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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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캐롤라인 냅의 저서들 중 가장 좋았다. 단순히 여성과 허기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여성의 욕구와 그것들을 둘러싼 기류 전반에 대한 이야기이며, ‘갈망과 동경과 필요로 이루어진’, 자기 징벌적 ‘독’에 대한 이야기이고, 여성 내면의 공허함과 두려움, 슬픔에 대한 이야기다. 먹거나 먹지 않거나, 훔치거나, 자해하거나 -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여성들의 심연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의 글은 투명한 자기 성찰로부터 출발한다. 스스로를 벌하듯 혹독하게 굶기를 일삼았던 시절에 대한 고백부터,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자기부정의 역사, 심리상담과 조정을 시작하며 스스로의 상황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기까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섬세하고도 예리하게 여성 생애 전반에 스며든 욕구와 죄책감의 문제를 짚어낸다.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인 여성들의 자아를, 무의식 깊은 곳에 방치되어 명명되지 못한 울부짖음들을 다독이며 불러낸다.



반짝이는 통찰로 가득한 책. 특히 저자가 여성의 허기를 소비주의와 연관짓고, 여성 내면의 밑바닥에 숨어있는 있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으며 열광했다.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일거라며 읽어내려가다가 얼어붙은 구절도 여럿이다. 희망으로 나아가는 결말은 또 어떤가. 여성들이 자기혐오 없이, 자기징벌없이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그러니까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할 자유, 원하는 것을 거리낌없이 욕망할 수 있는 자유,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여성성의 기준을 거부하고 그저 나다울 수 있는 자유를.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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