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신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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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의 엘레나 페란테 초기작 3권이 ‘나쁜 사랑 3부작‘으로 묶여 번역 출간되었다. 나폴리 4부작 1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고 너무 좋아서 다음권 번역을 기다리지 못하고 영어 번역본을 구해 읽고, 에세이집 <라프란투말리아>를 찾아 읽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녀의 작품이 너무 좋아서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고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었다. 아무튼. 오늘 읽은 책은 그녀의 데뷔작 <성가신 사랑>이다.

<성가신 사랑>은 엄마를 너무나 사랑해서 증오하기까지 했던 딸의 이야기다.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가부장제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뒤틀린 오이디푸스’ 이야기다. 미스테리 스릴러다.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되고 싶었던 딸 델리아. 그녀는 엄마의 장례를 치룬 뒤에 자신도 몰랐던 엄마의 삶을 복기하며 의도적으로 왜곡해왔던 과거 의 진실을 깨닫는다. 찌질하고 폭력적인, 그야말로 가부장제가 낳은 쓸모없는 인간의 표상인 아버지와 남성 카르텔을 공고히하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남자 주인공들은 주변인일 뿐이다. 이 소설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엄마 아말리아는 이미 죽었으니 진실은 알 수 없겠지만 어쩌면 그녀는 델리아의 행동을 다 알고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녀도 자신을 향한 델리아의 집착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모든 진실을 알게된 델리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자기 자신이기를 선택했을까? 자신이 아닌 아말리아가 되기를 선택했을까?

정말 그야말로 성가신 사랑. “너무 사랑해서 당신을 증오해요. 당신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다 거짓말이에요. 당신이 오로지 나만을 사랑해주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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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문지 에크리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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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손에 감기는 단정한 크기의 산문집 시리즈 '문지 에크리'를 선보인다. '친애하는 것들에 대한 미지의 글쓰기' 선집이라니 궁금했다. 1차분으로 공개된 네 권의 에세이들 중 김소연 시인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를 읽어보았다. 김소연 시인의 산문이라면 믿고 읽어야 하지 않나 싶은 마음에.



김소연 시인이 택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 어떤 내용이 쓰여져있을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누구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욱 다루기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했다. 직접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했던 지난 산문집 <나를 뺀 세상의 전부>에 이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랑이라니.



시인은 이 책에서 사랑이 아닌 '사랑함'에 대해서 말한다. '사랑이 더 이상 감정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도록(223p)', '이성애 중심과 남성 중심의 오래된 권력을 지켜주는 보루(12p)'로서의 사랑이 아닌, 사랑을 보살피는 힘인 '사랑함'에 대해서. 사실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폭력을 여럿 목격해와서인지 순수한 사랑 그 자체에 대한 믿음이 없다. 그렇지만, 사랑은 잘 모르더라도, '사랑함'에 대해서라면 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본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책들에서 언급한 사랑, 누군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사랑 이야기들이 여럿 등장한다. 가족, 애인, 나 자신…… 글들이 파편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저자가 '사랑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11p)에 정면으로 맞서며 작성한 글들이기에 내가 받는 이 느낌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나 또한 사랑이라는 낱말 하나를 붙잡고 촛불 하나에 의지해 어두운 터널을 더듬더듬 나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보면 영화 <아가씨> 속 숙희와 히데코의 사랑을, 이병률과 최승자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문지 에크리 시리즈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색다르게 재미있었다. 다른 저자들의 책들도 궁금해진다.



#문지에크리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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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안희연 지음 / 서랍의날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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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여행은 내 삶이 고여 있지 않다는 ‘자기 위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언가를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흐르기’ 위한 여행. 백지 위에서는 시로 멀리 가고, 실제 삶에서는 비행기를 타든 기차를 타든 멀리멀리 가서 더 멀리 가기를 늘 꿈꾸는. 그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자 여행이었다(164p)‘



지난해 안희연 시인의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를 읽고 펑펑 운 적이 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평소에도 감정 이입을 잘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건 주로 공연 예술을 볼 때의 이야기이고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 북받친 적은 드문 일이라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안희연 시인이 세계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느꼈던 것들과 직접 찍은 사진들로 꾸린 에세이가 바로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이다. 직접 여행 책자를 만들어 다닐만큼의 여행 마니아. 우울과 명랑 사이를 헤매며 떠나고 돌아와 쓰고 다시 떠나기를 반복했던 시인의 20대.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인의 문학 여행이다. 폴 발레리, 로르카, 페소아, 사라마구, 전혜린 등을 찾아 떠났던 그 여행. 폴 발레리의 묘지에서 현지인에게 그의 시를 읽어달라고 부탁했다던 일화는 마치 영화같다. 또한 페이지 곳곳마다 들어간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도 이렇게 잘 찍으신다고요..?)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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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 살인 -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원작 소설, 공식 출판작,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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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만난 친구가 <오리엔트 특급살인> 속 드래고미로프 백작부인에 대한 묘사를 손에 꼽기에 다시 찾아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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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보았던 사람 중 가장 추하게 늙은 여자’이지만 ‘사람을 매혹시키는 추함’을 가진, ‘정중하고도 분명하며 권위있는’ 늙은 여자, 드래고미로프 백작부인! 외모의 아름다움이나 젊음만이 여성의 매력이라는 생각은 집어치우자. 이미 애거서 크리스티는 1934년에 정중하고 권위있는 분명한 태도의 여성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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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자체는 초등학생때 읽고 처음 읽는데 여전히 재미있다. 당시에는 코난 도일을 추리소설계의 최고로 쳤었는데 아무래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위대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건의 설정, 인물 묘사, 미스테리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능력, 반전, 그리고 의미까지! 그저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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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직까지 애거서 크리스티를 읽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 내 최애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이지만, 아무래도 다시 전작 정주행을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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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요가 -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 아무튼 시리즈 21
박상아 지음 / 위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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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읽기 좋은 아무튼 시리즈. 오늘은 <아무튼, 요가>.

작년 유럽 여행 중 에든버러와 아비뇽에서 각 숙소 호스트들에게 요가와 명상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삶이 달라진다고. 특히 아비뇽 숙소의 호스트는 인도라는 나라와 연이 깊은 요가 수련자이기도 했다. 그 때는 살면서 두 번 요가를 추천받은 상황이 며칠 간격으로, 여행중에 일어난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결국 그 이후 사느냐 죽느냐에 급급해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조언은 줄곧 마음에 품고 있다.

<아무튼, 요가>는 요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도 흥미롭고 유익했다. 저자의 삶의 흐름을 읽으며 무엇이든 해보는게 낫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으며, 일상을 단단하게 만들려면 몸과 정신의 수련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새롭게 느꼈다. 무엇보다 요가에 관심이 생겼다. 진지하게!

물론 지금의 나는 운동은 커녕 하루 세 끼 챙겨먹기도 제대로 못하는 인간이지만, 죽음이 아닌 삶쪽으로 머리를 돌리니 ‘제대로’ 사는 것에 관심이 생긴다. 그런 삶에 요가가 도움이 될 것 같다. 꼭 요가가 아니더라도 몸과 정신을 올곧게 잡아줄 무엇인가가 필요할 것 같다. 천천히, 차근차근 살아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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