단 에이즈가 발병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약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은 매혈 운동의 주도자였던 딩후이의 열두살 아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독이 든 토마토를 먹고 요절해 땅에 묻힌 열두살짜리 아이의 시선으로 말이다.
딩씨 마을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피를 팔았고 그로 인해 병에 걸려 죽어갔다. 사람이 계속해서 죽어나갔다. 옌렌커는 이 고통과 절망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너도 나도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죽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된다. 딩후이의 아버지만이 매혈을 주도한 것에 대해 주요 인물인 딩후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딩후이는 폐허가 된 마을 속에서도 부를 축적해나간다. 다른 이들은 속절없이 죽어갈 뿐이다. 일개 개인의 사과와 책임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절망 뿐인 이야기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희망이라면 딩량과 링링의 애절한 사랑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 또한 죽었고 묘까지 도굴당했다. 끝이 없는 재난 속에서는 주동자를 가려내기가 불가능하며 여전히 죽음만 맴돌 뿐이다.
옌렌커는 이 소설을 쓰며 '체력이 아닌 생명을 소모했다'고 회고한다. 이 책 또한 역시 중국 당국의 검열을 거쳐 출판이 금지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일체의 논평과 광고까지도. '어떻게 상부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며, 와서 살펴보지도 않고 관여하지도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마을이 되살아날 수 있단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