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이연 지음 / 미술문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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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의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한 손에 들어오는 판형과 들었을 때 기분 좋은 정도의 두께감, 아름다운 색상의 표지. 제목이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이지만 정말로 그림 그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책은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용기같다. 그것이 글쓰기든, 그림이든, 유튜브든, 스포츠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항상 지는 사람들에게.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될거면 이래서 되고 저래서 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러니 그냥 하자‘는 이야기를 사려깊게 하고 있는 책.



결국 모든 것은 허용의 문제다. 스스로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두려움이 일 때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무엇이 두렵냐고. 도저히 실행이 안 될 때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왜 못하겠느냐고. 두려워하고 자책하는 자기 자신을 힐난하는 방식으로는 뭐든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모든 가능성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과 잘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향해 깊이 침잠해본 사람만이 이런 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건 스스로와 잘 대화할 줄 아는 사람이 쓴 글이라고.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을 때는 먼저 용기를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어야 한다.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부푼 마음으로 무장해야한다. 스스로와의 대화조차 허용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오늘치 마음은 이 책으로 단단히 무장했으니 끝도 없이 미루고 있는 유튜브 영상편집을 시작해보기로.



+ 모두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날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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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음악과 삶
조진주 지음 / 아웃사이트(OUTSIGHT)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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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제대로 하려면, 이름도 책임도 없는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첫 문장을 읽고 홀린듯 빨려들어가 그대로 완독했다. 조진주 바이올리니스트의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만 열일곱에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조진주 바이올리니스트. 저자는 음악가로서 겪어온 방황과 혼란은 물론, 욕망과 질투까지도 담대하고 솔직하게 풀어낸다. 내면을 성찰하기를 멈추지 않는 이의 단단함이 문장을 지탱한다. 너무나 매력적인 솔직함과 열정도 물론.



삶과 예술, 예술과 삶. 저자에게 이 두 가지는 어떤 의미일까? 그가 삶과 예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기록을 따라가노라면 무기력함에 밍숭맹숭해진 내 삶이, 내 예술이 덩달아 타오르는 것 같다. ‘이번 생을 진짜로 빛나게하려면 뭘 포기하고 가져야 할까’를 고민하고 그럼에도 ‘내게는 예술이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 아무래도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 업에 대한 태도, 삶에 대한 태도는 전부 같은 말 같다. 이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귀결되는 것도 같고.



살아있는 소리와 조우하기 위해 끝없이 몸의 감각을 단련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그가 다듬어낸 살아움직이는 음이 반짝 폭발하듯 타오르는 바로 그 순간을 엿본 기분. 저자의 연주를 함께 들으면 완벽하다. 텅 빈 예술 곳간을 채우는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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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제안들 36
아글라야 페터라니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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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는데 며칠이나 걸렸다. 루마니아에서 서커스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나 유럽을 떠돌았던 아글라야 페터라니가 독일어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난민으로 여러나라를 떠돌며 서커스 곡예사로 어린시절을 보낸 저자. 폭력과 소외로 점철된 어린시절을 지나 스스로의 언어를 선택하게 된 저자가 적어내려간 생의 파편들. 이질적이고 생경하다. 이중의 이방인이 새겨넣은 단순한 문장들. 생략된 이야기들은 페이지의 여백을 더듬으며 천천히 읽을 때에야 완성된다. 자연스럽게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떠오른다.



기억에 남는 것은 찌르듯 강렬한 문장들.

‘아이는 폴렌타 속에서 끓는다, 왜냐하면 아이가 어머니 얼굴에 가위를 꽂아버렸기 때문이다.’(125p)

‘나의 천사는 피로 웃는다’(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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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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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캐롤라인 냅의 저서들 중 가장 좋았다. 단순히 여성과 허기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여성의 욕구와 그것들을 둘러싼 기류 전반에 대한 이야기이며, ‘갈망과 동경과 필요로 이루어진’, 자기 징벌적 ‘독’에 대한 이야기이고, 여성 내면의 공허함과 두려움, 슬픔에 대한 이야기다. 먹거나 먹지 않거나, 훔치거나, 자해하거나 -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여성들의 심연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의 글은 투명한 자기 성찰로부터 출발한다. 스스로를 벌하듯 혹독하게 굶기를 일삼았던 시절에 대한 고백부터,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자기부정의 역사, 심리상담과 조정을 시작하며 스스로의 상황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기까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섬세하고도 예리하게 여성 생애 전반에 스며든 욕구와 죄책감의 문제를 짚어낸다.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인 여성들의 자아를, 무의식 깊은 곳에 방치되어 명명되지 못한 울부짖음들을 다독이며 불러낸다.



반짝이는 통찰로 가득한 책. 특히 저자가 여성의 허기를 소비주의와 연관짓고, 여성 내면의 밑바닥에 숨어있는 있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으며 열광했다.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일거라며 읽어내려가다가 얼어붙은 구절도 여럿이다. 희망으로 나아가는 결말은 또 어떤가. 여성들이 자기혐오 없이, 자기징벌없이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그러니까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할 자유, 원하는 것을 거리낌없이 욕망할 수 있는 자유,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여성성의 기준을 거부하고 그저 나다울 수 있는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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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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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책을 다 읽고 나서 느껴지는 기쁨은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꼈던 기쁨에 이름을 붙인다면 ‘오롯한 기쁨’. 열 네명의 철학자를 만나는 여정을 기차 여행 컨셉으로 풀어낸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일단 기차 여행 콘셉에서 완전히 넘어갔고, 한 챕터를 끝낼 때마다 종이 티켓 굿즈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정말 즐거웠다. 아, 가장 중요한 포인트! 글 자체가 재미있다! 빌 브라이슨이나 패트릭 리디의 여행기처럼!



책 속에 소개된 열 네명의 철학자들은 살아온 시기도 삶의 궤적도 제각각이다. 특히 헤이안 시대 일본의 궁녀였던 세이 소나곤이 포함된 것이 흥미롭다. 책 속 흐름은 말 그대로 출발과 끝이 있는 여행인데, 새벽부터 황혼까지 구성되어 있다. 한 명의 철학자에게서 하나의 가르침을 얻어가는 여정인 셈. 철학자의 일생이나 주장을 단순 요약하는 식이었다면 바로 덮어버렸을텐데 각각의 매력 포인트를 제대로 잡아 소개하니 빠져들수밖에. (책 속에 소개된 책들 정리하다가 때마침 <월든> 특별판 나왔길래 구매..)



게다가 이 철학 여행의 출발점은 순전히 저자의 개인적 필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나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알고 싶다.’ - 삶의 의미를 찾고있는 독자들이여 오세요 철학의 세계로)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듬뿍 들어가있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아끼는 수첩을 잃어버린 뒤 그 한탄이 몇 챕터에 걸쳐 계속된다던지, 딸과의 여행 에피소드가 끼어든다던지 하는 식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조하며 툴툴거리는데도 전혀 밉지 않은 태도도 정이 가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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