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 PATA
문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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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하루종일 이 책 얘기를 했다. 책이 너무 예뻐요, 내지 디자인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작은 구석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공이 들어간게 느껴져요, 저 문가영 배우 좋아했었나봐요, 사은품 가지고 싶은데 한 권만 더 살까봐요..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에 있는 <파타>. 매혹적인 책이다.

시를 제외하고는 분량이 짧은 글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첫장부터 ‘파타’라는 페르소나를 내세우고 있어서일까, 1부, 2부 구성과 내지 디자인 덕분일까. 솔직한 진심이기도 하고 일어난 사실이기도 하고 상상속 허구이기도 한 파타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흥미로운 단막극 같았다. 분위기에 빨려들어가면서 읽었다. 적힌 내용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대 위 파타가 보여주는 춤을 그저 따라가면 되는 것. 언젠가는 파타가 누구인지 알아보게 될테니. (‘경계인은 경계인을 알아보는 것.’)

✨ 문가영 배우가 직접 고른 ‘파타 플레이리스트’가 유튜브에 올라와있으니 함께 읽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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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na 2024-03-1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문진과 함께 받았는데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분지의 두 여자
강영숙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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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으로 밀려드는 삶의 폭풍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거대한 폭풍을 지워버릴 수는 없으니 그 속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이냐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삶이 삶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대체되어 가는게 아닌가 하는 이상한 징후’가 집필의 동력이 되었다는, 소설 <분지의 두 여자>. 이 소설 속 주인공들 역시 속절없이 삶의 폭풍을 맞아낸 이들이다.

소설은 크게 세 축으로 이루어진다. 삼계탕집에서 하루종일 일하며 근근이 먹고살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된 여자 샤오, 지방의 대학 교수였으나 딸이 호숫가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이후 삶의 동력을 잃어바린 여자 진영, 그리고 어느 새벽 바구니에 담긴 아기를 발견한 청소 용역 업체 직원 민준. 이들 셋을 엮어주는 것은 바로 생명이다. 삶, 아기, 생명. 샤오는 금전적인 이유로, 진영은 딸의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무너지지만 두 사람 모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결국 생명을 선택한다. 다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바오 그것. 이야기의 또 다른 축에는 아이를 거두는 민준이 있다. 세 인물의 이야기가 모두 합쳐졌을 때 비로소 소설 속 이야기는 균형을 맞이한다.

건조한 문체, 어딘가 기이한 분위기, 모호하게 느껴지는 인물들의 선택들. 소설 속 인물들은 어쩐지 스스로의 의지와 달리 삶이라는 이상한 힘에 떠밀리는 듯하다. 이야기 내내 묘한 기류가 흐른다 싶었는데,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그제서야 이 소설의 의미를 납득했다. 삶이라는 폭풍에 떠밀리고 스러지면서도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만들어내고, 발견해내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로 그 생명조차 또다시 날아온 삶의 폭풍에 가냘프게 꺼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살아있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야말로 살아있기에 살아있지만 종내엔 스스로 삶의 의지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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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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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장편소설 <타국에서의 일 년>. 낯설고 독특한 책이다. 제목만 보면 일 년간의 타국에서의 경험이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설은 그것보다 방대하다. 정체성의 문제와 불안, 엄마로부터 기인한 결핍을 안고 유영하듯 삶을 따라가는 주인공 소년은 더 나은 무언가로 스스로를 탈피하기보다는 세상 속으로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사라지고 싶었다. 삶으로부터 사라지는게 아니라, 삶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주인공 틸러는 한국인의 피가 조금 섞인 '거의 백인'인 20대 청년이다. 소설은 틸러가 공항에서 만난 밸과 그녀의 아들 빅터 주니어와 함께 지내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틸러가 밸을 만나기 전까지 보냈던 타국에서의 일 년은 중간중간 틈틈이 드러난다. 구성이 선형적이지 않아 독특하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이나 사건의 인과관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 일 년간 틸러는 접시닦이 일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중국계 사업가 퐁 로우를 따라 세계를 돌아다녔다. 집을 나간 어머니와 무관심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아버지는 틸러에게 안정이나 애착을 주지 못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틸러는 퐁을 거의 아버지처럼 여기며 그와의 여정에 몸을 맡긴다.

