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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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 그의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전에는 그의 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몇 달 전 나는 누군가가 공유한 그의 글을 읽고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다. 이 책의 14페이지에 실린 글이다.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인간은 도무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것이다.‘ 내 이야기인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투병 후 그의 글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삶으로 겪어낸 것을 써낸 글은 강력하다. 2018년 혈액암을 판정받고 지독한 투병생활을 거친 저자가 자신이 통과한 시간들에 대해서 글을 썼다. 청년들이 자신과 같은 외로움과 불행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도 굳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스스로 자초하지는 말라고 말이다. 저자의 문장은 냉소적이나 냉혹하지는 않다. 오히려 담담하고 분명한 위로가 느껴진다. 페이지를 넘기며 생각했다. 이 글들은 진짜다.



종류나 정도는 다를지라도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고통을 겪는다. 특히 절망의 낭떠러지에 서 본 이들이라면 모두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 고통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살기로 결심하는 것이 먼저다. ‘과거는 변수일 뿐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저주 같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불행을 다스린다면, 그리고 그걸 가능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이 얼마든지 불행을 동기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261P)



힘내라는 말보다 이 말이 더 낫다. 살아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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