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벨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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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가 아는 피터 팬 아닌데? 처음 몇페이지를 읽고 당황했다. 극악무도한 독재자 피터라니.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피터는 잊어도 좋다. 네버랜드로의 두 번째 여행길, 팅커벨이 살해당한다. 범인은 누구인가? 잔혹동화에 더해 환상 미스테리를 겸지한 소설 <팅커벨 죽이기>를 읽었다.



<팅커벨 죽이기>는 <앨리스 죽이기>로 대표되는 ‘죽이기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피터 팬의 세계관과 네버랜드를 가져왔다. 시리즈의 전작들처럼 네버랜드와 현실의 이야기가 기묘하게 얽혀있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네버랜드의 등장인물들과 현실 속 인물들(아바타리)은 기억을 공유한다. 문제는 네버랜드의 등장인물이 죽으면 현실 속 아바타리도 죽는다는 것.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현실 속 인물들은 동창회 모임에 왔다가 폭설에 갇힌 상태다. 이들은 네버랜드와 현실 쌍방향에서 팅커벨을 죽인 범인을 밝혀내야만 한다.



잔인하고 기이하고 낯설고 충격적이었던 소설.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인상적이다. 후반부에 이르러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와 범인의 운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끝까지 읽고나니 피터 팬이 왜 그렇게 뒤틀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행복한 동화 피터 팬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싶다면 섣불리 집어들지 말 것. 이미 ‘죽이기 시리즈’의 팬이라면 각오하고 시작할 것!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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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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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 그의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전에는 그의 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몇 달 전 나는 누군가가 공유한 그의 글을 읽고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다. 이 책의 14페이지에 실린 글이다.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인간은 도무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것이다.‘ 내 이야기인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투병 후 그의 글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삶으로 겪어낸 것을 써낸 글은 강력하다. 2018년 혈액암을 판정받고 지독한 투병생활을 거친 저자가 자신이 통과한 시간들에 대해서 글을 썼다. 청년들이 자신과 같은 외로움과 불행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도 굳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스스로 자초하지는 말라고 말이다. 저자의 문장은 냉소적이나 냉혹하지는 않다. 오히려 담담하고 분명한 위로가 느껴진다. 페이지를 넘기며 생각했다. 이 글들은 진짜다.



종류나 정도는 다를지라도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고통을 겪는다. 특히 절망의 낭떠러지에 서 본 이들이라면 모두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 고통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살기로 결심하는 것이 먼저다. ‘과거는 변수일 뿐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저주 같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불행을 다스린다면, 그리고 그걸 가능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이 얼마든지 불행을 동기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261P)



힘내라는 말보다 이 말이 더 낫다. 살아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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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uchamps 아 무샹 -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보낸 45일
김모아 지음, 허남훈 사진 / hnh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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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글과 사진에 담긴 마음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워서 아주 잠깐 나만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 허남훈 감독과 김모아 작가가 45일간 프랑스 시골 마을 무샹에서 보낸 날들을 기록한 <아 무샹 À Mouchamps>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의 평온함, 다정하고 세심한 마음, 고민과 다짐, 그리고 사랑이 한 권의 책에 녹아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일상속에서의 사유를 갈망하기 때문이 아닐까. 글과 사진들을 따라가다보니 마치 내가 무샹에 있는 것 같았다. 페이지마다 자주 멈춰서 생각해보았다. 무언가를 겪은 뒤 그것을 내보이는 용기에 대해서,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생각하는대로 살아지는 것에 대해서. 조급해질수록 멈춰야하고 불안해질수록 나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마음만 조급해서 브레이크없이 내달리고 있었던 요즘, 잠시 멈추고 생각할 기회가 되어준 이 책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를 뒤흔든 것은 책 속에 담긴 다정하고 세심한 마음이다. 무샹 가족들로부터 두분에게, 두분으로부터 독자인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그 마음. ‘사소한 것 하나 없으니 정중하게 대해야지‘(155p). 나 또한 스치는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히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요즘과 같은 때일수록 일상 속에서 더욱 다정해지자고.



조급하고 고단했던 며칠동안 기대어 있었던 책들 중 한 권.



그리고 나는 두 분의 팬이 되었다.



(*작가님께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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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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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 속 문장들에 기대어 무사히 보냈던 며칠. 그 책들 중 한 권은 바로 박연준, 장석주 시인의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였다.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 두 분의 책결혼식을 완성시켜준 작품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두 저자가 한 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머물며 쓴 글들이 가득한데, 절반이 박연준 시인의 글로, 다음 절반이 장석주 시인의 글로 채워져있다. 다정함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박연준 시인의 글과 인문학적 성찰로 가득한 장석주 시인의 글은 정말 다른뎇 딱히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는 묘한 닮음도 느껴진다.



쭉 연달아 읽고, 밑줄 그은 페이지들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읽었다. 곱씹을수록 참 좋다. 한 권의 책을 통해 경직되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 말랑말랑해지고 또 새롭게 단단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니 놀랍다. 출간 당시 처음 읽었을 때보다 문장 문장이 더욱 와닿았는데, 여행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하다. 지금의 상황에 익숙해져야겠으나 가끔 여행이 그리워질때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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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수법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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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무리는 미스테리 소설로! 40대 싱글 여성이자 탐정인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이별의 수법>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일찍이 소개된 <조용한 무더위>와 <녹슨 도르래>의 프리퀄격으로, 탐정 사무소의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하무라 아키라가 미스테리 전문 서점인 ‘살인곰 서점‘에서 파트타이머로 막 일하기 시작한 때의 이야기다.



이 소설의 주요 미스테리는 은퇴한 여배우가 20여년 전 사라진 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데에서 시작된다. 하무라 아키라는 일찍이 이 사건을 담당했던 탐정 이와고의 기록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와고의 실종, 정계 거물들의 흔적, 이들을 둘러싼 신원 미상의 살인사건 등이 줄줄이 얽혀있어 난관이 계속된다. 그러나 하나둘 계속해서 딸려나오는 사건들의 연결점을 찾아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결국 우리가 미스테리 소설을 읽는 이유는 결말에 이르러 파묻힌 진실을 찾고자 함이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이라는 설명 답게, 소설의 도입부부터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는 좌충우돌이다. 고서를 찾으러 갔다가 마룻바닥이 내려앉는 바람에 백골을 발견하고, 이때문에 입원한 병원에서 은퇴한 배우의 의뢰를 받고, 여러 경로로 경찰과 얽히기까지 한다. 다소 툴툴거리는 경향이 있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프로페셔널함을 풍기며 정확히 맡은 바를 해내는 주인공. 온갖 사건사고를 몰고다니는 주인공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그녀가 측은해진다. 그러나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허술한 것이 바로 이 주인공의 매력이다.



이리저리 신경쓸 일도 많고 축축 늘어지기만 하는 요즘, 간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한번에 쭉 읽을 수 있었던 소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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