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처럼 쓴다 - SF·판타지·공포·서스펜스
낸시 크레스 지음, 로리 램슨 엮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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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매혹적인 장르 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해리포터,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등과 같은 이야기 말이다. 그러니까 요즘 말로 하면 ‘넷플릭스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



<넷플릭스처럼 쓴다>에는 SF, 판타지, 공포, 스릴러 등의 장르 소설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66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실용적인 글쓰기 팁들이 실려있다. 세계관, 착상, 인물, 노하우 등 중요한 포인트만을 짚어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각 글의 마지막에 직접 연습하고 적용할 수 있는 ‘실전연습’이 실려있는 점도 좋았다. 비단 소설이 아니더라도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속에서 사변없이 꼭 참고해야할 점들만을 짚어주고 있기 때문.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로서는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기까지 그 과정을 거슬러올라가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최근 웹소설에 빠져있는 나는 내가 왜 그 작품을 계속해서 결제하며 보고 있는지 이 책에 소개된 몇몇 작법들 덕분에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작가님 천재 아니신지) 그리고 이 책들에 소개된 SF, 판타지 소설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작법서를 읽으면서도 영업당하는 나는 대체.. 그런데 작법서에 예시로 나오는 작품들은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는 뜻이고 그럼 실패할 확률도 적다는 뜻!) 또한 언젠가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싶어질지 모르니 이 책은 잘 간직해보기로.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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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ME 더 홈
B Media Company 지음 / B Media Company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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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집이 가지는 의미는 다를테지만, 누구나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집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매거진B 편집부의 새로운 단행본 <더 홈>에서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그들의 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인터뷰이들이 집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오피스, 교외 지역, 공동 거주 등등 비슷한 유형의 집들이 함께 소개된다. 제한된 지역의 엇비슷한 집들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다양한 주거형태를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만약 집 구석구석을 소개하며 인테리어 요소에 중점을 둔 책이었다면 ‘나도 저렇게 집을 꾸미고 싶다’는 물욕이 앞섰을텐데, 집에 거주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돋보이니 자연스럽게 내가 나의 집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지만 책 속에 소개된 집들 중 어느 하나라도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이번 단행본에서도 앞부분에 실린 조수용 발행인과의 대담이 결정적 한 방이다. 좋은 집이라는건 내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조명, 식물, 패브릭만으로도 나만의 공간을 꾸며볼 수 있다는 것. 고개를 들어 내 공간을 둘러보니 그동안 너무 정을 주지 않고 지냈지 싶다. 결국 내 공간을 살핀다는 건 나 자신과 나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는 뜻. 이제는 정말 더 미루지 말고 스스로를 돌볼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 출발은 내 공간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해볼까 한다.

p.s. 포비에 갈 때마다 비치되어있는 매거진 비를 읽었더니 이제 포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읽는 매거진 비는 영 기분이 안 난다. 집에 있는 매거진 비도 포비 들고가서 읽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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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기 안내서 - 더 멀리 나아가려는 당신을 위한 지도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반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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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기 안내서. 다소 생뚱맞은 제목의 이 책은 리베카 솔닛의 초기작에 속하는 에세이다. 국내에서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든다>로 이름을 알린 솔닛은 사실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작가이자 인권 운동가다. 이 책에서 솔닛은 다루기 모호하고 어려워보이는 ‘길 잃기‘라는 주제를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비롯해 신화, 역사, 자연 등 온갖 주제를 넘나들며 풀어낸다. 솔닛만이 가능한 글쓰기다.



