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은 다른 구두보다 빨리 망가진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미모와 비슷하고, 그래서 관리가 필요하다. (중략) 결국 알맞은 고도를 유지하려면 계속 구두굽을 고쳐 세워야 한다. 하이힐 굽이 만들어내는 효과와 보도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 그것이 중요하다.(32p)’-줄리 에스테브의 데뷔작, 소설 <꼬리박각시>는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는 롤라의 고독을 그리고 있다. 꼬리박각시는 벌새를 닮은 나방으로 꽃에서 꿀을 빨아먹으며 주로 낮에 활동한다. 주인공 롤라가 꼬리박각시일테다. 소설 전반적으로는 불안한 느낌이 가득한데다 롤라의 행보가 기괴하여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 소설이 결국 사랑받고 싶어하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나는 또한 불안과 미소가 반쯤 섞인 모호한 문장으로 사랑받고 싶은 우리의 미친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