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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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앤드류 포터의 <빛과 물질의 이론>이 새 표지를 입고 등장했길래 이 때다 싶어 아껴둔 그의 장편소설 <어떤 날들>. 2015년부터 몇 번을 망설였던가! 소설의 분위기가 평온할 것 같아서 그동안 읽기를 미뤄온 차였다.

그리고 2019년 지금, 이 소설을 읽기에 딱 알맞은 시기에 읽게 되었다. 차분히 한 숨 돌리는 시간이 필요했던 내게 <어떤 날들>은 알맞는 선택.

<어떤 날들>은 네 명으로 이루어진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딸 클로이가 갑자기 대학을 그만두고 집에 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러나 사건 위주라기 보다는 등장인물들 개개인 내면의 상처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네 명의 인물들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서가 아니라 그냥 그들 자신으로 그려진다.

우리가 삶에서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 선택의 이유는 사소할 수도 있고 거대할 수도 있다. 혹은 영영 그 이유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역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것 아닐까. 네 명의 주인공들이 각각의 선택을 했듯이.

‘정말로 시를 직업으로 삼기 위해 휴스턴을 떠난다믄 생각만 하면 완전히 공포에 질려버린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스스로를 시인이라 규정하고 나면, 거기 전념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어느정도는 그것이 자신임을 인정해야할 터였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다른사람들이 그 말을 들어주길 원한다고.(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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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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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신작 <진이, 지니>. 항상 열심히 치밀하게 쓰는 작가로 기억에 남아있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이라면 일단 읽고 보자. 무려 ‘따스하고 다정하고 뭉클하다’니. 그간 인간의 악과 심연을 파헤쳐온 작가가 아주 다른 작품을 썼나보다. 어떨까? 반신반의하며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작품은 영장류 연구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진이와 보노보 지니, 그녀들을 구하게 되는 민주 세 인물의 이야기다. 정유정은 인간에 대한 탐구에서 더 나아가 영장류(주로 침팬지와 보노보)까지 그 영역을 확장시킨다. 작가는 일반인의 이해가 미치기 어려운 지점을 진이와 지니의 교차를 통해 그려낸다.

<진이, 지니> 또한 기존 정유정 작품들처럼 따뜻한 시선과 치밀한 구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아무리 소설속 장치라고 하더라도 우연성과 판타지성이 과하지 않았나 싶다. 이 소설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배경이 철저히 현대에 기반하기 때문에 무리한 설정에 더욱 이질감이 들었다. 독자가 인간 진이와 보노보 지니 둘 다에게 이입할 수 있을 때에야 이 소설은 진가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을 테지만.. 나는 아쉽게도 그 어떤 쪽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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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독보적 유튜버 박막례와 천재 PD 손녀 김유라의 말도 안 되게 뒤집힌 신나는 인생!
박막례.김유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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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취향이 고지식한건지 뭔지 단문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는 읽지도 않고 패스하는데 강력한 표지와 편의 마음으로 별 고민 없이 읽은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유튜브 CEO도 주목하는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와 김유라 PD.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를 가장 많이 웃기고 울린 유튜브 영상은 모두 박막례 할머니 영상이다. 인생은 70살부터라며 서슴없이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 박막례 할머니와 영상 콘텐츠며 편집이며 애정이 돋보이는 손녀 김유라 PD.

유튜브 영상으로는 미처 담지 못했던 할머니의 전반전 인생과 유튜브를 시작하면서의 비하인드스토리가 이 책에 담겨있다. 그녀의 편이라면 무조건. 누구나 부담없이 읽기도 좋다. 모두들 이 책을 덮을 때 어디에선가 용기가 솟아오르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역시 인생은 70살부터. 끝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말을 증명하는 박막례 할머니의 도전을 응원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나에게 격려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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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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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스틸북스에서 산 단 한 권의 책. <책기둥> 문보영 시인의 산문집. 나만 알고 싶다. 정말.. 시인의 시집도 블로그 일기도 브이로그도 너무나 잘 읽고 보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갑자기 로맹가리 <그로칼랭>이 다시 읽고 싶어서 서점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했다. 더 덧붙일 말은 없고 정말 나만 알고 싶은 책,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리뷰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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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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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상에. 이제 김세희 작가님 믿고 읽는 리스트에 저장✨ 이 책 안 읽은 사람 없게 해주세요! 단숨에 읽어버린 <항구의 사랑>.

‘그 시절 우리를 사로잡았던 건 뭐였을까? 아이돌, 팬픽, 그리고 여자를 사랑했던 소녀들. 두고 왔지만 잊은 적 없는 나의 첫사랑 이야기.’

이 소설은 무엇이었다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때 그 순간 분명하게 존재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목포에서 여중 여고를 나온 주인공 준희가 어른이 되어 과거의 기억을 써내려간다. 민선 선배를 사랑하고 팬픽을 읽고 무언가 위대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준희. 그 모습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본다.

‘스무 살이 되어 들어간 세계는 조금 전까지 내가 몸담았던 세계와 이어 붙일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중략) 이제 그 부분까지 포함한 나 자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53p)’

스무 살 이후의 세계에서는 십대 시절 소녀들의 미친 사랑을 유치한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유치한 것이었는가? 정말 인희의 짧은 머리와 힙합 바지는 그녀 자신의 표현이 아니라 남성적인 외양을 따라한 것에 불과한 것인가? 글쎄. ‘’남자처럼 짧은 머리’라는 표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차린 뒤로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159p)’는 준희의 말처럼 이 책을 다 읽은 나도 세상이 조금은 달라보인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이 소설은 어떤 시도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이 소설은 어떤 시도가 되리라 확신한다. 과거의 나를 이해하려는 시도,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려는 시도, 획일화되지 않으려는 시도.

특히 나의 여자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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