이 책에서 솔닛이 이야기하는 길 잃은 상태는 두 가지다. 실제로 길을 잃는 것과 비유적으로 길을 잃는 것. 솔닛의 문장에 따르면 어느 쪽이든 ‘길을 전혀 잃지 않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고, 길 잃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파국으로 이어지는 길‘(31p)이다.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길을 잃지 않는 이가 있을까. 길을 잃고 또 잃으며 성장하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삶이 아니던가. 결국 솔닛의 지적 탐험을 따라가며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르게 말하면 이 책은 결국 끝없이 길을 잃어야만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역설에 대해 말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페르세포네와 마린 이야기다. 이 챕터에서 솔닛은 무모한 젊음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보다는 요절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운 청소년기에 대해서 말이다. 이 글은 ‘우리가 살아있기 위해서는 죽음이 반드시 삶의 일부여야 한다는 사실‘(130p)을 짚으며 시작된다. 솔닛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친구 마린을 추억하며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는데, 이는 곧 ‘절대적으로 현재만을 사는 젊음‘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독서의 여정 자체가 길을 잃고 길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던 <길 잃기 안내서>. 솔닛의 다른 책들이 그렇듯 거듭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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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 틀 너머의 이야기
한수희 지음 / 어라운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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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매거진에 8년간 책과 영화에 대한 글을 써온 저자가 그중 22편의 글을 책으로 묶었다. 제목은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글쓰기란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라는 프롤로그에 마음을 빼앗겨 그만 끝까지 읽어버리고 말았다. 저자의 일상, 생각, 고민이 스며들어있어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인데, 좋아하는 책과 영화가 잔뜩 등장해 더욱 신나는 마음으로 읽었다.



가장 와닿았던 글은 역시 ‘정원사의 시간‘(55-62p). 한 편의 영화와 한 권의 책을 소개하며 정원사의 재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정원사의 재능이란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고 기다릴 줄 아는 것, 그리하여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자기만의 철학을 얻는 것! 어쩌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원을 가꾸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소개된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은 몇 년째 리스트에만 있는 영화인데,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곳곳에있었다. 특히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기쁨보다 고통이 더 큰 일일지도 모른다‘(96p)는 문장과 ‘삶이 틀안에 갇혀있을 때 좋은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문장은 냉큼 적어둘만큼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글은 흐릿하게만 여겨졌던 것들을 분명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실패, 행복, 두려움,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제들이 아닌가. 결국 이 책은 저자가 좋아하는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고, 관계와 삶에 대한 이야기다. 소소하지만 사소하지는 않은 글들, ‘본문에서 하지 못한 진짜 속마음을 담은‘ 추신과 같은 글들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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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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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해인 마을 소녀들은 백일장 대회에 나갈 한 명의 대표를 뽑기로 한다. 서로의 글을 읽고 그 중 가장 좋은 글을 쓴 사람이 학교 대표가 되기로. 강화길의 <다정한 유전>에서는 이들이 썼음직한 여러 편의 작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있다보니, 처음에는 이야기의 불연속성 때문에 한 호흡에 읽어나기기가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계속해서 읽어나갈수록 이야기들이 서로 조금씩 연결되어있음이 느껴졌다. 이야기 속의 여성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있지만 전부 어떤 식으로든 다른 여성들과 닿아있다. 기억, 읽기, 쓰기, 바느질 등등. 실제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맺는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짧은 이야기들에는 끝이 없다.



<다정한 유전> 속 여성들은 어떤 식으로든 읽고 쓴다. 해인 마을의 소녀들이 쓰기를 결심하듯, 그들이 쓴 소설 속 인물들도 대부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 처럼 읽고 쓰는 일은 결국 ‘연결’이 된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책 속의 세계들이 느슨하게 연결되듯, 작가의 세계(쓰는 이의 세계)와 독자의 세계(읽는 이의 세계)도 함께 연결되고야 만다. 이 책을 다 읽은 나는 아래의 구절을 계속 되뇌이고 있다.



‘이렇게 읽어도 되는 걸까? 이렇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나는 혼란스러웠어. 너무 내 것이라서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어떤 마음 때문에, 나는 너희의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어.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내 마음이라면, 나는 이걸 있는 그대로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 방식으로 우리가, 몰랐던 마음들이 만난다면, 그것으로 나는 새로운 것을 알 수 있게 되겠지.

그리고 새로운 것을 읽을 수 있겠지.’(72p)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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