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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보면 울프의 탁월함이 드러나는 느슨한법력 형식이 종속 형식보다 더 쓰기 쉬운 문장 구조라는 생각이든다. 종속 형식은 단어와 구가 기초, 계단, 다리, 지하실, 다락골조 구조물 기능을 수행하고 힘과 통제가 늘 팽팽하게 느껴지new는 건축물 수준의 구성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속 형식의 논리가 아무리 어렵다 해도 바로 그러한 엄밀성 때문에 오히려 더 편리한 점도 있다. 모든 단어나 구의 자리를 엄밀하게 정해놓은 문장을 쓰라는 요구는 제약인 동시에 지침이기도 하다.
경계해야 할 바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글이 선로를 벗어났는가?
단어와 구가 다른 동사들의 세계에서 움직이는가? 단어와 구가혼자 떨어져 나와 구문상의 연결 없이 떠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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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스탠리 피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글 쓰는 것은 어렵다.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이 날아가기 전에 붙잡아두고자 미친듯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글을 제대로, 잘 쓰는 일‘은 매일 매 순간 골칫거리다. 하물며 작가들이라면 오죽하겠는가! <문장의 일>은 글을 쓰기에 앞서 ‘제대로 된 문장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문장을 쓰는 법 보다는 문장을 읽고 분석하는 재미를 알려주는데 더 유용하다.안타깝게도 이 책에서는 영어로 된 문장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미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상당히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제인 오스틴, 어니스트 헤밍웨이, 필립 로스, 애거서 크리스티,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한 수많은 영미권 거장 작가들의 문장이 풍부하게 수록되어있어, 이 문장을 읽고 함께 분석해보는 재미가 있다. 영어 원문도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번역된 문장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첫 문장을 예시로 들었을 때 그 문장에 담겨진 수많은 정보에 깜짝 놀랐다. 책을 읽을 때는 쓱 읽고 지나가는데, 그 짧은 문장에 여러 장치가 고안되어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그 문장은 ‘오후마다 미스 제인 마플이 치르는 의식은 두 번째 신문을 펼치는 일이었다.‘이다!)



비록 영어 문장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우리나라의 독자들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제안하는 ‘문장 쓰는 법‘은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형식을 익히고, 문체 형식을 학습하고,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친듯이 독서하는 다독형 독자로서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작가들이 한 문장 한 문장을 쓰며 얼마나 고심했을 것인가! 앞으로는 문장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봐야겠다는 개인적인 다짐도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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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고 싶었다. 도망칠 수 있는 데까지 도망치고 싶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로부터 힘껏 도망쳐야만 했다. 어떻게든 도망치고 나면 밤이오니까, 밤이 오고 나면 또 잠으로 도망치곤 했다.
이상한 굴레를 거듭 반복한 시절이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이 시기에 식물에 깊이 매료되었다.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나를 소개할 필요도 없었고, 스스로를치장하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괜찮았다.
식물들은 내가 애정을 쏟은 만큼 정직하게 자라났다. 그 건강한 방식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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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세계에 들어서면 누구도 나를 괴롭히지않는다. 안전하고 커다란 초록색 원이 생긴다. 그 안에 들어간다. 불안은 나를 쥐고 흔들지만 식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나는 조금씩 평화를 얻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기가 자연스럽게 스르륵 지나간다. 물론 언제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번엔 무사히 지나간다. 지옥을 맛보고 연옥의 문턱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계속 살 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지는 것보다 더 능동적으로 살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면서 스스로 구원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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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는 회사 앞에 세워둔 차로 돌아왔다. 차 문을 열어서 번들거리는 햇볕을 받으며 폭발하기 직전까지 뜨거워진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입고 있던 윗도리를 조수석에 던졌다. 담배 냄새가 밴 비닐시트에 몸을 맡기고 시동을 걸었다. 차를 돌리면서 그는 자신이 더러운 돈놀이꾼이 된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는 더러운 돈놀이꾼이야."
그 자각을 짊어지고 다시 코크스 밭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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