이 소설의 독특한 지점은 또 하나 있다. 틸러가 퐁을 따라다니며 겪은 일 년간의 여정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거나 변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소설이 조명하고자 하는 바는 그 일 년간의 경험이 틸러가 밸과 그녀의 아들과 지내는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스며들었는가다. 특별한 경험이 반드시 성장 혹은 변화를 가져와야만 하는가? 글쎄. 어쩌면 우리가 '영영 그 곳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그 경험들은 우리 안에 녹아들어 우리를 '준비된 채로' 만들어주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 뭐지?' 하면서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창래의 문장이 그려내는 어딘가 씁쓸하고도 무겁지는 않은 정서 때문일 것이다. 이창래의 소설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전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이 책이 각별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말미에 틸러가 아버지와 전화를 나누는데, 이때 아버지가 '뭐든 통하는 방법을 쓰면 되지' 하고 남겼던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래. 뭐든 통하는 방법을 쓰면 되지. 종착역에 결코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오랜만에 (좋은 의미로) 독특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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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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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비바, 제인>의 작가, 개브리얼 제빈의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자기 복제 없이 세 작품 내내 각기 다르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써낼 수 있다니. 세 작품 중 가장 좋았다. 어린시절 함께 게임을 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던 샘과 세이디가 우연한 재회를 통해 의기투합하여 함께 게임을 만들게 되는 내용이다. 물론 이야기는 그보다 더 멀리 간다. 두 사람의 공통 분모 ‘게임’을 중심으로, 우정과 사랑, 오해와 진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벽까지 페이지를 넘기며 오랜만에 읽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샘-세이디를 주축으로 한 인물들의 관계성이 흥미로웠고, 두 사람의 인생 곡선을 따라 탄생되는 작중 게임들 또한 무척 매력적이기 때문이었다. 어린시절 불우한 사고를 겪고 예민하고 폐쇄적이며 오만한 성정을 가지게 된 샘. 상대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아픈 언니, 공대에서 희귀한 여학생이라는 환경 때문에 충족되지 않는 결핍을 채워줄 외부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면이 있는 세이디. 두 사람은 서로를 스스로의 분신이라 여길 만큼 깊이 이해하지만, 그만큼 애착이 깊기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게 아닌 걸 알면서도) 크게 서로를 오해하기도 한다. 이들이 이성 친구라는 점 때문에 생기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관계 고민도 재미있었다. 두 사람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서로를 사랑한다. 그렇게 유일무이한 관계라면, 일도 사랑도 서로와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소설 속에서 꽤 만족스럽게 풀린다.



창작자가 주인공인 소설에서 작중 창작물은 소설 재미의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다. 그런 면에서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의 작중 게임들은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아마 샘-세이디가 각자를 투영해서 만들어낸 게임 속 세계이기에 더욱 마음이 갔을 테지만. 두 사람의 첫 합작품이었던 ‘이치고’(호쿠사이의 작품이 모티브), 세이디가 학생 시절 만든 ‘솔루션’(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활용한),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회사를 로스앤젤레스로 옮긴 뒤 만든 ‘세계의 양면’ 등등 작중 등장하는 게임들이 모두 설득력있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나는 이 게임들의 모티브가 된 실제 게임들(하베스트 문, 심즈, 동물의 숲, 스타듀 벨리 등등)을 찾아보다가 게임기를 구매하기에 이르는데… (당분간 책 못 읽을 예정) 아무튼. 저자가 실제로 게임을 하는 사람이고 게임이라는 세계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게 느껴져 소설 속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결국 게임도 이야기니까.



돌고 돌아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사랑은, 내가 알아차려야만 그 자리에 항상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일단 누군가를 사랑하면, 듣기 지겨워질 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말이 의미가 닳을 때까지 사랑한다고 말한다. 안 그럴 이유가 있는가? 당연히, 젠장, 사랑한다고 말한다.(615)



정말, 왜 아니겠는가. 정립되지 않은 관계의 속성, 오해와 판단, 질투… 그런 것들보다 언제나 사랑이 더 크다. 그래서 결국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많은 훌륭한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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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공부 - 나의 파랑새를 찾아서
김희삼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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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열심히 배워볼 텐데.'
몇 년 전, 삶의 어려운 시기에 있었던 친구의 한탄이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다. 만약 그 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주저없이 그 친구에게 선물해주었을 텐데. 아니, 이제라도. 행복해지고 싶지만 막막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래, 행복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저자는 돈, 직업, 사랑,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살피며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책은 나의 지금 상태를 진단하며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그야말로 다정하면서도 깔끔한 행복 안내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타인을 위해 돈을 쓰는 '친사회적지출'이 행복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는 대목이었다. 성과에 집착하는 성취주의자일수록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며 행복을 유보한다는 부분이나, 타인 의식과 비교 성향이 높을 수록 행복감이 반비례한다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내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들을 찾아냄과 동시에 개인의 영역에서 바로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무엇보다 행복은 주관적인 느낌이며, 내가 자발적인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읽으면 좋을 듯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것이 행복. 모두 각자의 '파랑새'와 함께- 행복을 매 순간 느끼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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