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고 싶었다. 도망칠 수 있는 데까지 도망치고 싶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로부터 힘껏 도망쳐야만 했다. 어떻게든 도망치고 나면 밤이오니까, 밤이 오고 나면 또 잠으로 도망치곤 했다.
이상한 굴레를 거듭 반복한 시절이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이 시기에 식물에 깊이 매료되었다.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나를 소개할 필요도 없었고, 스스로를치장하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괜찮았다.
식물들은 내가 애정을 쏟은 만큼 정직하게 자라났다. 그 건강한 방식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