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문지 에크리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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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손에 감기는 단정한 크기의 산문집 시리즈 '문지 에크리'를 선보인다. '친애하는 것들에 대한 미지의 글쓰기' 선집이라니 궁금했다. 1차분으로 공개된 네 권의 에세이들 중 김소연 시인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를 읽어보았다. 김소연 시인의 산문이라면 믿고 읽어야 하지 않나 싶은 마음에.



김소연 시인이 택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 어떤 내용이 쓰여져있을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누구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욱 다루기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했다. 직접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했던 지난 산문집 <나를 뺀 세상의 전부>에 이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랑이라니.



시인은 이 책에서 사랑이 아닌 '사랑함'에 대해서 말한다. '사랑이 더 이상 감정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도록(223p)', '이성애 중심과 남성 중심의 오래된 권력을 지켜주는 보루(12p)'로서의 사랑이 아닌, 사랑을 보살피는 힘인 '사랑함'에 대해서. 사실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폭력을 여럿 목격해와서인지 순수한 사랑 그 자체에 대한 믿음이 없다. 그렇지만, 사랑은 잘 모르더라도, '사랑함'에 대해서라면 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본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책들에서 언급한 사랑, 누군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사랑 이야기들이 여럿 등장한다. 가족, 애인, 나 자신…… 글들이 파편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저자가 '사랑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11p)에 정면으로 맞서며 작성한 글들이기에 내가 받는 이 느낌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나 또한 사랑이라는 낱말 하나를 붙잡고 촛불 하나에 의지해 어두운 터널을 더듬더듬 나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보면 영화 <아가씨> 속 숙희와 히데코의 사랑을, 이병률과 최승자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문지 에크리 시리즈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색다르게 재미있었다. 다른 저자들의 책들도 궁금해진다.



#문지에크리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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