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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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하다. 우리 삶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걸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지어내려 해도, 없는 건 없는 걸까. 그저 한만 남기는 세상인가. 혹시라도 살아 있다는 것, 희열과 공포가 교차하고 평온과 위험이 뒤섞이는 생명 속에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일 수는 없을까.(중략) 찰나에 불과한 그 순간순간들이 삶의 의미일 수는 없을까.(198-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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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구원
임경선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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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임경선 작가의 신간을 읽어보았냐고 물어봤을 때 그녀의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다고 대답했었다. 그 때의 대답이 영 마음에 걸렸었나. 서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다정한 구원> 동네서점에디션. 사실 원래 표지를 갖춘 책만 있었다면 들춰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순전히 동네서점에디션 표지가 예뻐서 안을 열어보았다.

리스본 여행기. 저자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과거를 찾아 딸과 함께 떠난 여행이다. 책에는 ‘통제할 수 없는 그 당연한 사실을 우아하게 직시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들이 기록되어있다.

내게는 페소아와 사라마구의 도시로 익숙한 곳. 작가의 과거 경험과 겹쳐져 당시 기억에 남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수십여년만에 당시의 지인을 만나기도 하는 이야기가 진솔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과거의 한 부분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잠시 돌아가보는 듯한 여행이어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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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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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힙한 조합✨ <대도시의 사랑>과 블루보틀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은 작년에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시작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찾아읽기 시작했다. 왜? 퀴어가 등장하는 소설이라서? 음 그건 좀 설명이 부족한 것 같고.

나는 박상영 작가가 그려내는 사랑이 좋고 사랑 앞에 울고 웃고 찌질한 작품 속 화자가 좋다. 그리고 그의 작품 속에서는 퀴어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서 좋다.

네 편의 소설들로 이루어진 이번 책. 소설은 주인공 영을 중심으로 자취방, 서울, 인천, 이태원, 방콕 등을 종횡무진하며 펼쳐진다. 앞의 두 편 ‘재희’와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이미 만나본 작품들이어서 반가웠고 여전히 좋았다. 특히 재희가 그려지는 모습이나(비록 결혼이라는 비극적(?)결말을 맞지만), 증오하고 사랑하는 영과 엄마의 관계가 말이다. 뒤의 두 편은 영과 규호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앞의 두 편이 너무나 강렬하여 뒤의 두 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카일리’에 대한 표현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것의 명칭을 제대로 말하지 않아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명랑하게, 슬프지만 울지 않고. 어쨌든.

다음이 기대되는 작가.

꼭 동네서점에디션으로 읽고 싶어 발동동 구르다 만난 이번 책. 나는 동네서점에디션 커버가 훨씬 좋다. 그리고 역시 사랑은 좀 찌질해야 제맛이지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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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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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의 두번째 산문집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첫번째 산문집인 <소란>이 너무나 좋고 좋고 또 좋았기에 이번 산문집도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산뜻한 연두색 표지와 흐르는 공기에 몸을 맡긴 듯한(발레일까..?) 엄유정 작가의 그림까지 표지가 참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글 한 편 한 편을 천천히 읽었다. 또 읽고 싶다. 시인의 언어로 쓰여진 산문이어서인지 문장의 리듬감도 좋았고.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강하게 매료시킨 것은 시인의 마음이다. 마음. 자연스럽게 멀어진 어린시절의 친구를 떠올리면서도 ‘그 애의 사랑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다’는 마음, ‘고독의 가장 좋은 부위는 새벽에 있다’는 마음, ‘사람을 끌어 안는 것이 권력’이라고 말하는 마음 등등. 무너지고 또 무너지지만 결국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박연준 시인은 하고있다.

등단 후 문단의 어떤 이들로부터 총알 세례를 맞았다는 글을 읽고 다시금 찾아본 박연준 시인의 등단작 ‘얼음을 주세요’는 처음 읽었을 때보다 지금 훨씬 더 깊게 다가왔다. 집에 돌아가면 그녀의 시집들을 꺼내어 다시 들춰볼 생각이다.

뒷부분에서 존 버거, 이승우, 뒤라스, 페란테 등 사랑하는 작가들이 등장하자 이 책이 정말로 좋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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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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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박연준 시인의 산문과 더불어 나를 살게한 또 한 권의 책. 김애란 작가의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과 구병모를 좋아하는 친구 덕분에 최근 몇 년간 김애란 작가의 소설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새삼스럽게..) 한 번 돌아볼 것을 두 번 돌아보게 되었달까. 아무래도 그 친구와 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그러다보니 두 작가는 내게도 조금 더 각별해졌다.

이 산문집에는 작가의 등단 즈음의 이야기에서부터 동료 작가들과의 일화(편혜영 작가와의 일화 너무 재밌었다), 문학에 대한 시선까지 밀도 높고 단단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실은,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멈췄다.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들이 때로 무거웠기 때문에.

이름. 잊기 좋은 이름이라는 이 산문집의 제목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세상에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300p)’는 마지막 글의 끝맺음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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