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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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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마틴 게이퍼드는 저명한 미술 평론가이자 루시안 프로이트의 초상화에 대한 책 <내가, 그림이 되다>와 호크니와의 대화를 담은 책 <다시, 그림이다>을 집필했다. 위의 두 책을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던 차에 신간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세계2차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약 25년동안 영국 런던 회화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나는 미술사를 잘 알지 못하지만, 책 속에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프로이트, 베이컨, 호크니의 비중이 꽤 크기 때문에 다루고 있는 내용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처음 들어보는 미술가들과 그들의 작품, 추상과 구상 그리고 팝아트 사이에서 그들이 했던 고민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이 런던, 약 25년간의 회화 역사로 한정적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깊이있다. 특히 저자가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생생한 그들의 생각을 적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이를테면 봄버그와 그의 제자들이 나오는 부분이 특히. 게다가 언급되는 회화 작품의 도록이 대부분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찾아보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프로이트와 호크니를 다룬 저자의 책도 찾아 읽어볼 계획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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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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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를 직역하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초콜릿‘이라고.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라는 제목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난 직역한 쪽이 더 마음에 든다.



배경은 멕시코. 1월부터 12월까지 하나의 요리를 소개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막내딸은 죽을때까지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불합리한 전통을 고수하는 집안의 막내딸 티타가 주인공으로, 그녀의 요리와 사랑이 이 소설의 주요 테마다. 일단 얇고, 재미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해방되는 기분이 든다.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하는 티타의 모습 때문이겠지.



표지를 넘기면 ‘식탁과 침대로의 단 한 번의 초대‘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전자는 동의하겠는데 후자는 조금 더 에로틱했어도 좋았을 뻔.) 책에 소개된 열 두가지의 요리가 너무 궁금하다. 상상도 못한 맛일 것 같아.



사실 나는 아무리 티타 인생 일대의 사랑이라지만 페드로가 너무너무 싫다. 오히려 티타와 페드로의 이야기보다는 헤르트루디스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든다. 또, 티타를 돌봐주는 존의 마음과 언행도 참 따뜻했다. 성숙한 어른이란 아마 존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들의 이야기가 대체 무엇인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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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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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산 자들>. 일단 작가가 직접 골랐다는 표지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민중기 작가의 ‘Shanghai‘. 이 그림과 주황색 직사각형,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 무광 종이의 질감도 그렇고. 만질수록 닳아가는 책등이 왠지 이 소설같다.



10개의 연작이 실린 르포 소설.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이다. 소설 속 이야기 모두 내가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는 일들이다. (작가는 <음악의 가격>에서 자기 자신마저 끌어들인다.) 이 사회에서 갑이 아닌 을, 병, 정 혹은 다른 그 무엇에 속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만큼은 갑이 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 사회에서 그것이 가능한가? 글쎄. 현 사회에서는 존엄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생존이다.



가장 잔상이 많이 남은 작품은 <현수동 빵집 삼국지>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은 50여년 경력의 제빵사라며 말하는 노인의 모습 말이다. 기업이 우위에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인의 진실됨이, 경력이, 제빵 솜씨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해버리는 것 같아 속이 쓰렸다. 아무렴 속쓰린 작품이 이것 뿐이었으랴. 한 편 한 편이 비수같았다.



미쳐가는 세상. 정말 방법이 없는가? 있을텐데. 있어야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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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송해나 지음, 이사림 그림 / 문예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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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학교에서 필독서로 지정해서 읽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도대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현재 한국에서 임신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비혼 비출산 여성이지만 언젠가 내 몸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일들에 이토록 무지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제대로 교육받은 적도 없지만 출산을 경험한 주변의 수많은 여성들로부터도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몸의 변화와 고통, 그에 수반되는 존엄성 훼손과 수치심, 직장인 여성일 때 겪어야하는 어려움,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사회 제도 같은 것들 말이다. 장장 10개월에 이르는 임신일기를 읽으며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임신과 출산을 겪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공포가 밀려왔다.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여성에게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가 자연스럽게 요구된다. 하지만, 당연히, 여성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비혼, 비출산, 결혼, 출산 그것이 무엇이든 여성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여성의 이야기는 그동안 얼마나 은폐되어 왔는가. 화가 난다. 여성은 말하기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성은 자꾸만 말해야 한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고, 여성의 삶은 여성이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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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삶
정소현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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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첫번째 소설집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어디선가 이 두번째 소설집을 ‘올해의 인생 책‘이라 단언하는 리뷰를 읽고 관심이 생겼다. 서점에서 몇페이지를 뒤적이다 구매했다. 이 소설집에는 신샛별 평론가의 말처럼 진정 ‘고독‘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읽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만을 반복하는 것이 지옥이라는 「지옥의 형태」, 망각을 통해 다른 세계에 진입해서야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어제의 일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loneliness˝가 아닌 ˝solitude˝의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소설집은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쉽지 않은 질문들을 던져주고 홀연히 끝나버린다. 사유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기에 각별하다. 삶과 죽음, 애도와 속죄, 기억과 망각, 결국 인생에 대해서 말이다. 소설들의 어조는 희망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지만 어두운 방에 스탠드 하나 켜놓고 끝없이 생각을 이어가게 만든다.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소설집이 가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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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환상 속의) 너에게.



안녕. 이 책을 읽으면서 네 생각이 많이 났어. 정확히 말하면 내 환상 속의 너 말이야. 나는 너와 나를 「엔터 샌드맨」에 나오는 지수와 지훈처럼 나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당시 나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을 수 있다는게 중요했고 또 귀했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너를 붙잡아야한다고 믿었어. 결국 우리는 다른 경험을 한 다른 사람이고 모든 대화는 독백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던거야. 또 타인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지.



아무튼. 「엔터 샌드맨」에서 지수는 뒤늦게서야 지훈이 ‘그녀가 유일하게 속해있던 아주 사소하고 구체적인 세계(191p)‘였다는 사실을 깨달아. ‘그 세계가 정말로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동시에 영원히 잃어버린‘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가 않네. 나는 환상 속에 빠져 살고 거창한 것들을 꿈꾸지. 파멸같은 것들. 그래서 문득 네가 ‘정확하게 나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잠깐 깨달았을 때, 내가 속수무책으로 너를 믿고 의지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 어렵다. 어렵고 모르겠어. 너와 내가 함께 속하는 세계가 있었는지, 있었을 수도 있었는지, 있는지. 지수가 그랬듯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깨닫게 될지도 모르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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