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시리즈의 네 번째 단행본. 이번에는 소설가다. ‘좋은 소설가는 철학자의 몫까지 할 수 있다’는 조수용 발행인의 말을 시작으로 여덟 편의 인터뷰와 한 편의 에세이를 만나볼 수 있다. 써야만 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 소설가.



책 속에는 다양한 소설가들의 깊이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왜 소설을 쓰는지, 소설가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하루 일과는 어떤지 등등. 인터뷰를 하나씩 읽다보면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은 더 잘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중간에 이르러 ‘이 책의 인터뷰를 찾아볼 사람이라면 이미 써야 하는 사람’이라는 장강명 소설가의 말에 한참을 멈춰있게 될지도.



꾸준히 쓰는 일밖에는 없다고 말하는 마르크 레비, 자신의 소설을 ‘독자와의 대화’라고 정의내리는 정세랑,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헌신이라고 단언하는 로셀라 포스토리노. 좋아하는 작품들을 쓴 세 소설가의 인터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글을 쓰는 일과 직업에 마음이 간다는 것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에 우선하지 않는다’(김초엽)는 문장 또한 내내 곱씹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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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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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사적 복수를 생각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혹은 저지른 범죄에 비해 턱없이 적은 형량을 받는 범죄자들을 볼 때 말이다. 소설 <디 아더 피플>은 대신해서 복수를 해주는 다크웹사이트다. 조건은 단 하나, 나중에 한 번 신세를 갚는 것. 복수의 품앗이.



딸이 죽지 않았다고 믿으며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게이브와 그에게 닥친 비극에 어떤식으로든 연결되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소설의 중후반부에 이르러 게이브의 비밀이 드러날때가 가장 재미있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 180페이지 정도는 계속 읽을지 말지 많이 망설였다. 다행히 이후부터는 쭉쭉 진도가 나가서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데우스 엑스 마키나식 해결법이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타임킬링용으로 나쁘지 않았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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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 나를 숨 쉬게 하는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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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이자 방송인으로 활동중인 김이나의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 왜 제목이 ‘보통의 언어들’일까 궁금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참 절묘한 제목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만 의미를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 단어들을 관계, 자존감, 감정 세 가지 카테고리로 소개한다.



책을 읽으며 두루뭉술해지기 쉬운 이야기가 정확하게, 그러나 전달되기 쉽게 쓰여져있어 놀랐다. 저자가 대중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이이기에 가능한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또한 저자는 자기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돌아보고 살피는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마다 저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있다. 그 진솔함 덕분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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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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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출간하자마자 구매해서 읽게된 김연수 작가의 신작 <일곱 해의 마지막>. 지난 주에 서점을 쓱 둘러보고는 이 책이 제일 실패 확률이 적을 것 같아 골랐다. 언제든 읽게 되겠지 싶었지만 이렇게 빨리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8년 전에 출간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도 출간하자마자 읽고 꽤 좋아했었다. 아무튼, 골자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김연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읽었다는 말이다.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는 백석. <일곱 해의 마지막>은 바로 그 시인 백석을 모델로 한 소설이다. 또한 1950년대 후반 사회주의 정권 하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김연수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이기도 하다. 꿈, 청춘, 문학(시), 사랑. 그동안 김연수 소설을 이뤄왔던 주제들이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저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을 다시 호명하며 삶의 후반부에 그가 겪었을 고뇌를 꺼내놓는다. 당연히 그 기저에는 백석을 향한, 시인을 향한, 문학(시)을 향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물론 이 소설을 어떻게 읽느냐는 독자 마음이다. 알려지지 않은 백석 말년의 이야기로, 혹은 그와 닮은 어떤 이의 이야기 그 어떤 방식으로 읽어도 무리는 없으리라. 내게는 시대와 무관하지 않은 개인, 그리고 그 개인의 삶하고는 별개로서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책도 자연스럽게 비슷한시각으로 읽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 벨라와 기행이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곱씹는 문장이 특히 좋았다. ‘자신의 불행과 시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214p)거나, ‘그래도 꿈이 있어 우리의 혹독한 인생은 간신히 버틸만 하지. 이따금 자작나무 사이를 거닐며 내 소박한 꿈들을 생각해. 입김을 불면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작고 가볍고 하얀 꿈들이지.‘(223p)와 같은 표현들 말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우리에게 ‘작고 가볍고 하얀 꿈‘만은 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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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규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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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인구가 나날이 급증하고 있는 이 시대에 결혼 에세이라니. 바로 이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이야기다.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가 결혼 과정을 세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2020년 현재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았다. 곧, 이라고 소망해보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이 책에는 500번이 넘는 커밍아웃 일화들, 프로포즈 과정, 웨딩 견적, 뉴욕에서의 혼인신고 등 세세한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의 담담하고 씩씩한 태도가 포인트다. (어제 요가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스트레칭은 온데간데 없고 매트 위에 엎드려 본격적으로 읽고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조금씩이나마 세상은 바뀌고 있다. 이 책은 동성결혼을 향한 ‘작은 승리‘의 기록들이다.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이와 같은 ‘작은 승리‘는 비단 저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차별 없는 세상은 곧 나 자신을 위한 세상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동성결혼이든 이성결혼이든 다 같은 결혼 아닌가. 보통 사람이 하는 보통 결혼식 말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어, ‘그땐 그랬지.‘하고 회고하는 날이 오리라. 저자의 아버지 말씀대로 동성동본 결혼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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